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고객이 접하는 브랜드의 수가 과거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진 환경에서, 고객과의 정서적 관계는 고객충성도를 확보하고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트렌드코리아 2021』

 

상품을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상품의 차별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경쟁 상품과의 차별적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가치를 소비자가 차별적으로 느끼는가 하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다. 좋은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 어떤 상품을 선택하더라도 크게 실패하지 않는 시대에 브랜드 담당자는 상품을 고민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브랜드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비자에게 상품의 가치는 기본이고 ‘브랜드에 세계관이 있는가?’, ‘브랜드가 얼마나 건강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가?’,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에 내가 동의하고 관계하고 싶은가?’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

세계관은 어떤 지식이나 관점을 가지고 세계를 근본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나 틀이다.(위키피디아(ko.wikipedia.org) 철학으로 대체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으며 유니버스universe로 얘기 하기도 한다. 세계관은 영화, 소설, 게임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개념이다. 특히 ‘MARVEL(마블)’이 독립적인 영화들을 하나로 묶으면서 마블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그걸 계기로 ‘세계관’이란 개념이 보편적으로 쓰여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EBS의 캐릭터 펭수,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부캐(부캐릭터)인 유재석의 유산슬, 이효리의 린다G 등이 캐릭터의 세계관을 잘 활용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세계관은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확장될 수 있다. ‘놀면 뭐하니?’ 프로그램이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방송인 유재석 씨가 “놀면 뭐하니?”라면서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스토리텔링에서부터 시작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직업의 다양성 등을 추구하면서 세계관을 확장해나갔다.(올해 트랜드, 스토리텔링 넘어 세계관 확장, 파이낸셜 리뷰, 2020.02.17.) 세계관은 스토리텔링과 떼어서 말할 수 없다.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이 독자적인 세계관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브랜드에 있어서 상품, 프로모션, SNS 운영 등은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가 세계관을 갖기 위해서는 세계관을 고려한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

이러한 브랜드의 세계관 구축은 고객충성도와 전적으로 동기화된다. 고객충성도는 고객과의 정서적 관계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경쟁 브랜드와 비슷한 상품이라고 할지라도, 또는 경쟁 브랜드에 비해 값을 좀 더 지불해야 할지라도 해당 브랜드의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명분으로 연결된다. 고객이 접하는 상품과 브랜드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마음을 브랜드에 잡아둘 수 있는 방법은 소비자와 정서적으로 관계할 수 있는 브랜드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와 정서적으로 관계하는 브랜드로 뷰티 업계 최초의 부캐 시즌제를 자처하는 이니스프리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인스타그램 계정 ‘크레이지 이니스프리 시스터즈(@crazy_innisfree_sis)’는 ‘크이시’라 불리는 이니스프리 부캐 계정이다. ‘이니스프리에 미친 자매의 이니스프리 탐구생활’이라는 슬로건 아래 2명의 이니스프리 담당자가 부캐로 나서서 소통에 앞장서고 있다. ‘크이시’ 담당자는 “이니스프리 하면 많은 분들이 푸른 자연의 느낌을 떠올리실텐데요. 이외에도 브랜드가 가진 새로운 측면을 소비자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어서 크이시 계정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SNS로 브랜드 ‘찐팬’ 좀 만들어본 관리자들의 노하우 대방출, 캐릿(www.careet.net).2021.03.03.)라고 기획의도를 소개한다. 그동안 이니스프리가 추구했던 브랜드 톤앤매너와 달리 흥이 넘치는 마케터 2명이 자처하는 브랜드 부캐는 MZ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며 이니스프리의 ‘찐팬(진짜 팬)’을 만드는 중이다.

브랜드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 거창하고 어렵게 여겨진다면 좀 더 쉽게 세계관 마케팅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이미 구축되어있는 브랜드 세계관에 상품을 컬래버레이션하는 것이다. 곰표 밀가루 쿠션 파운데이션, 곰표 밀가루 썬크림, 곰표 밀맥주, 곰표 밀가루 패딩 등이 컬래버레이션하여 큰 성공을 거둔 일이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곰표’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대한제분 김익규 팀장은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기준에 대해 “곰표는 밀가루 브랜드이며 브랜드 코어 아이덴티티가 ‘즐거운 요리 동반자’인데 이 속성에 잘 맞는지, 젊은 층이 즐거워할만한 것인지가 협업을 결정하는 기준”이라며 “곰표의 상징인 북극곰은 하얀 털을 갖고 있으며 항상 환하게 웃는 귀여운 캐릭터인데 이 캐릭터와도 잘 맞는 제품인지가 고려 대상”이라고 설명했다.(곰표패딩, 뜬금없다구요?… 67년 된 브랜드의 생존 마케팅, 브랜드브리프, 2019.12.02.)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제대로 잘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요즘이다. 너무나도 많은 시장의 선수들이 똑같이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라면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와 인정을 이끌어내고 소비자들로부터 정서적인 공감과 지지를 얻어냈을 때 일을 제대로 잘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품의 USPunique selling point로 소비자와 밀당을 하고 있는 중이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브랜드 담당자라면 브랜드 세계관을 고민해보면 어떨지 제안해본다.

최우정 어반디지털마케팅 브랜드투자사업본부 본부장

▶ 동성제약에서 20여 년 동안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현재 (주)어반디지털마케팅에서 브랜드 투자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브런치에 작가명 “다이버토리”(https://brunch.co.kr/@divertory)로 글을 쓰고 있다.
▶ 최우정의 ‘BRAND WITH A BRANDSHIP’은 더케이뷰티사이언스 2020년 1월호부터 2021년 6월호까지 매월 게재됐다. 이 칼럼을 온라인으로 읽고 싶다는 독자 의견을 반영해 매주 1회 연재한다.

저작권자 © THE K BEAUTY SCIEN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