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니 조향사

 

우연이었다. 인연이라면 인연이었다. 지난 6월 16일, 서울국제도서전 셋째 날에 갔을때였다. 하얀 책에 붉은 영자체로 쓰여진 책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전시회를 한참 돌고나서 지칠 무렵이었다. 이제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 벽쪽에 자리잡은 출판사의 진열대에 그 책이 놓여 있었다. 책 표지는 『I LOVE PERFUME(아이 러브 퍼퓸)』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때마침 ‘향수’에 관한 책을 찾고 있을 때였다. 책을 몇 장 넘기자마자 이 책은 사두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본문 서체가 마음에 쏙 들었다. 책에 입힌줄 알았던 향기에도 끌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구입하길 참 잘했다 싶었다. 술술 읽혔다. 글로벌 향수 브랜드 조향사의 이야기에선 그들을 만나고 싶었고, 향수의 도시 그라스(Grasse)를 보여줄때는 그곳에 가고 싶었다. 내게 맞는 향수 찾는 법과 즐기는 방법도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오하니 작가를 만나고 싶었다. 홍대 연남장에서 향수의 기억을 사진으로 보는 전시회를 개최중이던 오하니 조향사를 지난 7월 6일 저녁 찾아갔다. 

 

Q. ‘히어로즈 오브 코리아’는 어떤 곳인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오하니 조향사이며 작가입니다. 한국 니치 향수 브랜드 ‘히어로즈 오브 코리아(Heroes of Korea)’ 창업자로 조향을 하고 있으며, 향수책 『아이 러브 퍼퓸』 저자입니다. 유튜브에서 향수 읽어주는 여자 하니날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뷰티, 패션 브랜드의 향을 조향하기도 했으며, 캘리포니아 관광청, 서울식물원 등에서 향수 행사 전시 및 참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강의도 했습니다. 유럽 명품 브랜드, 신라호텔, 발베니 위스키, 신세계 까사미아, 케이머스 와인 등에서 패션, 식음료, 아트, 창업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향수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히어로즈 오브 코리아는 세종대왕, 신사임당, 이순신과 같은 한국의 영웅을 향수로 기억하고 만나고자 2020년 론칭한 토종 니치 향수 브랜드입니다.

 

Q. 서울국제도서전 ‘작가와의 만남’에서 독자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향수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향수를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으세요. 여자는 이런 향수를, 남자는 이런 향수를…. 내게 맞는 향수를 어떻게 찾으면 좋을지 등 여러 궁금증을 가지고 있더군요. 저의 책 『아이 러브 퍼퓸』에도 적었듯이 자신에게 좋은 향수가 자신의 향수라는 것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신있게 일상 속에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Q. 지난 7월 5~12일 ‘향수, 그라스, 기억’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는데요.
기획 취지는 무엇인가요?

AI시대,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 아니 인간이 인간인 이유, 더 나아가 내가 인 이유는 바로 내가 가진 나의 감정기억때문입니다. 그것은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취지로 저의 기억 중 하나인 향수의 도시 그라스 사진들과 함께 그 동안 제가 작업했던 향을 전시했어요. 제품화되지 않았기에 제 작업실에만 존재하는 향을 시향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침 미국에서 한국에 오셨던 교수님께서 시향 후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제가 꼬마였을 때, 옆집에 살던 동욱이 엄마가 떠올라요. 저를 참 많이 좋아해주셔서 볼때마다 안아주셨거든요. 그 때 만났던 그 분의 향같아요. 제 기억 속에 처음으로 만났던 어른 여성의 향이었어요. 그 때 그 시절이 떠올라요. 오랜만에 떠올린 기억이에요. 이 향을 만나지 않았다면 떠올리지 않았을 기억이에요.” 그 이야기를 듣고 함께 있던 분들과 우리들의 어린 시절 옆집에 살았던 엄마들을 함께 떠올렸어요. 저 역시 초등학교 시절 옆집에 살았던 누군가의 엄마가 떠올랐어요. 종종 맛있는 걸 만들어주기도 하셨고 저는 그 집의 어린 아이들, 이제 막 기어다니던 아이와 서너살되던 아이와 놀다가 낮잠을 자기도 했어요. 옆집과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던 그 추억을 간직한 분들과 그 날 각자의 그 기억 속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저의 향수, 그라스의 기억이 불러일으킨 타인의 기억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제가 바란 전시회의 성과였답니다. 앞으로도 향수와 함께 하는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할 생각이에요. 지난 번에 했던 프루스트 효과를 위한 홍차와 마들렌 그리고 향수, 제가 직접 찍은 사진과 그린 그림들과 함께 하는 향수 전시, 향수로 만나는 연애 모임, 향수와 책 등 지금까지 해온 활동 등을 꾸준하게 할 예정입니다.

