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다음(NEXT) 화장품 시장이 될까?’ ⑧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KBS 객원해설 위원,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장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KBS 객원해설 위원,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장

 

신의주화장품공장은 1949년 9월 23일 설립된 북한 최대의 화장품생산 공장으로 평안북도 신의주 시에 위치하고 있다. 일제 침략기 일본인들의 화학 공장을 개조하여 1956년부터 튜브치약을 시작으로 1959년 화장비누, 1995년에는 화장크림을 생산하였다. 현재 주요 생산 품목은 화장비누, 치약, 화장크림, 머릿기름, 향수 등 화장품 일체와 세면용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1999년 6월 8일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 당시에 남신의주로 공장 이전을 지시하여 11월 7일 이전 공사에 착공하였다. 완공된 신축 공장은 연건평 약 2만4000㎡ 부지에 비누 직장, 치약직장, 화장품직장, 보조직장, 공업시험실 및 기술준비실을 비롯하여 수십 동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잇몸 염증을 예방하고 치아 우식증을 방지할 수 있는 기능에 특효가 있다고 선전하는 백학치약도 생산하고 있다. 

 

‘봄향기’ 주요 성분은 개성고려인삼 

1999년 9월 23일에는 창립 50돌 기념보고회, 2009년 9월 23일에는 창립 60돌 기념보고회를 진행하였다. 2015년 11월 10일에는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봄향기 화장품의 특별전시장을 새로 개장했다. 노동신문은 신의주화장품공장 내에 봄향기 화장품 전시장을 개설하여 수 십 가지의 화장품들을 진열해 놓고 찾아오는 주민들에게 봉사해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미안美顔실과 광학 미안실에서는 손님들의 피부상태를 분석해 주고 보건기관과 연계해서 탈모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피부병도 치료하고 있다고 했다. 봄향기 화장품의 경우 제품 질은 물론 용기와 케이스 등이 종전보다 훨씬 세련되어 외국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개선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화장품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화장품 세트에 향수까지 포함해 판매하고 있으며, 인삼 살물결(스킨)에는 생인삼을 통째로 넣어 제조해 구매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2016년 2월 6일 신의주화장품공장은 새로 개발한 다기능성 천연화장품이 보습과 미백, 노화방지 기능을 다 갖춘 제품으로 빠른 시일 안에 피부의 주름을 없애고 살결을 맑고 생생하게 해준다고 소개했다. 이 화장품은 개성고려인삼을 주성분으로 여러 가지 기능성 재료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신의주화장품공장의 봄향기화장품 전시장 ⓒ노동신문, 남성욱
신의주화장품공장의 봄향기화장품 전시장 ⓒ노동신문, 남성욱

2020년 1월 28일 노동신문은 “최근 신의주화장품 공장 일군들과 기술자, 노동자들이 현대적인 향수 생산 공정을 새로 확립하였다”며 신의주화장품공장 내부 사진을 공개했다. 신문은 “공업 시험소와 기술 준비실의 연구사들은 세계적인 향수 생산의 추세와 실태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데 기초하여 향수 원료에 대한 연구 사업을 꾸준하게 전개하여 향수 제조의 합리적인 배합 비율을 찾아내는데 성공 하였다”라고 전했다. 신의주화장품공장이 새롭게 향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선전이다. 

2020년 3월 8일에는 “신의주 화장품 공장에서 봄 향기 연구소 건설을 힘 있게 내밀고 있다”면서 관련 사진을 게재했다. 노동신문은 “불과 몇 달 사이에 연 건축 면적이 약 6000㎡인 건물 골조 공사를 끝낸 공장에서는 지금 외부 공사를 마감 단계에서 힘 있게 추진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요컨대, 연구소를 건립하여 연구 개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3월 17일에는 “우리 인민이 좋아하는 봄향기 화장품이 자동화된 흐름선(벨트)을 타고 줄줄이 생산되어 나오고 있다”면서 관련 사진을 게재했다. 공장 생산 설비의 자동화를 구축한 것이다. 또한 3월 23일에는 “신의주화장품공장에서 악성 세균 및 비루스(바이러스) 제거를 위한 소독용제 개발과 생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신문은 “공업시험소의 연구사들은 손 세척 젤, 소독비누, 소독용 향수 등을 우리식으로 생산할 것을 결의해 나섰다”라고 전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신의주화장품공장이 소독제를 생산하고 있다.

