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cation starts with beauty

[더케이뷰티사이언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면 문을 열기 전부터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이 펄쩍 펄쩍 뛰면서 주인을 반긴다. 짖는 소리는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라는 소리로 번역되어 들리고 앞발을 들고 걷는 행위는 “나도 주인님과 같이 걷고 싶어요!”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 이런 경험은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상일 것이다. 이러한 주인과 반려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반려견 입장이 아닌 인간 중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일 한국 개와 미국 개가 만나면 대화가 가능할까? 간단히 말하면 개는 언어적 대화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강아지들은 꼬리 흔들기, 몸을 낮추기, 짖음, 짧은 잡음 등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결국 한국개와 미국개는 몸짓, 표정, 냄새와 소리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사람의 몸은 본질적으로 동물적이다. 따라서 아무리 고귀한 언어와 세련된 문화로 중무장한 인간이라도 이런 생물학적 근본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일까?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7%의 언어적 요소(verbal component)와 93%의 비언어적 요소(non-verbal component)로 이루어진다고 말하곤 한다. 여기서 언어도 사실 목과 성대라는 생물학적 구조물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100% 바디랭귀지(body language)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많은 연구와 경험을 통해 외모가 인생의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되었다.

미국의 뇌 과학자 폴 왈렌(Paul J. Whalen)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뇌의 편도체(amygdala)를 통해 0.1초도 안 되는 극히 짧은 순간에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를 평가한다고 한다. 첫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 요인으로는 외모, 목소리, 어휘 순으로 나타났다. 편도체가 감정처리, 학습, 기억,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는 그가 편집한 책인 『인간 편도체(The Human Amygdala)』에 잘 정리되어 있다. 첫 인상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신뢰성, 친근성, 전문성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긍정적인 첫 인상이 강할수록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되고, 사회적으로 성공의 문을 열게 된다. 우리가 입는 옷과 헤어, 메이크업으로 이루어지는 외모는 우리가 세상에게 전하는 이야기이자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이다. “옷이 사람을 만나기 전에 말을 한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은 옷과 외모가 우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는지에 대한 미묘한 진리를 담고 있다. 우리의 외모와 선택한 의상은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내용 이외에 긍정적인 자아의 이미지를 증진시켜, 어려운 상황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한다.

김지수는 그의 책 『위대한 대화』(사진 왼쪽)와 『인간 편도체(The Human Amygdala)』
김지수의 책 『위대한 대화』(사진 왼쪽)와 미국 뇌 과학자 폴 왈렌(Paul J. Whalen)의 책 『인간 편도체(The Human Amygdala)』 표지. 

따라서 외적 아름다움인 뷰티와 커뮤니케이션은 긴밀하게 연결된 두 가지 요소이다. 뷰티는 확실히 우리의 언어 중 하나로 작용한다. 외모의 선택은 우리의 개성과 가치관을 나타내고 때로는 우리의 사회적 역할과 신분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내가 아침 방송에서 입는 정장 수트는 신뢰와 전문성을 나타내는 메시지로 작용하고, 생화학 수업시간에 입는 캐주얼 재킷과 청바지는 긍정적 에너지와 개방성을 표현한다. 또한 뷰티와 스타일은 우리의 이야기를 보충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어떤 사람이 헤어스타일을 바꾸어 ‘새로운 시작’을 나타내거나, 파티자리에서 세련된 원피스를 선택하여 자신을 더욱 강조할 수 있다. 이렇듯 뷰티와 스타일의 선택은 우리의 이야기를 보완한다. 외모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확실히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yth Man)’는 말 그대로 우리 삶은 형식이 내용을 좌우하는 측면이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 형식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비언어적인 스타일로만 진행할 수는 없다. 외모로 이루어진 비언어적 요소와 대척점에 언어적 요소가 있다. 외모와 외적 아름다움만이 모든 것은 아니다. 비록 말과 글이 커뮤니케이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퍼센트 이하일지라도, 이 언어적 요소를 집요하게 파고들면 우리 삶에 큰 통찰을 줄 수도 있다.

인터뷰어 김지수는 그의 책 『위대한 대화』에서 국내외 많은 명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번쩍이는 인생의 언어와 어휘를 전달한다. 우정과 친구의 중요성과 아픈 경험을 비롯해 고난과 노력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설득되지 않는 인간을 설득하는 위대한 언어를 소개한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정제된 글과 잘 읽히는 아름다운 언어를 소리내어 읽고 그 내용을 실천하는 행위야 말로 또 다른 측면에서 위대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우리의 옷과 외모가 오류 없이 정말로 내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 관문을 잘 열 수 있다면, 정말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언어적 메시지가 더욱 잘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 매주 월요일 오전 생화학 수업을 하러 가는 길, 연구실 거울로 헤어 상태를 확인하고 셔츠와 자켓을 레이어로 입고 여기에 어울리는 청바지를 매칭하고 마지막 무기인 신발을 착장하고 강의실로 향한다. 이러한 노력은 교수(professor)로서 공부하고 연구한 내용을 몸과 마음으로 고백(profess)하고, 학생과 나 사이의 상호 이해와 연결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외모와 스토리텔링만으로는 나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다.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내적 가치와 노력 등과 함께 조화롭게 발전시켜야 한다. 외모는 나이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할 수 있으므로 외모와 더불어 마음가짐, 능력, 가치관, 도덕성, 열정 등의 가치를 증진시키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이러한 조화로움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더 깊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이 (나아가 인생의 성공이) 나의 외적 아름다움과 내적 아름다움 모두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운동장을 달리고 책과 논문을 읽는다.

신현재 조선대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 신현재 교수는 조선대학교 생명화학고분자공학과 교수로 효소와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물자원의 효율적 활용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에서 탄수화물 합성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문화원 ‘Chevening Scholarship’ 장학생으로 영국 런던에 위치한 Westminster University에서 탄수화물 화학을 공부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객원선임연구원과 효소전문기업 ㈜엔지뱅크의 대표 겸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한국생물공학회에서 수여하는 신인학술상과 생물공학연구자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생물공학회 KSBB Journal의 편집장(Editor-in-Chief)으로 생물공학의 다양한 연구내용을 한글로 소개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2005년 국내 최초로 효소영양학을 소개한 『엔자임: 효소와 건강』을 출간하고, 2010년 효소를 이용한 질병 치유 가능성을 제시한 『춤추는 효소』를 선보였다. 2013년 ‘효소 3부작’ 마지막 편으로 『효소치료』(개정판)를 출간했다.
▶ ‘신 교수의 뷰티사이언스 서재’에서는 아름다움과 뷰티사이언스 그리고 화장품 과학에 대한 책을 소개하여 뷰티사이언스의 대중화와 일반인의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월 1회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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