 

Q. 『아이 러브 퍼퓸』은 본문 서체가 독특하더군요. 

에디스코 출판사의 책임 편집자님과 대표님께서 제 유튜브 구독자세요. 어느 날 향수를 사려고 정보를 찾다가 제 유튜브를 보게 되었고 제가 쓴 글도 읽어보다가 제게 출간 제의를 하셨어요. 참으로 고맙고, 정말 신경 많이 써주셨어요. 오래도록 기억나는 향수처럼 오래두고 보아도 좋은 책 표지를 가졌으면 했어요. 표지디자인에 제 의견을 많이 참고해주셨어요. 디자이너께서 주신 초안들을 저희 유튜브 구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어요. 출판사와 제가 좋아한 디자인을 구독자들도 1등으로 꼽아주셔서 지금의 표지가 되었어요. 표지는 살짝의 장식적 요소가 담겨있으면서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의 Blosta를, 본문은 손글씨의 흔적이 남아있으면서도 디지털 활자의 현대적인 인상을 가진 산돌 정체 930으로 기본 본문 바탕체를 선택했다고 디자이너께서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디자인이 적용된 파일을 받았을 때 향기가 나는듯한 디자인에 기분이 좋았답니다. 작가, 출판사, 디자이너 그리고 책을 기다려주신 구독자님들이 함께 만든 디자인이라 더욱 의미있어요. 

 

Q. 『아이 러브 퍼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향수 읽어주는 여자’로 눈에 보이지 않는 향수를 조금은 상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2000명 넘게 뵌 분들이 항상 제게 “향수는 어렵다”고 해서 조금은 향수를 내 삶에 가깝게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어요. 조향사는 ‘향의 세계를 창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에는 제가 만난 마스터 조향사들과 니치 향수 설립자들, 그리고 나만의 향수 찾는 법을 담았어요. 향수 시향하는 법, 톱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 오 드 뚜왈렛, 오 드 퍼퓸, 퍼퓸, 남성향수, 여성향수, 향수의 계열, 노트별 추천 향수(약 200개), 계절, 상황, 패션에 따른 향수들, 향수 레이어링, 향수 입는 방법, 향수 사기 좋은 날에 대한 이야기도 모두 알 수 있어요. 향수의 도시 그라스도 소개했는데요. 오래 전 향수라는 산업이 발전하게 된 그 곳이 궁금하더라고요. 영화 '향수'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그 곳에 두 번이나 다녀오게 되어 이 책에 담았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 당신에게 최고의 향수입니다. 
언제나 당신답게. 그리고 끈질기게 하세요! 열정을 가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에요. 
우리는 보통 우리가 소질있는 것에 열정을 갖게 된답니다. 기어코 밀고 나가세요. 

- 프레데릭 말(Frederic Malle) - 

 

Q.『 아이 러브 퍼퓸』을 쓰면서 어려움 점도 많았을듯해요. 

향수에 대한 자료 대다수가 영문이다보니 직접 자료를 찾고 번역했어요. 공부한다 생각하면서 해서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향수 이름들이 외래어이지만 외래어 표기법을 따를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고 향수를 시향하러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브랜드에서 표기하는 법을 따랐고 그걸 출판사와 함께 약 200개의 향수 이름들을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오하니 작가는 또다른 책『 향수로 보는 세계사』를 준비중이다. 인류를 매혹시킨 향수가 인류와 함께 어떠한 궤를 같이 했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오하니 작가는 “향수의 역사는 인류 문명의 역사”라고 말했다.) 

 

Q.『 아이 러브 퍼퓸』을 읽다보면
‘향을 뿌린다’가 아니라 ‘향을 입는다’라는 표현이 많던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한국어, 영어권 사용자들에게서 종종 듣는 질문이에요. 관련 업계에서는 ‘향을 입는다’는 표현을 쓰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향수를 입으면서 나라는 사람의 스타일을 완성한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Q. 갑작스럽긴 하지만 ‘향수 산업’이란 무엇인가요? 

글로벌 기업의 CEO들이 제게 와서 묻는 질문이네요. 기능적으로 말하면 향기 물질이 인간의 피부에 입혀져서 발향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향수 산업은 지속적으로 좋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향수와 화장품은 글로벌 테스터 마켓으로 훌륭한 시장이지요. 

