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올해 기획 연재에서는 베트남의 역사, 문화, 음식, 지리, 생물자원, 한류, 베트남 주요 기업,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었다. 2023년 마지막 주제는 미래의 베트남이 발전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해 생각해본다. 필자는 향후 베트남은 지속성장을 하여 국민들의 소득이 늘고, 국가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다.

그림 1. 베트남 외교는 베트남의 차분하고 유연한 외교 전통에 근간을 두고 있다.
그림 1. 베트남 외교는 베트남의 차분하고 유연한 외교 전통에 근간을 두고 있다.

 

정치적 안정과 유연한 외교 정책

지난 12월 12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하노이를 방문하였다. 12월 13일까지 국빈 방문하면서 국가안보, 국방, 경제 무역, 투자, 농수산물 수출입, 해상 협력 등에 대해서 논의하였다고 보도되었다. 중국은 현재 베트남의 최대 교역국이며, 베트남은 중국의 아세안 국가 중 최대 교역국이다. 2022년 기준 양국간 교역액은 1756억 달러에 이른다. 베트남은 577억 달러를 수출하고, 1179억 달러를 수입하였다. 대중무역에서는 수입이 수출대비 2배 이상 많다.

이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한지 3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미국과 중국의 경쟁적인 외교 정책이 명확히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은 실리를 찾아 베트남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력점을 찾아 나가고 있다. 이러한 베트남의 외교 모습을 보면 바람이 불 때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베트남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미국보다 실제적으로 더 크다. 특히 베트남 농산물 수출은 절대적으로 중국에 의존적이다. 중국이 국경을 봉쇄했던 코로나19 시기에 베트남의 농산물은 폭락을 피할수 없었다.

그리고 현재 베트남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중국과의 역사적 배경으로 중국 자본을 꺼렸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중국의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모습이 보인다. 2023년 10월까지 투자 순위를 보면 싱가포르 1위(약 46억달러), 한국 2위, 홍콩(중국) 3위, 중국 4위, 일본 5위, 타이완 6위 순이다. 아직까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투자 규모는 아시아 국가대비 낮은편이다. 중국의 투자가 급증한 이유는 중국의 많은 기업들이 중국의 국경과 가까운 지역에 중국에서 생산하던 제품의 추가 생산 기지를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베트남의 북부지역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 지고 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때문에 가장 많은 혜택을 본 것은 베트남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아는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실리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선진국으로 베트남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교적인 리스크가 없어야 하는데, 이미 베트남은 강대국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나라를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베트남의 외교적 균형감은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는 요소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베트남은 공산당 1당체제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하나의 정책이 수십년간 유지된다는 것이 어렵지만, 공산주의 시스템에서는 장기 정책 실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림 2. 베트남 교육 제도의 철학은 아이들의 교육을 강조한 호치민 사상에 기반하고 있다.
그림 2. 베트남 교육 제도의 철학은 아이들의 교육을 강조한 호치민 사상에 기반하고 있다.

 

인적 자원의 우수성과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

베트남의 문맹률은 성인기준 5% 미만으로 낮은 경제력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지표이다. 또한 OECD 70여개국의 15세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측정 시 과학과 수학, 도해력에서 일부 유럽 국가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는 베트남에 우수 인재들이 많이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베트남의 교육 시스템은 유아원,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 기술학교, 대학교로 나누어 진다.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유아원과 유치원이 아주 잘 발달해 있다. 대부분 직장을 가진 부모를 고려하여 종일반으로 운영하여 부모가 걱정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어 실제 베트남 여성의 사회 진출도는 타 국가 대비 높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9년간은 의무교육으로 정부가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한다. 이 교육은 베트남 전국에 시행되기 때문에 소수민족이 있는 산간지역에서도 시행된다. 소수 민족이 주로 거주하는 산간지역에서는 매일 학교 등교가 어렵기 때문에 초등학교 시작부터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주말에만 집에 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교육받은 아이들은 외국어로서 베트남어를 배우기 시작하여, 베트남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준비를 하게 된다. 이러한 베트남 국가의 교육 시스템 덕분에 베트남에서 9년간의 교육은 모든 국민이 받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글을 읽고 쓸줄 알며, 국가와 정책에 순응하게 된다. 의무교육 이후에는 고등학교를 거쳐 사회생활을 시작하거나 기술학교나 대학교를 마친 후 취업을 하게 된다.

