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다음(NEXT) 화장품 시장이 될까?’ ④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KBS 객원해설 위원,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장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KBS 객원해설 위원,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장

 

북한의 화장품 공장은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 약 400가지 이상의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물론 생산이 중단된 제품까지 포함한 수치다. 한겨레신문은 1989년 2월 15일 북한 백화점에서 구입한 화장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당시 소개된 화장품은 스킨, 크림, 콤팩트, 파운데이션, 립스틱, 볼터치, 머릿기름 등이었다. 북한에서는 흔하지 않은 남성용 화장품도 포함되어 있다. 30여년이 지난 현재 북한 화장품은 당시와 비교하여 품질은 물론이고 포장 용기가 훨씬 세련됐다. 화장품 세트 구성 품목은 당시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으로 다양화되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북한 화장품 시장규모를 2017년 1000여억 원에서 오는 2030년이면 12배인 1조 600억 원(8억 7000만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분명하다. 15조 원 규모의 남한 시장과 격차는 크지만 시장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GDP 대비 약 0.4%를 화장품 소비에 투자해 세계 평균 수준인 0.6%에 육박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화장품 소비를 ‘문명의 높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순우리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장품을 일컫는 용어들도 한국과 조금씩 다르다. 외래어 표현 사용을 지양하고 토속적인 우리말을 쓰고 있어 북한 화장품을 보는 순간, 머릿속으로 이건 뭐지 하고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금방 북한 화장품 용어를 이해하게 된다. 다만 북한 화장품 이름도 ‘삐야’와 같이 우리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표현은 외래어를 북한식으로 에둘러 부르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이해가 잘 안되는 정체불명의 단어가 나타난다. 

대표적인 북한 인기 화장품은 3대 주요 기업에서 생산하는 4대 브랜드다. 3대 기업은 당초에는 비누, 치약 등의 생필품을 제조하였지만 이제는 살결물, 물크림, 입술연지 등 다양한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민들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여 색조화장품, 미안막(마스크팩), 자외선 차단제(선크림)을 비롯하여 기미 제거, 미백 등 기능성화장품까지 거의 모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표 1. 남북한의 화장품 용어 차이 ⓒ남성욱 교수 정리
표 1. 남북한의 화장품 용어 차이 ⓒ남성욱 교수 정리

북한 화장품의 4대 브랜드는 평양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하는 ‘은하수’, 봄향기합작회사에서 생산하는 ‘봄향기’와 ‘금강산’, 묘향천호합작회사에서 생산하는 ‘미래’다. 이중에서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은하수 화장품과 봄향기 화장품이 넘버 원투로 인기가 높다. ‘은하수’ 화장품은 낮용 크림, 밤용 크림, 천연살결물, 물크림이 있고, 한국의 클렌징 폼 격인 세척크림도 나온다. 북한 평양화장품 공장은 ‘은하수’ 브랜드를 내세워 다양한 화장품을 출시하고 있다. 2014년부터 은하수 브랜드를 내세운 10종의 ‘자외선 피부보호 화장품’이 출시됐다. 살결물과 물크림, 크림, 기름크림, 분크림, 겔(젤) 등으로 다양하며 계절과 기후특성, 피부의 성질에 맞게 이용할 수 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사무, 외출, 등산, 해수욕 등 여러 가지 환경들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화장품은 이용자들이 쓰기에 편리하게 구분되어있다”고 소개했다. 조선신보는 “5살부터 12살까지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든 자외선방지 겔도 있다. 공장 관계자에 따르면 ‘자외선 피부보호 화장품을 비롯한 기능성화장품을 많이 연구개발하고 제품화할 데 대한 방침은 김정은 원수님께서 내놓으신 것’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매체들은 평양화장품공장에서 생산되는 은하수 브랜드 화장품도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북한 대외용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2016년 1월 28일 ‘은하수 화장품을 세계적인 화장품으로’라는 제목의 글에서 “평양화장품공장 일꾼들과 노동자들이 은하수 화장품을 세계적인 화장품으로 만들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지난해에 자체의 기술역량으로 80여 가지의 화장품을 사람들의 기호와 특성, 취미, 사용용도 및 방법에 따라 분류하고 제품규격을 과학적으로 설정해 질을 높일 수 있는 전망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그림 1. 평양화장품공장 연구원들 ⓒ남성욱 교수 제공
그림 1. 평양화장품공장 연구원들 ⓒ남성욱 교수 제공

내수용 화장품 ‘봄향기’는 북한 여성들과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화장품이다. ‘봄향기’ 이름은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작명을 했다. 신의주 화장품 공장을 시찰할 당시에 생산 완료된 화장품을 신혼부부들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상표 이름을 ‘봄향기’로 붙이도록 지시했다. ‘봄향기 화장품’은 개성고려인삼 크림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봄향기’ 상표의 화장품 가짓수가 늘어나서 그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북한의 색조 화장품 생산과 유통은 제한되어 있으며, 화장품 원료는 천연소재를 많이 이용한다. 
북한의 4대 화장품 브랜드는 평양화장품공장의 ‘은하수’, 
봄향기합작회사의 ‘봄향기’와 ‘금강산’, 묘향천호합작회사의 ‘미래’가 꼽힌다. 
고려인삼 추출물을 주원료로 한방 약재를 배합한 ‘봄향기’는 
국제발명전시회에 두 번이나 입상하고 세계 20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북한의 효자 수출품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려인삼 추출물을 주원료로 하고 수십 가지의 한방 약재를 배합해서 만든 ‘봄향기’는 종전에 개성인삼살결물, 개성인삼물크림 등 10여개 품종에 그쳤으나 2017년부터 다양한 첨단 기능성화장품을 출시했다. 미백 기능성화장품으로는 ‘미백 살결물’과 ‘미백 물크림’ ‘미백 영양액’이, 자외선 차단제로는 ‘햇볕 방지 크림’이 새로 나온 상품이다. ‘봄향기’는 국제발명전시회에 두 번이나 입상하고 소량이나마 세계 20여 개 국에 수출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북한의 효자 수출품이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화장품 산업은 기초 화장품 중심이며 색조 화장품의 생산과 유통은 제한되어 있다. 

