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섬초롱꽃’의 피부장벽 강화 효과 규명

“지속 가능한 천연물 소재 개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에프디앤씨, 피부 효능평가 기술을 보유한 분당차병원 피부과, 제품 개발이 가능한 애경산업이 협업해 울릉도 자생식물인 섬초롱꽃^{Campanula takesimana}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소재를 개발했습니다. 앞으로도 협력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신정우 CHA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피부과 교수는 협력 연구가 연구개발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피부과학 응용소재 선도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신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 내용을 ‘IFSCC 2021 멕시코’에서 발표했다. 포스터 논문명은 ‘Enhancement of skin barrier function by the callus from Campanula takesimana’. 

신교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고, 세브란스병원 연구조교수와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방문 교수를 거쳐 분당차병원에서 피부 질환 환자를 돌보고 있다. ‘2018 피부연구학회 신진연구자상’을 받은 바 있다. 

Q. 연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울릉도 자생식물인 섬초롱꽃^{Campanula takesimana}의 조직 배양 방법을 구축하고, 배양한 섬초롱꽃 캘러스의 추출물이 피부 장벽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규명해 섬초롱꽃 캘러스 추출물을 피부 장벽 강화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섬초롱꽃 캘러스 추출물은 나고야의정서에서 자유로우면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는 소재로,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한국의 자생식물을 이용한 천연물 기반 피부장벽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섬초롱꽃 캘러스 추출물은 과학적으로 피부 장벽 기능 강화 효능이 규명된 천연물로써, 보다 기능적이면서 자연주의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최근 소비자의 요구에도 부합할 것입니다. 식물 캘러스 배양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에프디앤씨와 인공피부 배양 기술을 보유한 분당차병원이 함께 효능 평가를 진행했고, 애경산업에서 피부 장벽 강화 기능성 화장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Q.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섬초롱꽃 연구인데요. 

울릉도는 세계적으로 독특한 자연 생태학적 자원을 보유한 섬입니다. 울릉도는 해저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졌으며, 수심이 깊은 동해의 중심부에 있고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다양한 해양 생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람이 세고 비와 눈이 많이 내리며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해양성 기후를 보이는 울릉도에는 육지와 차별되는 특유의 식물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는 울릉도의 면적은 국토의 0.05%에 불과하지만, 국내 서식하는 식물(4958종 ‘국가표준식물목록’, 2013년)의 10%에 이르는 480여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중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고유 식물은 36종(‘울릉도 자생 관속식물 목록집’, 2011년)이며, 최근 고유종의 지속적인 발굴로, 울릉도 특산 식물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자국의 자생식물을 활용하는 다양한 산업 활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생물다양성협약^CBD, 나고야의정서(생물유전자원 접근 이익공유 ABS) 등의 국제 협약을 통해 자국의 생물 주권을 강화하고 있어, 국내 고유 식물을 활용한 미래 고부가가치 유용 천연물 탐색이 국가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산업 강국이지만, 원료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국내 자생식물 자원의 발굴과 산업화, 생물 자원에 대한 우선 권리 확보가 절실합니다. 이에, 우리 연구팀은 울릉도 자생식물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산업화 소재로 개발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돌외, 섬현삼, 해국 등 여러 울릉도 자생식물의 캘러스를 배양하고, 그 추출물의 효능을 스크리닝 하였고, 피부의 항상성과 건강 유지에 중요한 항염 작용과 피부 장벽 강화 작용을 갖는 유용 천연물을 찾고자 하였습니다. 여러 자생식물 중 섬초롱꽃 캘러스가 피부 장벽 강화에 효과적이어서 IFSCC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더케이뷰티사이언스는 바이오에프디앤씨, 분당차병원, 애경산업이 공동 연구한 ‘울릉도 돌외^{Gynostemma pentaphyllum} 잎’에 대한 김한영 애경산업 중앙연구소 혁신팀장과의 인터뷰를 2021년 11월호에 게재한 바 있다.)

