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트렌드 코리아』공동저자)

ⓒ전미영
ⓒ전미영

 

“개인적 측면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현재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며, 시장적 측면에서는 기업이 소비자 지향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해 소비자의 복지 향상 및 기업의 존속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트렌드 코리아』를 발간하는 목적을 이같이 설명했다. 

『트렌드 코리아』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와 함께 전미영·최지혜·이향은·이준영·이수진·서유현·권정윤·한다혜·이혜원 등이 공동저자로 참여하는 트렌드 분석서다. 매년 국내 서점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하는 『트렌드 코리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았다.(서면 인터뷰로 진행됐다) 

『트렌드 코리아 2022』 책 표지.
『트렌드 코리아 2022』 책 표지.

이 책의 공동저자인 전미영 연구위원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경제연구소 리서치애널리스트, 서울대 소비자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매년 『트렌드코리아』를 공저하며 한국의 10대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고 있다. 2013년에는 『트렌드차이나』로 중국인의 소비 행태를 소개했다. 또 한국·중국·일본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산업과 연계하는 컨설팅을 다수 수행하고 있다. 전 연구위원은 2020년과 2021년 『트렌드 코리아』를 발간 하자마자 킨텍스가 주최하고, 더케이뷰티사이언스가 주관한 ‘K-뷰티 엑스포 코리아’의 컨퍼런스에서 트렌드를 발표한 바 있다. 

 

Q. 트렌드란 무엇인가요? 

트렌드란 ‘동조성’과 ‘지속성’의 함수입니다.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행동 등이 일정한 기간 동안 지속되어 나타나는 방향성을 트렌드라고 하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기간 동조하는가에 따라 마이크로트렌드, 메가트렌드 등으로 트렌드를 분류할 수도 있습니다.

 

Q. 『트렌드 코리아』를 출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트렌드 코리아』 서적은 2008년 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09』 시리즈부터 시작됐습니다. 다만, 그 이전 2년 동안은 책이 아닌 신문에 10대 키워드를 발표했어요. 그렇게 보면 키워드 발표 시작은 ‘트렌드 코리아 2007’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6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센터장 김난도 교수)에서 삼성전자와 산학프로젝트로 소비자행동 변화를 조사하는 연구를 수행했는데, 그 연구의 결과물로 나온 아웃풋을 띠동물에 빗댄 10개 단어로 정리한 것이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시작입니다. 

 

Q. 『트렌드 코리아 2022』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지요.

2022년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pan-demic이 끝나고 엔데믹endemic이 시작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원년Post Pandemic Paradigm, Year One이 될 것입니다. 기업들은 시장보다 진화의 속도가 더 빠른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상황변화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웅비하는 호랑이가 될 것인가, 주저앉는 고양이가 될 것인가? 우리는 갈림길 앞에 서 있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입니다. 

 

Q. 코로나19로 트렌드 읽기에도 혼란이 많았을 듯 합니다. 

얼핏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새롭게 생겨난 것처럼 보이는 트렌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동안 아주 서서히 우리 사회에 다가오고 있던 트렌드인 경우가 많습니다. 코로나19에 따라 조금 일찍 미래를 경험했다는 관점이 더 적합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따라서 『트렌드 코리아』에 등장한 트렌드 키워드는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도 주목받았을 트렌드가 대부분입니다. 

 

Q. 올해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는 어떤점이 달라졌나요?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은 전년도 키워드를 되돌아보는 '회고 파트'입니다. 회고파트는 책 출간 이후 줄곧 전년도에 제안했던 10대 키워드가 실제로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키워드별로 서술되었는데 올해는 좀 더 큰 상위 개념으로 정리하고, 상위 개념 내에 전년도 키워드는 물론 과거 2~3년 전 제안했던 키워드까지 포함해 재구성했습니다. 이에 대해 독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다수 듣고 있습니다. 방법론 또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동안에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내부의 고유한 방법론 이외에 신한카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리뷰 파트에서 활용했는데, 올해는 코난테크놀로지와 협업한 ‘소셜분석’이 리뷰 및 예측 파트에 추가되었습니다. (더케이뷰티사이언스가 주관한 2021년 ‘K-뷰티 엑스포 코리아’의 컨퍼런스에서 신한카드 관계자도 연사로 나선 바 있다.) 

 

Q. 『트렌드 코리아』의 책이 점점 두꺼워지고 있네요. 

(『트렌드 코리아』의 콘텐츠는 2009년 254쪽, 2010년 278쪽에서 2019년 456쪽, 2020년 448쪽, 2021년 400쪽, 2022년 452쪽으로 늘었다) 초창기에 비해 책이 많이 두꺼워지긴 했습니다. 그 동안 새로운 방법론이 추가되고, 트렌드 상품 분석 등 새로운 테마도 추가되면서 자연스럽게 페이지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다만 근래에 들어서는 더 두꺼워지지 않도록 일정한 쪽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는 ‘미래서’가 아닙니다.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다양한 현상 중에서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트렌드를 소비자학 관점에서 제시하는 ‘해설서’에 가깝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2』 10대 키워드
『트렌드 코리아 2022』 10대 키워드

 

Q. 『트렌드 코리아』가 다른 트렌드 도서와 다른점은 무엇인가요?

『트렌드 코리아』는 5년 후, 10년 후를 예측하는 ‘미래서’는 아닙니다.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다양한 현상 가운데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주옥같은 트렌드를 소비자학 관점에서 제시하는 ‘해설서’에 가깝습니다. 독자들이 몰랐던 현상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본인이 하고 있는 일상적인 행동이 트렌드 관점에서 이해할 만한 것이라는 사실을 독자들이 깨닫게 하는데 더 큰 의의가 있습니다. 