봄향기화장품회사에서 생산하는 ‘봄향기’가 내수용 화장품이라면 ‘너와나’는 수출용 브랜드 화장품이다. ‘너와나’는 북한에서 생산되는 갖가지 한방 식물성 약재 성분을 추출해 만든 고기능성 화장품으로서 우수한 노화방지 효과 덕분에 빠른 속도로 성장했으나 김정은 시대 들어 대부분 ‘봄향기’ 브랜드로 대체되었다. 북한의 화장품 산업은 인공 및 합성원료 대신 천연원료를 많이 이용하는 고급 기능성화장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의 화장품들은 화장공업 발전 낙후로 인공화학 재료보다는 천연재료를 많이 이용한다. 세계 4대 치료용 유황 갯벌인 평안남도 온천군 광량만의 자연퇴적 유황 갯벌을 원료로 한 ‘광량’이라는 화장품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광량만의 유황 갯벌은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각종 트러블을 잡아주는 제품으로 탈모방지 샴푸, 비누, 팩 등의 다양한 제품으로 생산되고 있어 남녀노소가 널리 애용하고 있다. 봄향기화장품회사에서 생산하는 다른 인기 브랜드인 ‘금강산’ 화장품은 종류가 다양하여 살결물, 물크림, 크림, 미백영양물, 밤크림, 자외선방지크림, 수세미오이 살결물이 있고 세면크림도 판매된다. 또한 금강산의 개성고려인삼 라인으로 일반 살결물, 생인삼살결물, 크림이 있다. 

그림 2. 평양백화점에서 화장품 구매에 열중인 여성들 ⓒ남성욱 교수 제공
그림 2. 평양백화점에서 화장품 구매에 열중인 여성들 ⓒ남성욱 교수 제공

묘향천호합작회사에서 생산하는 ‘미래’ 화장품은 김정은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브랜드다. 개성인삼을 주원료로 하는 특화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개성고려인삼치약이 있으며, ‘옥류’ 브랜드의 인삼비누도 생산된다. 낱개 화장품뿐만 아니라 세트 상품도 있다. 세트 상품의 기본 구성은 살결물, 물크림, 밤크림, 분크림 등이다. 고급 세트는 보습과 수렴 효과가 있는 두 가지 살결물이 들어있고 미백영양물, 물크림, 크림, 밤크림, 분크림 등 7가지로 구성된 개성고려인삼화장품 세트도 있다. 개성고려인삼 라인의 화장품 세트는 북한 여성들이 결혼할 때 받는 혼수로 가장 선호하는 제품이다. 평양에서는 인민반장에게 결혼한다고 하면 당국에 보고하여 화장품 쿠폰 격의 구매표를 발급받아 준다. 상점에서 구매표를 제시할 경우 봄향기 화장품 세트를 받을 수 있다. 황금색 포장용기와 외관이 한국산 화장품을 벤치마킹하여 세련되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자랑한다. 

2017년 들어 평양 시내에 위치한 화장품 판매점에서 피부 측정기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남한의 화장품 전문 매장이나 피부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이 피부 측정기는 소비자들이 피부 검사를 통해 본인에게 알맞은 화장품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기계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북한의 대표적인 화장품 제조회사인 ‘봄향기합작 회사’에서 소비자들이 피부 측정기를 통해 알맞은 화장품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 봉사를 시작한 뒤 판매점을 찾는 주민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림 3. 개성고려인삼 화장품 세트 ⓒ남성욱 교수 제공
그림 3. 개성고려인삼 화장품 세트 ⓒ남성욱 교수 제공

‘고객 관리’ 차원에서 피부 측정기가 등장할 정도로 화장품 산업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의 화장품에 대한 관심과 역사는 거의 정권 수립 당시로 올라간다. 북한의 여성들은 “옥수수 죽을 먹더라도 화장품은 고급을 써야한다”는 말을 할 정도로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남한의 여성들만큼 높다. 기능성화장품을 선호하는 것 역시 우리 남한과 비슷하다. 최근에는 평양 화장품 공장에서 다양한 기능성화장품을 새로 개발해서 출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평양 화장품공장에서 머리칼에 광택과 매끈한 감을 주는 염색크림, 피부오염을 방지하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는 세척크림, 노화를 막고 면역 활성에 좋은 쑥머리물비누 등 여러 가지 기능성화장품을 새로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미백뿐만 아니라 주름개선 화장품도 있다. 평양화장품공장에서 만들어진 ‘은하수’는 기존 화장품에 포함되는 성분 외에 비타민E, 인삼, 당귀 성분을 함유하여 피부 노화를 막고 세포의 영양상태를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 ‘은하수’에는 개성고려인삼크림, 개성고려인삼물크림, 개성고려인삼살결물, 자외선방지크림, 유액분크림이 있으며 여느 기초화장품들과 달리 피부의 보습기능을 높이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사실 이 화장품들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값도 비싸서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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