아름다운 착시 ‘화장’ 심리학 - ③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본지는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의 ‘아름다운 착시illusion ‘화장’ 심리학’을 연재한다. 그는 시지각visual perception 관점에서 화장化粧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보여준다. 최훈 교수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한 뒤 보스턴대학교와 브라운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지냈다. 현재 한국심리학회 편집위원, 한국인지및생물심리학회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_편집자 주 

TV를 즐겨보지 않던 와이프가 모처럼 넋을 잃고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별로 재미도 없어 보이는 드라마였는데 왜 꽂혔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는 부인님을 방해하기도 미안해서 얌전히 함께 시청 모드에 돌입했다. 와이프와 함께 TV를 시청하면 둘 사이의 시청 패턴의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드라마를 볼 때 나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편이다.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되고, 각 등장인물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와이프는 그런 나를 보며 TV도 공부하듯 본다며 놀리곤 한다. 그에 반해 와이프의 관심사는 이야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여자 주인공이 들고 있는 백이 이쁘다며 뭔가 의미있는 것같은 눈빛을 나에게 보내기도하고, 여자 주인공의 머리 스타일이 맘에 든다며 미장원을 예약하기도 한다. 심지어 남자 주인공의 의상이 이쁘다며 나에게도 그 스타일을 소화하라고 압박한다. (안되는 걸 어쩌라고 ㅠㅠ) 어쩌면 시지각을 전공한 나보다도 와이프는 TV에서 나오는 모든 종류의 시각 자극에 관심을 가지며 TV를 시청한다. 

그날도 와이프는 딱히 스토리에 집중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한참 동안 숨죽이며 시청을 이어가던 와이프의 입에서 탄식인듯, 감탄사인듯한 말이 흘러나왔다. “와, 저 여자 주인공 눈 진짜 크다. 나도 저렇게 컸으면 좋겠네…” 내 눈에는 지금 와이프의 눈도 충분히 크고 이쁜 것 같은데 본인은 그렇지 않았는지 그 여자 주인공의 눈 크기에 끊임없이 감탄하며 시청을 이어갔다. 그깟 눈이 뭐라고… 

‘눈이 클수록 더 매력적’이라는 것은 
실제 다수의 심리학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증명된 사실이긴 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진실이 여성에게만 진실이다. 
심리학 분야에서는 다양한 화장법을
시지각visual perception 입장에서 설명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눈. 중요하다. 우리의 사회적 상호작용은 눈 맞춤으로 시작된다. 짧은 순간의 눈 맞춤으로도 상당히 많은 정보가 오고 간다. 초행길에 길을 잃어 헤메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길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길을 물어 볼 것인가?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도움을 갈구하는 표정의 얼굴을 노출시키다가, 운명처럼 나와 눈이 마주친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의 눈이 약간의 눈웃음을 짓고 있다면 보다 편한 마음으로 그 사람에게 다가가 길을 물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눈 맞춤을 한 사람이 ‘나 지금 바쁘니 오지 말아요’라는 듯한 냉정한 눈빛을 보낸다면 아마도 당신은 질문하기를 포기할 것이다. 눈으로만 이루어진 짧은 의사소통인 셈이다. 간혹 이 눈으로 하는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들의 경우 자폐의 경향이 있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눈의 기능은 이렇게 의사 소통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눈 맞춤이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눈을 주목하여 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고, 이는 얼굴의 매력을 판단할 때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매력 판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크기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눈이 크면 클수록 더 매력적이다.