 

Q. 일부 사람들은 『트렌드 코리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가령 신조어에 집착한다고 하더군요. 

트렌드는 특성상 순우리말보다 외국어 기반의 신조어가 많은 편이라 부정적 의견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들어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도 가급적 한글 위주로 조어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조어의 경우에는 ‘특정한 현상을 지칭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정도로만 이해하면 됩니다. 그리고 신조어를 모른다고 해서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절대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Q. 『트렌드 코리아』를 쓰기 위해 어떻게 조사하고 분석하는지요?

『트렌드 코리아』 집필은 크게 두 개 트랙의 도움을 받습니다. 첫째는 외부의 도움을 받습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더스 ‘날’이라는 트렌드 헌터 집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반인, 직장인 200~300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매달 트렌드를 관찰하고 제보해주십니다. 둘째는 내부의 역할이 있습니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책 집필 이외에 기업 컨설팅을 다수 수행합니다. 식품·패션·유통·주거·가전·레저·IT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과 신상품 제안, 미래전략 수립 컨설팅을 수행하며 소비자 변화를 직접 관찰합니다. 이 두 개 방법에서 획득한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트렌드 코리아』의 키워드가 도출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미영 연구위원은 “『트렌드 코리아』가 화장품업계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을 수도 있지만 고객을 이해하고,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전미영 연구위원은 “『트렌드 코리아』가 화장품업계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을 수도 있지만 고객을 이해하고,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소비자(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가치’를 추출하는 연습을 하세요. 
이업종 케이스스터디도 트렌드 변화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논문, 과학잡지, 소설 등 트렌드와 전혀 관련없는 글을 읽으세요. 
이런 글은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를 알려줍니다. 

Q. 『트렌드 코리아』의 트렌더스로 참여 방법은요.

『트렌드 코리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 트렌더스 ‘날’ 모집요강이 있습니다. 모집 기간에는 제한이 있지만, 응모 자격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업종에 근무하는 직장인은 물론, 주부·선생님·프리랜서 등이 트렌더스 ‘날’ 멤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산업 섹터별로 인원을 골고루 구성하기 위해 매년 경쟁률이 약간씩 달라집니다. 

 

Q. 화장품업계 종사자도 트렌더스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어떤 역할을 하나요?

화장품업계는 다른 업계에 비해 트렌드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며 다른 산업을 리딩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신제품 관련 정보나 최신 마케팅 동향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Q. 2020년과 2021년 화장품업계를 대상으로 『트렌드 코리아』를 발표한 소감이 궁금하네요. 

『트렌드 코리아』가 화장품업계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고객을 이해하고,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높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트렌드 자체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트렌드를 화장품업계로 재해석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Q. 2022년 화장품업계가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트렌드는 어떤게 있을까요?

올해 제안드리는 키워드 중에서는 ‘헬시플레저’와 같은 가치에 주목하면 좋겠습니다. 건강과 재미·즐거움을 동시에 잡고자 하는 MZ세대의 이중적 마음가짐이 담긴 키워드입니다. 아울러 시장의 큰 손이지만 그 동안 소외되었던 X세대, '엑스틴'도 중요한 소비자집단으로 주목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화장품업계와 유통업계가 밀접한 영향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라이크커머스’도 스터디해보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미영 연구위원이 2021년 열린 ‘K-BEAUTY INSIGHT CONCERT’에서 올해 트렌드를 발표하고 있다.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전미영 연구위원이 2021년 열린 ‘K-BEAUTY INSIGHT CONCERT’에서 올해 트렌드를 발표하고 있다. ⓒ더케이뷰티사이언스

Q. K-뷰티가 글로벌 화장품시장에서 지속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정한 연예인, 혹은 일시적 한류 등에 기대는 것보다는 튼튼한 기본기(제품력)로 인정받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화장품연구원과 마케터를 위해 트렌드를 읽는 팁tip을 소개해 주세요.

소비자(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이면에 있는 ‘가치’를 추출하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해보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식품, 패션, 가전 등 이업종 케이스스터디를 하면 의외로 트렌드 변화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소 의외일 수 있지만 트렌드를 획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논문, 과학잡지, 소설 등 트렌드와 전혀 관련없는 글을 읽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글들은 트렌드를 직접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를 알려줍니다. 이외에도 ‘트렌드와칭닷컴’, ‘디자인DB’ 등 트렌드 관련 정보를 소싱하는 사이트를 정기구독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Q. 『트렌드 코리아』를 잘 활용하는 방법은요.

학생, 주부, 개인사업가, 기업가 등 다양한 독자들이 자신의 목적에 따라 『트렌드 코리아』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어 활용법을 일괄 설명드리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독자들이 들려준 활용법을 소개해드리면 우선 본인이 일하고 있는 업종, 관심 업종 이외에 다른 업종에서 어떤 일이 나타나고 있는지 파악하는데 활용한다고 합니다. 아울러 『트렌드 코리아』에 사례로 소개된 신규 상품 혹은 서비스를 직접 구매해 체험해보는 독자들도 종종 있습니다. 다른 업종의 사례나 시사점을 본인의 사업 관점에서 재해석해 본인만의 ‘트렌드 키워드’를 만들어보는 활용방법도 제안 드립니다. 특히 트렌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앞서나가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는 것입니다. 속도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지금 현재를 해석하는데 더욱 집중하길 권합니다. 

 

Edited by 안용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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