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베트남 보트 피플 Ⓒ유엔난민기구
그림 1. 베트남 보트 피플 Ⓒ유엔난민기구

[더케이뷰티사이언스] 대한민국 근대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사건은 광복과 6.25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에 큰 영향력을 미쳤고, 많은 한국인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이주하기 시작하였다. 미연방 센서스국 2021년 기준 발표에 따르면 미국 내 한인은 194만명으로 조사되었다. 미국에서 한국 교민들은 미국 사회에 점차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고, 한국과 미국간의 외교와 인적 자원 교류, 해외 자금 송금 등을 통해 한국 발전에 기여했다.

베트남 근대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곡점은 프랑스에서의 독립과 베트남 전쟁이다. 특히 베트남 전쟁은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는데,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민간인을 포함하여 미국 등 연합군 추산으로는 약 120만 명, 베트남정부 추산으로 약 300만 명에 이른다.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점령한 후 남베트남인들의 대규모 해외 탈출, 즉 보트 피플(Boat People) 난민의 숫자는 약 106~150만 명,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최대 30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에 배가 전복돼 익사하거나 해적에게 살해당한 숫자가 11만 명, 살아서 해외로 이주한 사람이 95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과 다른 것은 이러한 해외 이주가 자발적인 것이 아닌, 자유를 위한 탈출이라는 점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베트남인을 '비엣 끼에우(Việt kiều)'라고 한다. Pew Research Center의 2019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사람은 218만명으로 조사되었다. 북베트남이 남베트남과 전쟁중이던 1970년대 초반에는 베트남 밖에 거주하는 베트남인이 약 10만명 정도로, 주로 주변국(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등)과 베트남을 지배하였던 프랑스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을 통일하면서 많은 이들이 자유를 위해서 보트 피플로 나가게 되었고, 이에 따라 베트남인이 정착한 국가의 수도 증가했다.

현재는 5개 대륙, 130개 이상의 국가에 약 530만 명의 베트남인이 살고 있다. 가장 많이 거주하는 국가는 미국이며, 이외 국경지대인 캄보디아 40~100만명, 일본 43만명, 프랑스 30~35만명, 호주 29만명, 캐나다 24만명, 대만 21만명, 한국 20.8만명 순이다. 미국과 호주는 보트 피플이 정착한 국가이며, 일본과 대만은 베트남 노동자들이 많아지면서 거주하는 베트남 인구가 증가하였다. 한국은 노동자보다는 다문화 가정 결혼과 유학 등의 베트남 거주 인구가 주를 이룬다.

한국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가는 다낭은 베트남 전쟁 당시 남베트남에 속한 지역이였다. 이 지역에 거주하면서 직원들과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친척 중에 미국이나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있었다. 하지만 하노이에 와서 동일한 질문을 하면 해외에 거주하는 친척들이 거의 없다. 북 베트남 사람들은 승전국의 국민으로 땅과 신분을 보장 받을수 있기 때문에 해외로 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림 2. 베트남으로 유입되는 송금액(usd, 단위 10억), 50% 미국에서 유입, 베트남 호치민시로 송금 Ⓒbla.vn
그림 2. 베트남으로 유입되는 송금액(usd, 단위 10억), 50% 미국에서 유입, 베트남 호치민시로 송금 Ⓒbla.vn

해외 거주 베트남인의 영향력을 실감한 것은 베트남내에서의 화장품 트렌드 조사때였다. 한국대비 적은 화장품 시장 규모이면서 각 개인이 사용하는 화장품 사용량이 현저히 적은 베트남에서 트렌드만큼은 한국보다 더 다양하게 전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추적하다 알게된 것은 베트남 사람들의 페이스북 친구들 중에는 다양한 지역에 거주하는 비엣 끼에우(해외 거주 베트남인)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많이 거주하는 미국과 일본, 프랑스, 호주, 캐나다, 대만, 한국은 모두 화장품 트렌드의 선진국이기 때문에 연결된 해외 거주 베트남인들의 소식을 통해서 트렌드가 전달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베트남은 베트남의 트렌드 보다는 해외의 트렌드가 들어와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이제는 미국에서 트렌드가 지나간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트렌드는 북부 보다는 남부에서 더 빨리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해외 거주 베트남인의 인적 네트워크 분포와 연결이 되어 있다고 추정된다.

베트남에 거주하다보면 독특한 유통구조를 경험할 수 있다. 바로 가정집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다. 가정집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보면 시골 고향에서 가져온 계란, 꿀, 과일 등도 있고, 맥주, 가공 식품 등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며, 심지어 규모가 큰 소파나 안마기도 판매한다. 그리고 판매하는 제품 중에는 미국이나 호주, 프랑스에서 수입한 제품들도 있는데, 이러한 제품들은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친척이나 친구가 공급해 주는 제품들로 정식 통관이 아닌 핸드케리 형식으로 베트남에 수입되고 있다. 전세계 베트남인이 있는 곳은 핸드캐리 서비스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엣 끼에우들은 베트남 국민으로 인정이 되기 때문에, 보트 피플로 나간 사람들도 베트남에서의 사업과 투자가 가능하다. 이러한 베트남의 정책은 실리를 중요시 여기는 베트남 국가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문제로 떠난 베트남인을 다시 받아들여 투자를 촉진하도록 한 것이다. 해외 거주 베트남인은 자금 송금을 통한 베트남 발전 기여뿐 아니라, 해외에서 배운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베트남에 돌아와 품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이루고 있다. 베트남의 발전 가능성을 이이야기 할 때 이러한 인력 구조도 긍정적인 요소로 해석된다.

그림 3. 헤이워드쿼츠 생산 공장 조감도 Ⓒinsidevina.com
그림 3. 헤이워드쿼츠 생산 공장 조감도 Ⓒinsidevina.com

2021년 다낭의 하이테크파크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었다. 투자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반도체기업 헤이워드쿼츠(Hayward Quartz Technology)로 1억1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번 투자는 미국의 주요 원자재 생산기업에 반도체용 쿼츠(quartz) 등을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제작해 공급하는 방식의 비즈니스를 위한 것이다. 큰 규모의 베트남 투자를 결정한 헤이워드쿼츠의 CEO는 네 티 레(Nhe Thi Le)로 미국에 거주하는 비엣 끼에우이다. 이러한 해외 자본의 베트남 내 투자는 점차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되며, 이러한 해외 자본과 인력의 유입은 베트남의 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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