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ture is already here)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어느 시대에나 유행(流行)은 있다. 유행은 출생시대의 인구와 당시의 주요 사건 등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196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에게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해외여행 자유화, 군부독재의 종식과 대통령직선, PC에서 인터넷 시대로의 변화 등이 떠오를 것이다. 1980년대 이후의 세대는 IMF 경제위기와 2002년 월드컵, 한류와 K-컬쳐(K-culture)라는 키워드를 기억할 것이다. 지금 2023년은 인공지능 AI와 더불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의 시대다. 뷰티 산업은 고객의 개인적인 특성과 취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분야이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피부 톤, 헤어스타일, 취향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찾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는 항상 변화와 혁신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그 중 최근 유행에 따라 뷰티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온 기술적 혁신으로는 AI와 VR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은 뷰티 산업에서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피부 분석, 색상 추천, 제품 매칭 등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의 피부를 스캔하면, 그에 맞는 스킨케어 제품이나 메이크업 제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이러한 기술은 고객의 개인적인 특성과 필요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맞춤화된 제품 추천이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VR은 뷰티 산업에서 체험 중심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VR 기술을 활용하면 고객은 제품을 직접 사용하기 전에 가상의 환경에서 그 효과나 모습을 체험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VR 헤드셋을 착용한 사용자는 자신의 얼굴에 다양한 메이크업 스타일이나 헤어스타일을 시뮬레이션 하여, 실제로 어떻게 보일지 체험해볼 수 있다. 이는 고객의 구매 결정을 돕고, 더 만족도 높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7월 25일, 해외 뷰티 잡지 ‘Cosmetics & Toiletries (cosmeticsandtoiletries.com)’는 피부를 보호하는데 도움을 주는 5가지의 산업 AI기술(5 AI skin care technologies pushing the industry)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이 글에서는 AI기술과 AR기술 등을 접목하여 피부타입을 결정하고, 분석하며, 피부를 위해 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개인별로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기업과 기술을 소개하였다. Perfect Corp(perfectcorp.com)는 AR과 VR을 이용하여 피부 타입에 따른 14가지의 다양한 증상을 분석하고, Haut.AI(haut.ai)는 모바일 앱으로 피부를 측정하여 피부 측정 결과 추천제품 등을 제공한다. Cetaphil(cetaphil.com)은 AI를 이용하여 웹 브라우저 상에서 피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Vichy Lab(vichyusa.com)은 피부 검사 결과를 QR 코드로 빠르게 제공하는 기술을, Revieve(revieve.com)는 AI를 이용하여 개별화된 피부 점검을 AR 경험으로 제공하고 있다. AI와 VR 기술은 뷰티 산업을 개인화와 체험 중심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은 고객의 니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뷰티 산업의 미래를 예고하며, 기술이 얼마나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과학기술문화 잡지인 ‘와이어드(wired.com)’의 문화부문 총괄편집장인 피터 루빈(Peter Rubin)은 2020년에 출간한 ‘미래는 와 있다(Future Presence)’에서 VR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많은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담담하고도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고 있다. 실제로 VR은 다른 IT 기술에 비해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루빈은 VR의 시작을 1960년대 초 MIT 학생이었던 이반 서덜랜드(Ivan Sutherland)가 만든 디자인 프로그램인 스케치패드(Sketchpad)로 규정하고, 이후 장비와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발전을 아주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사실 VR은 합성환경의 일종으로, 충분히 몰입감을 불러일으켜, 실제로 그 안에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그 안에 있다는 확신’인데, 이걸 다른 말로 ‘현존감(presence)’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책 제목에 현존감이라는 단어를 넣었다. 뷰티와 미용에서도 이러한 현존감이야 말로 서비스와 제품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만약 여러분들이 잘 만들어진 VR 장치와 AI 환경에서 가상의 뷰티세계를 경험하고 자신의 피부와 헤어를 마음껏 바꿀 수 있다면 메타버스의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의 모습, 그들과의 감정교류, 대화를 통한 행복감, 터치를 통해 맥박이 빨라지는 흥분의 감정 등을 어쩌면 현실 세계보다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정보를 이용한 신규 미용 서비스와 뷰티 제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 ‘코드명 제이(Johnny Nmenonic)’에서 베이징 호텔을 해킹하는 키아누 리브스나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에서 자신의 미래 범죄 기록을 확인하는 톰 크루즈가 이제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제 AI와 AR, VR 기술은 피부 측정을 넘어 우리 삶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토탈 리콜(Total Recall)’에서처럼 우리가 원하는 행복한 기억도 주입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기술은 현재 진행형이며, 현실과 구별할 수 없는 수준의 햅틱(haptic) 기술이 나오려면 적어도 10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다. 2030년, 그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더 진보된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ER) 혹은 종합현실(synthetic reality, SR)의 시대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신현재 조선대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 신현재 교수는 조선대학교 생명화학고분자공학과 교수로 효소와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물자원의 효율적 활용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에서 탄수화물 합성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문화원 ‘Chevening Scholarship’ 장학생으로 영국 런던에 위치한 Westminster University에서 탄수화물 화학을 공부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객원선임연구원과 효소전문기업 ㈜엔지뱅크의 대표 겸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한국생물공학회에서 수여하는 신인학술상과 생물공학연구자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생물공학회 KSBB Journal의 편집장(Editor-in-Chief)으로 생물공학의 다양한 연구내용을 한글로 소개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2005년 국내 최초로 효소영양학을 소개한 『엔자임: 효소와 건강』을 출간하고, 2010년 효소를 이용한 질병 치유 가능성을 제시한 『춤추는 효소』를 선보였다. 2013년 ‘효소 3부작’ 마지막 편으로 『효소치료』(개정판)를 출간했다.
▶ ‘신 교수의 뷰티사이언스 서재’에서는 아름다움과 뷰티사이언스 그리고 화장품 과학에 대한 책을 소개하여 뷰티사이언스의 대중화와 일반인의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월 1회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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