평양화장품공장이 선대 김일성과 김정일의 작품이라면 신의주화장품공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 공장으로 최첨단 설비를 갖췄다. 이 공장에선 향수와 립스틱, 동안童顔 피부용 종합 화장품 및 온갖 종류의 크림 등이 생산된다. 공장 측은 생산되는 크림과 미용비누 등에 인근에서 생산되는 약수가 사용되기 때문에 품질이 특히 좋다고 강조했다. 신의주를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도 한 세트 가격이 1000위안(약 19만원)이나 하는 신의주공장 봄향기화장품을 기꺼이 구매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신의주화장품공장에 관심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2018년 6월 신의주화장품공장을 방문해 스킨을 직접 손에 발라본 뒤 “만족에 대만족”이라고 크게 칭찬했다. 김 위원장은 “신의주화장품공장에서 이미 거둔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하여 계속 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생산 공정에서 손노동을 완전히 없애고 공업화하기 위한 현대화사업”을 강조하는 한편 “평양 시내에 신의주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하는 봄향기 화장품을 전문 판매하는 상점을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공장자동화를 구축하고 전문판매장을 개장했다. 김정은의 현지지도 이후 신의주공장 화장품은 스킨, 로션 위주의 기초화장품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능성 제품의 개발이 시작됐다. 

신의주화장품공장의 제품은 전통적으로도 북한 내에서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2020년 경제건설 총력 집중 노선을 채택한 북한 당국이 새로운 모범 사례로서 이 공장을 선정·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신의주화장품공장은 모범공장 및 노력 동원의 소재로서 활용되고 있다.

한편 북한의 홍보잡지인 『조선의 오늘』은 2020년 4월 30일 신의주화장품공장 리광숙 씨의 수필 ‘준마처녀의 소중한 추억’을 보도하였다. 그녀가 처녀시절에 창작한 가사 ‘준마처녀’에 관한 기사다. 어린 시절부터 남달리 문학을 사랑했다는 그녀는 봄향기 화장품으로 온 나라에 소문이 자자한 신의주화장품공장에서 보람찬 노동생활 체험을 소재로 하여 가사 ‘준마처녀’를 창작하였다고 한다. 발표한지 20여년이 흘렀지만 노동자 특히 처녀들은 이 노래를 사랑하며 즐겨 부르고 있다고 한다. 이 노래를 사랑하는 우리 공장 동무들도 나를 두고 봄향기 화장품이 낳은 ‘준마처녀’라고 정담아 부르고 있다고 선전했다. 꽃 같은 처녀시절은 지나갔어도 오늘도 불리우는 정다운 그 부름 ‘준마처녀’는 나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는 회고풍의 노래로서 여성 노동자들이 희생과 헌신으로 열심히 일할 것을 강조하는 노동자 생산 독려 가요다. 

‘준마처녀’의 소중한 추억 
우리 공장 동무들 웃으며 말을 해요 
아니 글쎄 날 보고 준마탄 처녀래요 
하루일 넘쳐 해도 성차 안하는 
내 일솜씨 참말로 번개 같다나… 
신의주화장품공장 리광숙 

노동신문은 2021년 12월 1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0주기 기일(17일)을 앞두고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추모기사 중에 특이한 장면은 신의주화장품 공장에 게시된 구호였다. 가루 비누를 많이 생산하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를 새긴 신의주화장품공장 내부 전경 사진을 내보냈다. 

북한 화장품 생산 담당부서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사인 화장품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2021년 8월 29일 북한 선전 매체 ‘메아리’는 조선과학기술총연맹 중앙위원회 주최로 8월 26~27일 전국 화장품 부문 과학기술발표회와 학술토론회가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행사는 “화장품 공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 세우기 위한 당의 뜻”에 따라 그간 관련 분야에서 이룩한 과학기술 성과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발표회에서는 ‘원료·자재·설비의 국산화와 재자원화, 신제품 개발, 품질 제고’를 주제로 40여 건의 논문이 제출됐다. 매체는 “화장품 원료, 자재의 국산화와 재자원화를 실현하고 생산 공정의 현대화 수준을 높이며 세계적 발전 추세에 맞게 새 제품들을 개발하는 데서 나서는 과학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 가치 있는 논문들”이라고 소개했다. 이중 특히 ‘박하향을 넣은 비듬 제거 샴푸 제조’ ‘붉나무 벌레 집으로부터 천연머리칼 염색제 제조’ ‘효소법에 의한 밀단백분해물 제조’ ‘솔 꽃가루를 이용한 화장품 제조’, ‘비누용 측백 향료 제조 방법'을 다룬 논문이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신의주화장품공장 내부 ⓒ남성욱
신의주화장품공장 내부 ⓒ남성욱
북한 화장품 생산 담당부서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사인 
화장품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북한의 화장품 제조 기술도 발전을 거듭해서 
우리나라의 1990년대 수준까지 급성장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번 토론회에서 ‘박하향’ ‘붉나무 벌레집’ ‘솔꽃 가루’ ‘측백 향료’ 등 천연 추출물을 이용한 제조 방법이 주목받은 것도 원료의 국산화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또 비듬 제거 샴푸와 염색약이 관심을 끈 것도 눈에 띈다. 기초나 색조 화장품 등 피부가 아닌 헤어 관리 제품 개발에 주목한 것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외모에 상당한 신경을 쓴다는 의미로 추측된다. 발표회에는 경공업연구원 향료화장품분석연구소,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 평양화장품공장, 신의주화장품공장, 평양향료공장, 순천지구청년탄광련합기업소 순천탄부물자생산사업소 등의 일꾼들과 교원, 연구사, 박사원생이 참여했다. 학술토론회에서는 다용도 화장품 개발 방향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북한 화장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대중국 수출품으로도 경쟁력이 올라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 원료를 대부분 중국 등지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여전히 가격이 비싼 편이다. 일반 주민들 사이에선 화장품이 사치성 제품이란 인식이 아직 남아있다.