■ 오하니 조향사가 『I LOVE PERFUME』에서 뽑은 글

“향수는 코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에요. 머리에요. 머리가 만들어내는 거에요. 코는 생각이 없어요.” 
마스터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24쪽)
“처음에는 많은 경험을 해야 해요. 경험의 양은 중요해요. 그리고, 열정적이어야해요.” 
마스터 조향사, 빼뜨롱 뒤쇼푸(32쪽)
“향수는…기억의 영혼.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향을 기억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을 볼 수 있어요. 그 사람을 다시 한번요.” 
파퓸 드 니콜라이 설립자 파트리샤 드 니콜라이(41쪽)
“하니, 결코 잊으면 안 되는 사실이 하나 있어요.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라는 것을요.” 
‘아틀리에 코롱’ 창업자 중 한 명인 실비 간터(70쪽)
“향을 맡는다는 것에 감사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일상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어요.” 
센트 커뮤니케이션의 로베르트 뮐러 그뤼노브 대표(113쪽)
“향수가 나만의 고유한 기억과 감정을 찾고, 원하는 기억과 감정을 만들고, 나를 찾아가는 귀중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하니(181쪽)
 

 

Q. 좋은 향수(香水)란 어떤건가요? 향수와 냄새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영화 ‘기생충’은 냄새가 주요 키워드이기도 하고요.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면 향수가 됩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한자로 '향수(鄕愁)'라고 하는데요 향수의 참뜻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향수와 달리 불쾌함을 선사하는 것을 냄새라 할 수 있습니다. 

 

Q. 소비자와 생산자 입장에서 향수를 구입하거나 만들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의 향수 생산 수준은 굉장히 높으며 품질관리가 철저합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나를 기분좋게 만드는 향이 어떤 것인지 먼저 찾기 바랍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겠지만 지성피부는 향수의 향기물질을 좀 더 오래 붙잡을 수 있고, 건성피부는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무향 크림을 바른 후 향수를 입혀주면 지속력을 좀 더 높일 수 있어요.

 

Q. 한국적인 향이란 무엇일까요?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요?

한국적인 향이란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 속에 살아있는, 후각적 경험이 쌓인 향입니다. 애플TV+에서 방영한 드라마 ‘파친코’에서 가마솥 뚜껑을 열 때 피어오르는 연기를 타고 날아오르는 흰쌀밥의 향. 그것은 한국인으로 한국의 흰쌀밥을 먹어본 사람만이 두뇌 속에서 그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는 그저 생소한 냄새일 겁니다. 우리들의 문화 속에 자리하지 않는 일랑일랑, 재스민과 같은 플로럴 노트의 향수들이 거북스럽게 느껴지는 한국인들이 많은 것처럼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러한 꽃향을 자주 맡다보니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만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접근하는지에 따라 좌우될 겁니다.

 

Q. 이 책의 시작은 마스터 조향사들 이야기인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조향사를 꼽는다면요. 

한 분을 꼽기가 어렵네요. 모두 저와 함께 하는 동안 제게 집중해주셨고 그래서 저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굳이 한 명을 이야기해야 한다면 프란시스 커정(Francis Kurkdjian)입니다. 이 책에서 맨 처음 소개했어요.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을 단어로 연결시켜내는, 머리말, 입말, 가슴말이 모두 같은 사람같아요. 그의 향수처럼요.(프란시스 커정은 서른 살에 향수계의 오스카 격인 ‘코티 어워드(Coty Award)’를 수상했다. 그는 좋은 향수란 “향수를 뿌리고 걸을 때 사람들이 좋은 향이라고 알아주는 것, 자신을 말해주는 향”이라고 말한다.(24~25쪽)) 

 

Q. 향수 브랜드 창업가들도 많이 만났더군요. 감동적인 말도 들었겠어요.

프레데릭 말(Frederic Malle)이 기억납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 당신에게 최고의 향수입니다. 언제나 당신답게.” 그리고 “끈질기게 하세요! 열정을 가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에요. 우리는 보통 우리가 소질있는 것에 열정을 갖게 된답니다. 기어코 밀고 나가세요.” (프레데릭 말의 향수는 배우 안소희가 유튜브에서 소지품 속 향수라고 공개해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오하니
ⓒ오하니

 

Q. 남자가 여자 향수를 쓰는 것은 어떤가요? 

향수에는 성별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향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여기느냐에 따를 뿐이에요. 대표적인 여성 향수로 알려진 ‘샤넬 넘버 5’의 경우, 향이 좋아서 입으시는 한국 남성들이 있어요. 내게 좋은 향수를, 나를 위해 입는 멋진 남성들이 많아지는 것이라 여겨 응원합니다. 내게 좋은 향이 내 향입니다. 플로럴 향수 좋아하시는 남성분들, 자신있게 입으시길 바랍니다. 내가 좋아하는 향수를 입은 나를 나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즐기시길. 그리고 그런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시길. 