경험적으로 너무 당연한 진실, ‘눈이 클수록 더 매력적’이라는 것은 실제 다수의 심리학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증명된 사실이긴 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진실이 여성에게만 진실이라는 것이다. 여성 얼굴의 경우, 눈 크기와 지각된 매력 정도는 정비례 관계를 갖는다. 그런데 남성의 경우에는 이 주장이 일관되게 증명되지 않는다. 어떤 연구에서는 눈 크기와 남성의 매력 간의 관계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어떤 연구에서는 반대로 눈이 작을수록 남성의 매력이 높아진다는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확실한 것은 큰 눈이 남성의 매력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연구 결과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장동건, 원빈, 송중기, 박보검, 차은우 등 당대의 대표적인 미남의 얼굴을 보면 부리부리하게 큰 눈을 가지고 있으니. 하지만 비, 뷔, 박서준 등 무쌍 남성 연예인들의 경우 아주 엄청나게 큰 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물론 그들의 눈은 나보다는 무척이나 크다) 큰 눈이 미남의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왜 큰 눈이 미녀의 필수조건이지만 미남의 필수조건은 아닐까? 연구자들은 큰 눈이 ‘젊음’과 연관되어 있는 요인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아이들의 얼굴을 잘 보면, 얼굴에서 눈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는 점을 알게 된다. 얼짱이라고 불리는 아이들 대부분은 말 그대로 왕방울만한 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눈이 얼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나이가 들면서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성인이 되면, 아무리 눈이 커도 얼굴의 절반 정도를 눈이 차지하던 어린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눈이 큰 사람을 보게 되면, 눈이 작은 사람에 비해 더 어려 보이게 된다. 보통 ‘젊음’은 건강과 깊게 연관이 되어 있고, 건강함은 얼굴 매력의 중요 요소이니, 결론적으로 눈이 크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 왜 이 ‘젊음’이 남성의 얼굴 매력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못할까? 우선 ‘젊음’은 여성에 비해서 남성에게는 절대적인 미덕이 되지 못한다. 현실 세계에서 예를 들자면, 20대의 젊은 남성에 비해서 50대의 중년 남성의 매력이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남성의 피부는 여성에 비해서 더 두껍고, 콜라겐 섬유와 엘라스틴 섬유가 더 풍부해서 피부 노화가 더디게 진행된다는 의학적 설명에서부터, 50대 남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20대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영향을 끼친다는 사회문화적 설명 등이 더해진다. 특히 남성의 ‘젊음’은 유약함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성에서 유리한 속성이 아니다. 이 점도 성별 차이가 존재할 수 있는데, 쉽게 생각해보면 15세의 남성과 여성을 비교해 보자.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15세의 여성의 경우에는 성인 여성과 비교해서 신체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15세 남성의 경우에는 성인 남성과 비교 했을 때 여러 가지 점에서 약하다. 생존을 중시하는 진화심리학적 시각을 빌려서 이야기 하면, 유약한 남성은 경제 생산성이 낮아 보이고, 나를 지켜줄 능력이 부족해 보이므로 그렇게 매력적인 상대라고 보이지 않는다.

여성의 얼굴 매력 지각에만 큰 눈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상에 대해서 또 다른 연구자들은 성호르몬과 연관지어서 설명하기도 한다. 에스트로겐이라는 성호르몬은 여성의 성징을 발달시키는 데 영향을 끼치는데, 에스트로겐이 높을수록 눈이 크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이 있다.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지지되지 않은 주장이긴 하다.) 에스트로겐 수준이 높으면 여성적인 면모가 강해지고, 이렇게 높은 수준의 여성성은 매력요인이 되기 때문에, 눈이 크면 더 여성적으로 보이고, 따라서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어떤 주장이 옳은지는 알 수가 없으나, 확실한 것은 여성에게는 큰 눈이 얼굴 매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림 1. 델뵈프 착시 현상
그림 1. 델뵈프 착시 현상

현상적으로 명확한 이 사실을 뷰티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눈을 크게 보이게 하는 많은 화장 기법을 발달시켜 왔고, 심지어 성형을 통해서도 눈의 크기를 키우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눈을 크게 키우는 화장법은 기본적으로 아이라인을 두껍게 하고, 눈 꼬리 부분을 실제 눈 부위보다 더 길게 빼주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거기에 속눈썹을 연장하고 눈으로부터 확산형의 형태를 띠게 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마도 이와 같이 눈 크기를 키우는 화장의 최정점에는 스모키 화장이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before(민낯 얼굴)-after(스모키 화장 얼굴) 비교 사진은 이 스모키 화장이 얼마나 극적으로 눈 크기를 키울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렇게 화장의 기법을 통해 키워진 눈 크기는 본인 얼굴의 매력을 높여 준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런 화장법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하는 데 성공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분들에게 큰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그럼 여기서 나는 본업인 시지각visual perception 심리학자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왜 스모키 화장이 눈을 크게 보이게 하는 일종의 착시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 스모키 화장 효과의 원인에 주목하는 시지각 심리학자들이 여럿 있었다. 

