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할리 데이비슨이 파는 것은 바이크가 아니다. 우리는 체험을 판다.” - 본 빌스, 할리 데이비슨 전 CEO

 

1980년대 혼다의 급성장으로 기세가 눌린 할리 데이비슨은 1983년 ‘할리 오너스 그룹’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든다. ‘To Ride and Have Fun’이라는 모토 아래 운전자 교육, 단체 오토바이 여행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 할리 데이비슨을 타는 사람들의 결속과 욕구를 충족시키는 전략이었다. 이를 통해 할리 데이비슨은 업계 1위를 탈환하며 재기에 성공한다(https://www.kipa.org/webzine/vol462/sub06.jsp). 브랜드 경험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필자는 최근 카카오 선물하기를 통해 핸드크림을 선물로 받았다. 화장품을 업으로 한 지 오래이기 때문에 화장품을 선물로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2만원대의 저렴하지 않은 핸드크림이었는데 이미 책상에 여러 개의 핸드크림이 있는 터라 큰 감동 없이 ‘고맙다’는 메시지를 하고 주소를 입력했다. 다음 날 도착한 핸드크림을 발라보고는 깜짝 놀랐다. 마치 손에 향수를 바르는 것 같았고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움직일 때 마다 좋은 향이 코 끝에 살랑였다. 바를 때 마다 기분이 좋아 카카오 선물하기를 통해 벌써 3명의 지인에게 같은 핸드크림을 선물했다. 새로운 경험을 선물한 그 브랜드가 좋아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그리고 쇼핑몰 후기 등을 살펴보니 향에 대한 좋은 후기가 많았다. 브랜드 쇼핑몰에서의 브랜드 소개에도 향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필자에게 그 브랜드는 ‘향이 좋아서 선물하고 싶은 특별한 브랜드’로 기억되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광고 하나가 있다. 전지현이 “H는 묵음이야”라고 말하는 길림양행의 아몬드 브랜드 ‘HBAF(바프)’다. ‘허니버터아몬드’라는 상품으로 이미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회사였는데 2월부터 온에어 된 광고로 브랜드로 거듭나는 중이다. 한 때 카피 제품들이 무분별하게 등장하면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위협받았었다. 허니버터아몬드를 카피해서 판매하는 업체가 10곳 이상이었는데, 포장 디자인이 비슷해 소비자들이 타사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독특한 제조법을 개발해 제품력을 높였지만 제품력만으로 카피 제품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웠다.

‘HBAF(바프)’는 제품의 차별화와 마케팅의 차별화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함으로써 이러한 상황을 돌파할 수 있었다. HBAF(바프)의 경험 마케팅은 3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34가지 맛으로 가공 아몬드 제품의 라인업을 진행해 카피 제품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시식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둘째, 의인화 된 귀여운 아몬드 캐릭터를 활용한 패키지 디자인과 캐릭터 마케팅을 통해 시각적으로 차별화되는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했다. 셋째, 생소한 발음의 브랜드 네이밍과 전지현이라는 모델을 활용한 광고 캠페인으로 감각적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제공했다. 바프의 CF는 1개월만에 유튜브 조회 약 550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길림양행은 아몬드 및 견과류로 연간 14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작년 한 해만 1억215만 봉지의 견과류를 팔아 치웠다(“H는 묵음이야”의 아몬드, 맛도, 마케팅도 ‘바프 스타일’ 신화를 쓰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021년 4월).

신제품에 대한 기획이 활발한 요즘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던 브랜드들은 더욱 치열하게 신제품을 준비할 것이다. 비건, 클린뷰티, 유기농, 마이크로바이옴, 안티폴루션, 더마, 면역 등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트렌드 키워드를 찾아 그에 발맞춰 기획되는 제품들 중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 브랜드는 몇 개 정도가 될 수 있을까? 온라인몰의 상세페이지에 마우스 스크롤을 무한히 내리게 하는 제품에 대한 설명 중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 정보는 얼마나 될까? 넘쳐나는 브랜드의 마케팅과 정보 속에서 소비자가 주목하고 인지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모바일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환경에서 소비자는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하게 되었다. 소비자에게 특별하게 기억되고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은 브랜드가 되고 싶다면 상품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이르기까지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브랜드 경험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최우정 어반디지털마케팅 브랜드투자사업본부 본부장

▶ 동성제약에서 20여 년 동안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현재 (주)어반디지털마케팅에서 브랜드 투자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브런치에 작가명 “다이버토리”(https://brunch.co.kr/@divertory)로 글을 쓰고 있다.
▶ 최우정의 ‘BRAND WITH A BRANDSHIP’은 더케이뷰티사이언스 2020년 1월호부터 2021년 6월호까지 매월 게재됐다. 이 칼럼을 온라인으로 읽고 싶다는 독자 의견을 반영해 매주 1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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