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최윤호 LG생활건강 기술연구원 R&I 연구소 책임연구원
“비타민 B2의 유도체인 FMN(flavin monocu-leotide, riboflavin 5'-phosphate)의 항남성 호르몬 활성을 다양한 in-vitro 실험을 통해 규명하고자 하였습니다. 보다 자세하게는, 남성호르몬 수용체 양성 전립선암세포주 2종을 사용하여 FMN의 항남성호르몬 효능 기전을 연구한 것 입니다. FMN은 22Rv1 세포에서 남성호르몬dihydrotestosterone·DHT) 처리에 의해 유도된 남성호르몬 수용체의 단백질 발현을 억제했고, 또다른 전립선암 세포주인 LNCaP에서는 DHT에 의해 발현이 유도된 PSA라는 대표적 남성호르몬 바이오마커의 단백질 발현을 감소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PI3K-AKT 신호전달 과정을 연구 했는데, FMN이 PI3K-Akt-MDM2의 경로에 관여하고, 인산화과정을 조절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FMN의 항남성호르몬 활성을 확인하였고, FMN이 탈모를 포함한 다양한 증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LG생활건강 기술연구원 R&I연구소 최윤호 책임연구원은 ‘유럽약리학저널(European Journal of Pharma cology)’에 발표한 자신의 논문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 저널은 식물추출물이나 혼합물에 대해서는 게재를 허락하지 않는 정통 약리학 관련 국제학술지다. 생물학적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화합물들의 작용 메커니즘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실험적 약리학(experimental pharmacology)과 관계된 연구 논문 위주로 발표된다. 특히 구조적으로 확인된 화합물들의 작용 메커니즘을 다룬다. 저널이 다루는 약리학 범위는 행동약리학, 신경약리학, 정신 약리학, 심혈관약리학, 내분비약리학, 면역약리학, 비뇨생식기약리학 등이다.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는 5.0(2023년 기준)이며, 사이트 스코어(cite score, 인용지수)는 8.7이다. 최윤호 책임연구원은 2022년 1월 이 연구에 대한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명 ‘Antiandrogenic activity of Riboflavin 5′-phosphate(FMN) in 22Rv1 and LNCaP human prostate cancer cell lines.’ 이 논문의 키워드는 △Flavin mononucleotide △Antiandrogen △Androgen receptor △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Antagonist 이다.
최윤호 책임연구원은 “이번 논문을 게재하는데 필요한 모든 실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수행해서, 스스로에게 의미있는 논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연구의 방향, 실험의 과정, 결과의 해석 등에 많은 도움을 준 우리팀(LG생활건강 기술연구 원 R&I 연구소)이 없었다면 이 연구를 마무리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연구원들과 논문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게 무척 재미있습니다. 앞으로도 탈모·두피·피부 분야 연구에 매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는 사내벤처 활동에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월 LG생활건강에서 처음 실시한 사내벤처 아이디어 공모전 ‘i-ON 프로젝트’에서 최종 4개 팀에 선정되어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준비하는 중이다. 지난 10월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내 LG생활건강 사옥에서 최윤호 LG생활건강 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Q. 이 연구를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객을 위한 안전성 우려가 적은 탈모 증상 완화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탈모와 호르몬의 작용 기전은 연관이 있는데, 사람의 항상성에 관여하는 호르몬을 조절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거든요. 호르몬을 조절하는 과정 자체가 외부에서 개입하는 요인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 연구팀은 국소적으로 도포하는 것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특정 성분의 개별 메커니즘이 어떻게 되는가를 전립선암세포주라는 도구로 살펴본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번 연구는 탈모 증상 완화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서 메커니즘을 살펴본 선제적 기초 연구입니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부터 단백질 레벨까지 혼자서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이 저널에는 최윤호 책임연구원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개념화(Conceptualization), 방법론(Methodology), 조사(Investigation), 데이터 큐레이션(Data curation), 원본 초안 작성(Writing–original draft)) 그러다보니 이번 논문을 쓰는데 2년 정도 걸렸습니다. 저는 이러한 기초 연구를 계속 할 수 있는 연구환경이 주어져서 회사에 정말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윤호 책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소재가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면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Q. 이번 논문의 키워드인 FMN은 무엇인가요?
