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성장 없이 지속가능할까?”

그 고민을 책에서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기후를 위한 경제학』이다. ‘지구 한계 안에서 좋은 삶을 모색하는 생태경제학 입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입문서이지만 읽는게 쉽지만 않다. 생소한 용어들이 꽉꽉 들어차 있고, 다양한 이론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든다. 그래도 저자가 낯선 이론과 흐름을 잘 정리해 준다. ‘기업이 생태적 책임을 지는 방식에 대한 유형 분류와 국가의 역할’, ‘부침을 겪어온 성장주의 신화’와 같은 저자가 공들여 직접 구성한 개념도 형식의 그림 자료도 눈길을 끈다.

저자(김병권)는 기후경제와 디지털경제 정책연구자다. 2019~2022년까지 정의당 부설 정의정책연구소장을 맡았다. 학부는 화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원은 경제학 석사와 사회학 박사를 수료했다.

국내 저자가 집필한 최초의 생태경제학 입문서인 이 책은 생태경제학이 어떤 문제의식으로 출발했으며 기존 경제학과 다른 원칙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제시하는 주요한 이론 틀, 다양한 주장들과 특별한 정책 수단들을 차례로 검토한다.

‘생태경제학(ecological economics)’이란 무엇일까? “생태경제학은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보면서 녹색성장까지를 포함한 성장의존주의에 대해 선을 긋는다. 또한 성장주의를 넘기 위해 반드시 자본주의로부터 탈출이 필요하다고 명시적으로 전제하지 않는다.”(272쪽) 즉, “지구 생태적 한계 안에서 인간의 경제가 존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우리 경제가 어떻게 지구 생태 한계선 안에서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 모색하고 있다. ‘탈성장’도 생태경제학이라는 접근법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 책은 무한히 성장하는 경제의 종말을 설명하면서 케네스 볼딩이 1966년 발표한 짧은 에세이 ‘다가오는 우주선 지구의 경제학’을 소개한다. 과거에는 지구를 무한한 평원으로 생각해 살던 곳의 초원이 황폐해지면 내버려둔채 다른 초원을 찾아가던 ‘카우보이 경제’라면, 20세기 중반 이후로 지구는 여전히 똑같지만 미지의 땅은 더 이상 없어 미래의 경제는 ‘우주인 경제’가 되어 지구는 하나의 우주선이 된다는 것이다. 즉, 자원이나 폐기물을 수용할만한 저장고도 없고 이용을 제한할 수 밖에 없다는 은유이다. (134~139쪽)

이같은 ‘우주선 지구’ 상황은 기후위기와 연결된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서 잠시 머물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적’되기 때문이다.”(169쪽)

이 상황을 극복할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아무리 획기적인 기술이 뒷받침해준다 해도 유 한한 지구에서 더 이상의 물질적 팽창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도 명확히 인식하고, '경제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에너지와 자원 처리량을 최소화할 새로운 경제제도 전망을 모색해야 한다”고 정리한다.(197쪽)

저자의 이같은 생각은 성장 패러다임을 거부하면서도 생태거시경제적 접근법으로 정책 설계를 모색하는 허먼 데일리, 팀 잭슨이나 ‘도넛 경제학’으로 유명한 케이트 레이워스 등의 견해와 맞닿아 있다.

이 책에는 곱씹어야 할 '지혜'와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다. 가령 “조르제스쿠-로젠에 따르면 미래세대가 현재 시장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시장 메커니즘은 미래세대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못하는 '생태적 시장실패(ecological market failure)'가 발생하는데, 그로 인해 현재세대가 미래세대의 이익을 임으로 침해하는 현상을 '미래에 대한 현재의 독재(a dictatorship of the present over the future)’라고 부르기도 했다.”(298~299쪽)

“생태경제학은 여가와 노동(소득)을 서로 상충하는 것으로 보면서, 노동을 가급적이면 회피함으로써 여가를 극대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생태경제학은 우선 군수산업과 광고산업, 패스트패션 산업 등과 같이 ‘불필요한 생산과 노동을 없앰’으로써 물질적 처리량을 줄이고자 한다.”(328쪽)

“생태발자국, 참진보지수, 인간개발지수는 물론이고 환경성과지수(Environmental Perform ance index), 행복지수(Happy Planet Index) 등은 가격이 담지 못하고 있는 많은 정보들을 화폐단위 또는 비화폐단위로 표현하고 있고, 이들은 기후위기나 생태위기 대응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334~335쪽)

“최소한 시장 안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지구 생태계 한계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규칙을 제대로 만들고 정부가 책임지고 심판 노릇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발적으로 규칙을 지키는 기업들도 더 빛나게 될 것이다. … 기업들의 자율 규제를 믿자는 주장은 순진한 발상을 넘어 매우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다.”(354쪽)

이 책은 1장에서 생태경제학이 탄생한 배경과 역사를 되돌아본다. 2장에서는 생태경제학을 다른 모든 경제학과 구분을 지어주는 생물리학적 기초를 확인한다. 열역학 제1법칙(에너지 보존 법칙)이 기존의 생산함수를 어떻게 수정하도록 만드는지, 그리고 열역학 제2법칙(엔트로피 법칙)은 경제의 무한성장에 어떻게 한계를 지우는지에 대해서 살펴본다. 인간의 경제활동은 자연과 끊임없이 물질대사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연계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열역학 법칙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관점이다. 3장에서는 ‘경제의 무한성장’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4장에서는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넘어서지 않기 위해 무한성장을 제한할 경우 우리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고 유지될 수 있을지 짚는다. 5장은 생태경제학의 분배정책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글로벌 화장품 대기업들이 지속가능 성장, 탄소 발자국과 같은 기후위기(Climate crisis)에 왜 그토록 신경을 쓰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다. 기후위기는 화장품산업에도 크나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설령 생태경제학을 찬성하지 않더라도, 저자와 의견이 갈리더라도. 너무 어려워서 다 이해 못해도. 다 읽지 못해도. “시스템의 변화가 없는 개인적 실천은 거의 의미가 없기” 때문(346쪽)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연은 우리와 타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228쪽)

[김병권 지음/착한책가게/448쪽/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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