현재 화장품은 화학제품이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대상이다. 이에 북한산 화장품은 중국시장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로 둔갑하는 것이 관행이다. 2021년 1월에는 ‘은하수'가 유라시아 경제동맹(러시아를 중심으로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이 회원국)의 품질 인증을 받았다. 조선중앙통신은 2021년 6월 29일 북한 화장품의 광고성 기사를 게재했다. 김 위원장이 여성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서 많은 것을 제공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봄향기, 은하수, 나리 등의 제품군을 소개하며 해외유명 기업 제품과도 견줄만한 천연물질 화장품들을 소개했다. 특히 ‘항산화제’가 세계적 추세라며 이를 받아들여 화장품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자평했다.

 

중국 이커머스서 북한화장품 구입 가능 

2021년 기준으로 북한의 화장품 제조 기술도 발전을 거듭해서 우리나라의 1990년대 수준까지 급성장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금형기술이 부족해 화장품 용기가 조잡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포장재 역시 디자인이나 형태가 여전히 미흡하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중국 무역관이 2020년 6월 26일 발표한 북한정보 동향 보고서인 ‘해외진출 준비하는 북한 화장품–봄향기春香’는 최근 중국내 북한 화장품 판매 동향을 분석하였다. 중국의 아마존이라 일컬으며 중국 2위 이커머스 기업인 징둥 닷컴JD.COM에 ‘봄향기’ 화장품 50여건이 올라왔고 제품 구매도 가능하다. 징둥닷컴에는 봄향기 외의 제품은 검색이 안 되었다. 봄향기는 징둥닷컴내 입점한 여러 브랜드를 취급하는 멀티샵인 좐잉뎬의 20여 곳에서 판매중인 것으로 조회 됐으며 가격대는 100~600위안으로 형성됐다. 보고서는 2020년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북한 화장품 제품은 천연 비누며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소개했다고 전했다. 중국 중앙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신의주화장품공장에서 월평균 20만개의 화장품이 생산됐다고 한다. 북한은 봄향기 화장품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 국가와 업무협의를 진행했다. 코트라는 중국과 북한에서 젊은이들이 사랑을 표현할 때 봄을 선물한다는 의미로 ‘춘향春香’ 화장품을 주기도 하며 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기 때문에 중국내 판매 신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영화 ‘더레이오버’의 한장면, 가공의 북한산 화장품 ‘자기’가 등장한다 ⓒ 온라인커뮤니티
영화 ‘더레이오버’의 한장면, 가공의 북한산 화장품 ‘자기’가 등장한다 ⓒ 온라인커뮤니티

북한이라는 폐쇄적인 사회는 21세기 지구상에서도 매우 유일한 사례다. 북한에 대한 관심은 서구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특이한 사례도 발표되었다. 영화를 통해 북한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2017년 조셉 스탠쿠스 감독이 제작한 두 여배우의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인 ‘더레이 오버The lay over’에 두 여주인공 중 한명인 멕(케이트 업튼)이 품질에 비해 매우 저렴한 ‘자기’라는 싸구려 화장품을 팔려다가 이 제품이 북한산인 것을 알게 되면서 도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북한산 화장품이 싸구려이며 저가라는 것을 상징하는 사례로 등장한 것이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 화장품이 소재로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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