Q. 섬초롱꽃의 캘러스 추출물이 유의적인 결과를 나타냈는데요. 

캘러스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전 세계적으로 약 30만종의 식물이 알려져 있으며, 보습, 진정, 자외선 차단, 미백, 각질제거, 노화 방지, 항산화, 주름 개선, 항균, 항염, 항암 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나타내는 유용 성분들이 식물에 함유되어 있어 화장품의 원료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식물자원의 산업화를 위한 무분별한 채취 및 자연환경 훼손 등 또 다른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식물이 자라는 지역의 기후나 토양 환경, 수확시기, 보존 방법에 따라 원료 품질의 차이가 발생하여 일정한 품질의 원료를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식물 캘러스는 식물의 잎, 줄기, 뿌리, 근경, 열매 등에서 조직 배양을 통해 유도된 세포체입니다. 계대 배양에 의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으며, 식물로부터 유래한 유용한 물질들을 환경 파괴 없이 실험실에서 배양하여 얻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식물조직배양법을 이용한다면, 멸종위기의 식물, 보호식물, 그리고 국내 기후에 적합하지 않아 재배되지 않는 국외의 수많은 식물에 대하여도 연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한 새로운 유용 소재 개발도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캘러스 배양 과정에서 기존의 재배식물보다 유효성분의 함량을 높일 수 있는 고주파 등의 자극을 주거나 2차 대사물질조절 관련 요인들을 규명함으로써 자연상태에서 재배한 소재보다 더 기능적으로 우수한 효능을 가진 화장품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최신 생명공학 기술 기반 배양기법 정립 및 친환경 추출법을 이용하여 화장품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은 소재산업 분야의 경쟁력에서 우리나라가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Q. Th2유도 TSLP와 IL-33에 대해서는 유의적인 결과를 보이지 않았지만, 

필라그린에 대한 발현유도가 아토피피부염을 개선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인가요? 

아토피피부염은 피부 장벽의 기능 약화와 Th2 면역반응, 그리고 이에 따른 가려움증이 가장 중요한 병인입니다. 각각의 병인기전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법들이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올바른 목욕법과 보습제 도포 등의 방법으로 피부 장벽 기능을 보호하는 것이 기본적인 아토피피부염 치료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피부장벽의 기능을 회복하여 가려움 등의 개선에 도움을 주는 화장품의 인체적용시험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어 과학적 근거를 갖는 피부장벽 기능성화장품 개발의 발판이 마련되었습니다. 

피부의 표피층은 끊임없이 새로운 표피세포의 분열·증식, 분화 및 탈각과정이 반복되면서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아토피피부염에서는 유전적·면역학적·환경적 원인에 의해 피부 장벽 기능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외부로부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잘 들어오고 피부의 수분 손실이 많아지게 됩니다. 필라그린은 이러한 피부 장벽 기능을 유지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는 필라그린이 표피 세포의 구조를 유지하는 지지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일 뿐 아니라, 피부의 수분 유지에 중요한 자연 보습인자의 공급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필라그린이 감소되면 피부 장벽 기능이 약화되어 피부가 건조해지고 가려움증이 생기게 됩니다. 아토피피부염에서는 필라그린의 발현이 감소되어 있으며, 아토피피부염의 치료제로 새로 개발되고 있는 JAK 억제제, dupilumab, tapinarof 등의 여러 약재들은 아토피피부염의 염증반응을 억제할 뿐 아니라, 필라그린 발현을 증가시킴으로써 피부 장벽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Th2 사이토카인에 의해 감소된 필라그린을 회복시킬 수 있는 섬초롱꽃 캘러스 추출물은, 아토피피부염의 피부 장벽 기능 저하에 효과적인 새로운 개념의 화장품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섬초롱꽃 캘러스 추출물이 염증 조절 효능이 없었던 부분은, 항염증 효능을 갖는 다른 소재와 함께 사용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Q. 어려운 일도 많았겠네요. 

섬초롱 캘러스는 다른 식물 캘러스 배양에 비해 잘 자라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바이오 에프디앤씨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적의 배지와 배양 환경을 찾은 후, 실험에 필요한 섬초롱 캘러스 추출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각질형성세포를 이용한 2D 세포 배양 실험에서는 섬초롱 캘러스 추출물에 의한 필라그린 회복 정도가 생각보다 적었는데, 인체 피부와 더 유사한 3D 인공 피부 실험에서 확연한 효과를 보여 소재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울릉도 자생식물 채취를 위해 울릉도에 들어갈 때 4시간 30분 동안 바이킹을 타는 것 같았던 여행은 힘들기도 했지만 뜻깊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Q. 앞으로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 

섬초롱꽃 캘러스의 유용 대사물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고주파 등의 자극을 주는 대용량 배양법을 계획하고 있으며, 섬초롱꽃 캘러스 추출물의 성분을 분석하여 피부장벽 기능 회복에 핵심적인 단일 성분을 규명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섬초롱꽃 외에도 돌외, 해국 등 다른 울릉도 자생 식물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으며, 임상연구를 통해 캘러스 추출물이 피부에 존재하는 마이크로 바이옴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예정입니다. 

Edited by 안용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