어떤 심리학자는 델뵈프 착시delboeuf illusion 현상으로 스모키 화장 효과를 설명하려고 했다. 델뵈프 착시란 한 물체의 크기가 주변 자극의 영향으로 다르게 보이는 맥락효과의 일종인데, (그림 1)을 보면서 이해해보자. (그림 1)에 있는 세 개의 검은색 원은 모두 동일한 크기를 가진 같은 원이다. 그런데 가운데에 있는 검은원이 좌, 우에 있는 두 개의 검은원보다 크게 보인다. 이유는 검은원(중심원)을 둘러싸고 있는 원(주변원) 때문이다. 

이 그림을 다시 설명하자면,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검은원이 원본이고, 그 주변에 상당히 큰 주변원이 있는 경우(왼쪽)와 주변원이 중심원보다 조금 큰 경우(가운데)가 된다. 우선, 왼쪽에 있는 그림에서는 주변원이 매우 큰데, 이 경우에는 일종의 대비 효과contrast effect가 발생한다. 큰 원이 주변에 있으니, 내부에 있는 원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예를 든다면, 어디 가서 한 덩치 한다는 말을 듣는 나도, 마동석 배우 옆에 가면 매우 왜소해 보이는 경우와 같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와 달리, 가운데 그림에서는 주변원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 주변원의 크기가 작아 중심원과의 크기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으면 방금 언급했던 대비 효과 대신 동화 효과assimilative effect가 발생한다. 즉, 가운데 중심원의 속성이 주변원과 비슷하게 지각된다. 그래서 오른쪽 그림에서처럼 주변에 원이 없는 경우보다 더 크게 지각된다. 즉, 정리하자면 가운데의 중심원이 주변원과 크기 차이가 아주 크면 대비 효과가, 차이가 미미하다면 동화 효과가 발생한다는 설명이 된다. 

대비와 동화 효과는 시지각에서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상으로, 얼굴 매력에도 적용이 된다. 흔히 말하는 잘생긴 사람 옆에 잘생긴 사람이 있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두 사람의 매력 차이가 매우 크다면 대비효과, 그렇게 크지 않다면 동화 효과가 발생한다. 쉽게 말하면, 내가 박보검이나 뷔와 같은 미남 배우들과 함께 한다면 무자비하게 대비효과가 발생하여 내 얼굴이 실제보다도 더 못생겨 보일테지만 (속칭 오징어가 되겠지만), 나보다 조금 더 잘생긴 사람(연예인으로 예를 들긴 너무 어려워 예는 생략한다)과 함께 선다면 동화효과가 발생하여 내 얼굴이 실제보다 조금 더 나아 보이게 될 것이다. 만일 박보검이나 뷔와 함께 설 때에도 동화효과의 덕을 보고 싶다면, 얼굴 이외의 방법으로 차이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동일한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경우, 동화효과가 촉진된다는 연구 결과에 근거하면 말이다. (하지만 내가 박보검과 동일한 유니폼을 입고 있다고 딱히 동화효과가 나타날 것 같진 않다.) 아이돌 그룹의 경우에는 동화효과가 매우 강력하게 발생할 수 있는데, 우선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기본적으로 얼굴 매력도가 높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차이가 크지 않고, 무대 의상도 유사하게 착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에서도 특히 매력도가 높은 멤버를 비주얼 센터라고 부르며 가운데에 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 비주얼 멤버에게 동화되도록 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을 것이다. (물론 아이돌 관계자들이 동화효과를 알고 적용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서 이런 방식이 소속 아이돌 멤버들의 매력을 증진시킨다는 것을 알아냈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연구자들(Morikawa 등, 2015)은 델뵈프 착시를 얼굴에 적용했다. (그림 2)에서처럼 중심원을 눈, 주변원을 눈썹에 대입시켰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눈과 눈썹 사이에 동화효과를 만들면, 눈의 크기가 크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에 대해서 눈썹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 즉 눈과 눈썹 간의 거리가 좁은 경우에 눈 크기를 더 크게 지각하였다. 눈썹이 만들어 내는 주변원과 눈이 만들어 내는 중심원 간의 크기 차이가 적어져서 동화효과를 유발시킨 셈이다. 비슷한 아이디어로 아이섀도를 눈 주변에 적용시키면, 아이새도가 눈과 눈썹 사이를 채우면서 눈과 눈썹의 거리를 더 좁아보이게 만들었고, 그 결과 동화효과를 강하게 발생시켜 눈이 더 크게 보인다는 것이다. 실험에서는 실제 얼굴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그림 2) 오른쪽 그림과 같이 아이섀도우의 효과를 델뵈프 착시 도형에 적용하여 중심원과 주변원 사이에 그라데이션을 넣었더니 매우 강한 수준의 델뵈프 착시가 발생했음을 보여주었다. 

