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마케팅에 성공하기 위해선 “우리가 만든 상품이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만들까?”가 아닌 “시장이 관심 있는 어떤 것을 세상에 내놓을까?”를 알아내야 한다.” - 세스 고딘

필자는 마케터로 오래 근무하다 상품기획자가 되었다. 현재 상품기획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함께하고 있다. 마케터로 일을 할 때 가장 큰 불만이 “왜 팔리는 상품을 기획하지 않을까?”였다. R&D에서 혁신적인 제형 또는 기술을 앞세운 시제품이 완성되면 이 제품을 어떻게 상품화할까를 고민해서 상품기획을 한 후 시장에 론칭하고 기존 유통에 영업을 하는 식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정말 공들여 개발을 했기 때문에 할 얘기가 많은 대단한 상품이 세상에 나온 것인데 시장에서 외면을 받으면 이를 마케팅과 영업에서 제대로 업무수행을 못했기 때문으로 치부되어 답답하고 속상한 적이 많았다. 분명 상품만 잘 만들면 잘 팔리던 시대도 있었다.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하면 소비자가 알아서 인지해주고 구매해주던 시대가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정말 끝났다.

최근 친하게 지내는 상품기획자들을 만나면 상품기획자들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하소연을 많이 한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먼저 수립하고 이에 맞는 상품기획을 하는 것이다. 마케팅팀에서는 제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어떻게 입소문을 낼 수 있을지,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형태의 리뷰 콘텐츠가 생산되고 공유되게 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이에 맞춰 상품기획에 필요한 제품을 요청하는 식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진 탓이다. 상품기획과 마케팅의 업무경계가 모호해지고 마케팅팀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요즘, 상품기획자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이뿐인가? 각 플랫폼 MD들의 목소리와 힘이 커지며 MD들이 직접 상품기획 방향을 정해주기도 하니 영업에 맞춰서 상품기획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SNS로 개인과 개인이 연결되고 개인간의 더욱 폭넓은 커뮤니케이션과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의 중심성은 해체되고 다양성이 제고되고 있는 시대이다. 때문에 절대적인 상품의 품질을 기준으로 품질이 좋은 제품과 품질이 나쁜 제품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내 취향을 저격하는 제품과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제품으로 소비자의 판단이 옮겨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술의 상향평준화는 이러한 흐름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는 상품기획과 마케팅의 경계를 따지기 보다 긴밀한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미래에는 상품기획과 마케팅의 구분이 필요 없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상품기획과 마케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면 이들의 공통된 목표는 무엇이 되야 하는 걸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본 또는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상품이 판매되기 위해서는 가성비 또는 브랜드십이 있어야 한다. 가격대비 성능을 앞세워 싸게 많이 파는 것! 그것이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많은 미디어 커머스 회사들이 이러한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광고를 보고 있으면 안 사고는 못 배길 정도의 성능과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는 지갑을 열게 된다. 브랜드 입장에서 뛰어난 성능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많이 판매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긴 하지만 지속되기 어렵다. 경쟁자가 쉽게 시장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유행상품으로 끝나는 대부분의 상품이 그렇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또 다른 뛰어난 성능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지 않으면 그 생명력이 길지 않다.

또 다른 하나는 브랜드가 브랜드십을 소유하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것이다. 브랜드십을 소유한다는 건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비전을 명문화하고 이를 브랜드와 관계된 모든 사람이 공유하며 의사결정을 할 때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비전에 근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트너는 그의 저서인 ‘마켓 3.0’에서 마케팅은 이제 제품 중심과 고객 중심을 넘어 ‘인간 중심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켓 4.0’에서는 마케팅의 많은 부분에서 디지털화가 이루어진 만큼 브랜드 자체의 ‘인간적인 특성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고객 위에 군림하지 않고 친구로서 영향을 주고 싶은 브랜드라면 인간적인 특성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제품을 팔기 전에 먼저 관계해야 함을 의미한다. 마케터 사이에는 SNS 진성 팔로워 1,000명이 되면 돈이 되는 계정이 된다는 말이 있다. 브랜드의 철학과 비전이 명확하고 이에 동의하고 브랜드와 관계하기 원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이러한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기획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브랜드 콘텐츠를 생산하여 공유하는 것이 브랜드십을 소유하고자 하는 브랜드가 해야 하는 일이다.