FMN은 Flavin Mono Nucleotide의 약어이며, riboflavin 5'-phosphate라고도 불립니다. riboflavin kinase에 의해 riboflavin(vitamin B2)으로부터 생성되며, 다양한 효소들의 보조인자(cofactor)로서 작용합니다. FMN은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인 ‘산화적 인산화’에 관여를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타민 B 중, B2의 생물학적인 활성 형태인데, 생체 내 ‘산화·환원’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FMN은 영유아용 식품이나 드링크류 등에도 첨가되는 물질이며 식용색소로도 사용됩니다. EU의 EFSA에서는 리보플라빈(E 101(i)) 및 FMN(E 101(ii))의 안전성을 재평가하는 Scientific Opinion을 게재한 이력이 있는데, 식품 첨가물로서 현재 승인된 용도 및 사용 수준에서 안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Q. 남성호르몬 수용체(Androgen Receptor·AR) 를 타깃으로
연구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대학원 시절부터 호르몬 관련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을 모두 연구했는데, 전립선암 세포주를 이용한 안정화세포주(stable cell line)를 제작하여 동물대체시험법 구축에도 참여를 했습니다(22Rv1/MMTV AR-TA, AR-Green S). 이 과정에서 남성호르몬 수용체 신호전달 과정에 큰 흥미를 가지게 되었으며, 다양한 단일물질과 추출물들이 남성호르몬 신호 전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연구를 했었습니다. 그 후, 운이 좋게도 LG생활건강에서 이같은 남성 호르몬 기전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성호르몬 수용체(Androgen Receptor·AR)는 남성의 생식기관뿐만 아니라 근육, 뼈, 모낭과 같은 기관의 발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 AR 신호 전달과정은 전립선암, 불임, 여드름, 다모증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과 관련되어 있으며, 대표적인 약물의 타깃 중 하나입니다. AR을 타깃으로 조절하는 방법들로는 △AR mRNA의 전사(transcription) 조절 △AR에 대한 리간드(ligand)의 결합 조절 △AR 단백질의 안정성 조절 △AR 단백질의 세포핵 내부로의 이동 조절 △AR 단백질의 전사인자로 작용하여 AR-related gene를 발현하는 과정조절 등이 있습니다. AR의 발현과 그 리간드인 남성호르몬의 작용은 ‘탈모’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최윤호 책임연구원은 “개인적으로는 대학원에서 수행했던 연구를 회사에서 이어서 할 수 있다는 것을 큰 행운으로 여기고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는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공부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의약생명공학전공(현, 융합생명공학과)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2013년 7월 LG생활건강에 입사하여 기반 연구를 꾸준하게 수행하고 있다.)
Q. 호르몬 연구와 화장품은 어떤 연관이 있나요?
이번 연구는 고객의 호르몬 분비를 직접 조절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비된 호르몬이 작용하는 메커니즘과 관련된 연구입니다. 우리팀은 고객의 두피나 탈모 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기전들에 대해 연구하는데 그 중 호르몬과 관련되어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최윤호 LG생활건강 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명함이 두 장이다. 현재는 컨텐츠디렉터부문 소속이고, 논문을 썼을 때는 R&I 연구소에서 탈모 두피 관련 연구를 수행하였다.)
Q. Anti-androgenic activity를 가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FMN이 항남성호르몬 활성 효과를 가진다는 것은 남성형 탈모를 포함한 다모증, 심상성 여드름 및 전립선암, 전립선 비대증 등의 질병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학계에서는 항남성호르몬을 가지는 다양한 물질들이 연구되고 있는데, 그 중 다수의 물질은 스테로이드(steroid) 계열이거나, 정확한 효능 기전이 불명확한 추출물인 경우들이 있습니다. FMN은 잘 알려져 있는 비타민 종류인 만큼 다른 물질들에 비해 안전성 우려가 적고, 단일 화합물이기 때문에 항남성호르몬 기전에서의 분자생물학적인 역할을 연구하기에 비교적 용이 했습니다.
Q. 모발에서 AR은 어떤 지표로 활용되나요?
모낭은 성장기, 퇴행기, 휴지기라고 불리우는 성장 주기를 거치게 됩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모낭의 퇴행기(catagen) 진행에 남성호르몬 수용체 신전달 과정이 영향을 미칩니다. 남성호르몬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이 모유두(dermal papilla)의 소형화(miniaturization)를 유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AR 유전자는 남성형 탈모와 관련되어 있는 대표적인 유전자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일반적으로 남성호르몬은 표피의 과증식을 유도하고, 피지 분비를 증가시키는 등 다양한 영향을 미칩니다.
Q. FMN 성분으로 AR을 타깃했을 때 안전성 문제는 없을까요?
FMN은 식용색소로도 사용되는 대표적인 수용성 비타민입니다. 유럽 EFSA 등 다양한 단체에서 FMN 및 리보플라빈(riboflavin)의 안전성에 대해 검토 및 보고를 하였으며, 오히려 결핍되었을 때의 문제점에 대한 연구도 많이 존재합니다.
Q. 전립선암세포를 이용해서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피부 혹은 모발에도 적용할 수 있나요?
이번 연구에서 전립선암 세포주를 사용한 이유는 실험과정에서 구축한 안정화 세포주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화합물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남성호르몬 수용체 발현이 양성인 두 개의 세포주를 사용하여 FMN이 어떤 분자생물학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남성호르몬 신호 전달 과정은 전립선뿐만 아니라, 생체 내 다양한 기관에서 일어납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피부에도 남성호르몬 수용체가 발현되고, DHT(Dihydrotestosterone)와 같은 남성호르몬이 작용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모낭이 퇴행하는 과정에도 남성호르몬 신호전달 과정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우리 연구진도 이번 FMN의 피부 및 모낭 적용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LG생활건강에서는 FMN의 효능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2021년 특허등록(등록번호: 10-2315713)이 결정되어 이와 관련한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dited·Photos by 안용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