베트남도 한국과 같은 문화권의 국가였기 때문에 입신양명을 최대의 목표로 하는 전통이 있다. 이러한 전통 때문에 대부분의 베트남 부모는 자녀들의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좋은 학교 진학을 위해 이사를 가며, 소득의 대부분을 자녀의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공부하는 자녀들을 픽업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학원 앞에서 기다리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 그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이렇게 공부하면서 자란 학생들은 학습능력과 외국어 수준이 높다. 베트남에 있는 글로벌 회사에 근무하는 베트남 친구들과 이야기해 보면 생각과 언어 구사력이 상당히 뛰어남을 발견한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우수한 인재들이 많지만 능력을 활용할 곳이 없어서 카페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베트남의 우수한 인재들은 이제 베트남만 보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학을 가거나, 해외 근로자로 파견되어 해외의 우수 기술을 배우고 있다. 또한 이미 해외에 거주하는 베트남 사람들(비엣 끼에우,Việt kiều)은 베트남 본국으로 돌아와 신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은 베트남을 이해하면서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산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이 한 단계 더 발전해 나가도록 하고 있다.

그림 3. 베트남은 호치민을 중심으로 하나가 된 국가이다.
그림 3. 베트남은 호치민을 중심으로 하나가 된 국가이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강한 국민성

한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정통성이 있어야 하며, 국민이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국가는 국민과 함께 발전할 수 있다. 베트남은 호치민 사상으로 전 국민이 하나가 된 국가이다. 따라서 호치민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베트남을 이해할 수 없다.

한국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황에서 오늘날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는데, 이러한 한국의 발전과정에는 베트남전쟁에 한국의 전투 군인을 파병해 창출된 경제적 혜택이 밑거름이 됐다. 일본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일본 전후 국가 재건에 큰 도움을 받았었다. 하지만 베트남은 20년에 걸친 전쟁이 1975년에 끝나면서 전후 국가 재건을 위한 여건이 없었다. 오히려 프랑스와 중국과의 전쟁을 추가로 벌이며 국력을 소모해야만 했다. 이미 국가 기반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베트남이 발전해 온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이러한 극심한 어려움에서 베트남을 하나로 지켜줄 수 있었던 것은 호치민과 그의 사상을 따르는 국가 지도자들, 그리고 국민들이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는 베트남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가지며, 어떠한 외적도 물리친다는 강인한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부심과 국민성이 없었다면 지금의 베트남은 없었을 것이다.

베트남 전쟁은 한국전쟁이 휴전된 이후 22년만에 종료가 되었다. 하나로 통일한 베트남은 이제 인구 1억명 이상이 되는 견실한 국가가 되었다. 이 시간 차를 두고 22년후의 베트남을 그려보면 지금의 한국보다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출생률이 0.8인 한국은 미래의 인구 구조가 약해지지만, 베트남은 여전히 출산율 2.0대를 유지하여 미래의 사회 구조가 튼튼하게 유지될 것이다.

이러한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1위이다. 그리고 현재 베트남은 단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산업에서 새로운 시대의 발전을 위해 첨단 산업 구조로 변신중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분야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성이 주요한 화두가 되는 미래를 위해서 국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와 생산 비율을 높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현재 동남아시아 1위이며, 2050년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 전략이 가동되고 있다. 지금부터 22년이 지난 2045년의 베트남은 지금의 베트남과는 확연히 다른 국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끝>

 

*2023년 '유세진의 베트남 이야기'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베트남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베트남과 관련된 궁금한 사항에 대해 함께 생각나고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2024년에는 베트남의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연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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