최근 쇼핑몰의 상품리뷰 게시판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한 담당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브랜드별로 상품 구입 후 상품리뷰 등록률이 상이하다고 했다. 쇼핑몰 평균은 3%인데 미디어 커머스 브랜드들은 1%대라는 것이다. 하지만 몇몇 브랜드는 간혹 8~10%를 넘기기도 하는데 이러한 브랜드는 소비자의 충성도가 매우 높은 브랜드라고 했다. 가성비로 접근하는 미디어 커머스의 쇼핑몰은 100개의 상품을 판매하면 1건의 후기가 등록되는 반면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의 쇼핑몰은 100개의 상품을 판매할 때 8~10건의 후기가 등록된다는 것이니 그 차이는 매우 큰 것이다. 브랜드가 직접 하는 광고보다 소비자의 리뷰가 소비자의 구매행동에 더 큰 영향력이 있음을 고려한다면 미디어 커머스는 지속하여 광고를 해야만 제품을 판매할 수 있지만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는 충성 소비자들이 직접 입소문을 내주기 때문에 점차 상품 광고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상품 광고를 줄여도 된다는 것은 소비자와 관계 맺는 활동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뜻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러브마크의 개념과도 연결될 수 있다.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브랜드의 미래는 ‘러브마크’라고 말한 케빈 로버츠는 그의 저서 ‘러브마크’에서 “위대한 브랜드가 되려면 소비자들로부터 이성을 뛰어넘는 충성도를 끌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수백만 개의 비슷비슷한 브랜드들과 차별화될 수 있다. 차별화의 비결은 신비감, 감각, 친밀감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강력한 콘셉트에 집중함으로써 시장에서 차별화 할 수 있는 강력한 감성적인 경험을 창출해 낼 때 브랜드의 미래, 러브마크를 창조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크게 이슈가 되었던 기업 SNS 계정이 있다. 15만 팔로워를 보유한 빙그레 인스타그램 계정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순정만화 말투에 빙그레 제품으로 치장한 빙그레우스라는 캐릭터와 그의 왕위 계승이라는 스토리를 통해 다양한 빙그레 상품을 대표하는 조연 캐릭터를 등장시킨 상품 홍보 콘텐츠가 MZ세대에게 크게 어필했다.

빙그레우스를 기획한 빙그레 미디어전략팀 조수아 차장은 잡스엔과의 인터뷰에서 기획의도에 대해 “처음부터 기업 캐릭터를 만들려고 한 건 아니에요. 인스타그램 운영을 위한 ‘화자’를 만들기 위해 시작했죠. 소비자들이 기업 계정을 팔로우하게 하려면 확실한 자아를 가진 화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제품 소식 등을 공지사항처럼 올리는 게 아니라 이야기로 전달하고 팔로워들과 쌍방향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라고 했다.

기술의 발달로 브랜드가 소비자와 관계를 맺고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감히 브랜드가 소비자를 또 소비자가 브랜드를 친구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브랜드는 어떻게 상품을 기획하고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지 더욱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최우정 어반디지털마케팅 브랜드투자사업본부 본부장

▶ 동성제약에서 20여 년 동안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현재 (주)어반디지털마케팅에서 브랜드 투자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브런치에 작가명 “다이버토리”(https://brunch.co.kr/@divertory)로 글을 쓰고 있다.
▶ 최우정의 ‘BRAND WITH A BRANDSHIP’은 더케이뷰티사이언스 2020년 1월호부터 2021년 6월호까지 매월 게재됐다. 이 칼럼을 온라인으로 읽고 싶다는 독자 의견을 반영해 매주 1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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