그림 2. 델뵈프 착시의 얼굴 적용 사례
그림 2. 델뵈프 착시의 얼굴 적용 사례

사실 스모키 화장 효과가 델뵈프 착시 때문에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 다른 가설들이 함께 제기되곤 한다. 예를 들면, 밀러-라이어 착시의 설명과 연관 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밀러-라이어 착시 (그림 3)은 대표적인 시지각 착시 중 하나로, 동일한 길이의 선분이 양 옆에 있는 화살표의 날개 방향에 따라 그 길이가 달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사실 이 밀러-라이어 착시에 대한 발생 원인에 대해서도 다양한 설명이 존재하는데, 그 중 갈등단서 이론(Day, 1990)에 의하면 선분의 실제 길이와 그 선분이 속해있는 전체 도형의 크기가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뮐러-라이어 착시가 발생한다. 화살표의 날개 부분이 바깥쪽으로 향하고 있으면, 전체 도형의 크기가 더 커지기 때문에, 날개 부분이 안쪽을 향하고 있는 경우보다 더 크게 지각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더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해당 선분이 속해있는 전체 도형의 크기가 크면 그 선분이 더 길다고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림 3)의 오른쪽 그림을 보면 위 도형 안의 두 점 간의 거리와 아래 도형의 두 점 간의 거리는 같지만, 위 도형이 전체 크기가 더 크기 때문에 위 도형의 두 점 사이가 더 길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림 3. 밀러-라이어 착시
그림 3. 밀러-라이어 착시

이 설명을 스모키 화장에 적용하면 그럴싸한 이론이 된다. 스모키 화장에서 아이라이너와 아이섀도로 눈 주변을 진하고 두텁게 그려주면 눈이 포함되어있는 전체의 도형을 민낯의 눈보다 크게 만들고, 이 결과 눈이 더 커져 보이게 된다. 또한 이 해석에 따르면, 아이라이너로 아이라인을 실제보다 더 길게 그린 경우에도 눈이 속한 전체 도형을 크게 만드는 행위가 되고, 속눈썹을 연장하여 확산형으로 뻗게 하는 것도 눈이 속한 전체 도형을 크게 만드 는 행위가 되니 해당 화장법을 통해 눈이 커 보이는 현상도 설명 가능하다. 

독자분들이 이런 설명법을 그럴듯하게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화장법을 시지각의 입장에서 설명하려고 하는 노력이 요즘 심리학의 분야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말하고 싶었다. 화장을 멋들어지게 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손재주를 가졌지만, 화장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나에게 어떤 사람은 그 이유를 물어보곤 한다. 나의 대답은 하나이다. “착시잖아. 가장 아름다운 착시.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그로 인해 스스로 더 만족하게 해 주는 착시.” 아직 화장과 심리학의 관계는 멀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씩 그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REFERENCES 
Morikawa, K., Matsushita, S., Tomita, A., & Yamanami, H. (2015). A real-life illusion of assimilation in the human face: eye size illusion caused by eyebrows and eye shadow.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9, 139. 
Day, R. H. (1990). The Bourdon illusion in haptic space. Perception & Psychophysics, 47(4), 4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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