 

Q. 아이들이 향수를 쓰는건 어떤가요?

아이들이 후각 경험 폭과 깊이를 넓히기 위해 향수를 입는 것은 좋다고 봅니다. 스스로 어떤 향을 본인이 좋아하는지 알아나가는 과정은 감각훈련 과정과도 같고 이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 세대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제 책에서 말씀드린 시향하는 방법에 따라 새로운 향수를 함께 입어보면서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오하니 조향사의 작업실 ⓒ오하니
오하니 조향사의 작업실 ⓒ오하니

 

Q. 나이든 사람에게 나는 특유의 냄새를 
‘노인 냄새(old person smell, 가령취·加齡臭)’라고 하는데요.
노인들을 위한 향이나 제거 방법이 있을까요? 

10대는 호르몬, 땀 분비 등으로 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나이들면 신진대사가 떨어지면서 몸에서 배출되어야할 것이 잘 배출되지 않아 몸에서 냄새가 나게 되고요. 일본, 영국 등 여러 곳에서 연구를 하고 있으나 나이든다고 모두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들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관리를 소홀히하게 되면 냄새가 난다고 보아야 해요. 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요. 예쁘게 화장을 한 20~30대 여성이나 멋지게 차려입은 남성에게서 머리 안 감은 냄새, 오랫동안 실내에만 있었던건가 싶은 쾨쾨한 냄새를 맡기도 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습니다. 얼마나 나 자신을, 신체를, 라이프스타일을 잘 관리하고, 내 주변을 잘 관리하는지가 몸에 나타나요. 침구 세탁을 잘 안하고, 잘 마르지 않아서 곰팡내가 나는 옷을 입고, 환기를 잘 시키지 않는 실내에 오래 있고, 잘 씻지 않고 담배나 화학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음료, 음식을 먹게 된다면 아무리 비싼 향수를 입어도 좋은 향이 나기 어렵습니다. 

 

Q. 향수산업에서도 R&D가 필요할까요? 

향수 자체는 창작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제품으로 출시되고, 교역되는 만큼 국제기준에 부합되게, 국내 화장품법을 준수하여 만들어야하니 제품 출시에 있어서는 과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연구들에 따라 물질들의 사용여부가 변경되니 R&D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Q. 향수 산업은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산업인가요? 안전성 문제는 없나요?

해외에서 화학물질의 안전성, 효능효과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을 ‘친환경’으로 볼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으로 한다면 많이 움직이지 않고 실험실에서 인공물질로 완성되는 향수들이 친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천연원료를 얻기 위해 가공하고 이동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것은 탄소배출에 있어서 그리 친환경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단어 자체로는 친환경적일지라도 말이죠. 향수의 단상자를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친환경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보관, 이동, 소비자의 심미적 가치소비를 위해서 단상자, 포장은 필요하죠. 그래서 저는 친환경,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Q. 해외에 비해 국내 향료 기술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이 있는데요. 

향료산업은 중요합니다. 향수 브랜드가 핸드크림, 바디로션 등으로 제품확장을 하기 수월하기 때문에 사업확장성도 좋습니다. 그러니 저와 같은 한국 조향사들에게 보다 많은 창작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현재는 유수의 K-뷰티 국내 브랜드들이 유럽 회사에 의뢰하고 그 물질을 국내로 수입하여 생산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소비자들이 프랑스 조향사들이 조향한 향에 더 가치를 두기 때문입니다. 국내 조향사들이 창작한 향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가치있게 봐주신다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Heroes of Korea의 향수 ⓒ오하니
Heroes of Korea의 향수 ⓒ오하니

 

Q. 조향사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조언이나 방법을 알려주세요. 

유튜브를 통해 많이 들어온 질문이기도 해요.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습득할 정보의 양을 늘리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세요. 대부분의 원천 정보가 영어로 적혀 있거든요. 정보를 찾고, 습득하고 나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과 타인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우는 경험을 늘려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2가지로 나누면 됩니다. 취업할 것이라면 해당 회사가 원하는 조건을 갖추면 됩니다. 창업을 할 것이라면 창작과 사업을 하는 것을 배우고 실행하면 됩니다. 이렇게 말하다보면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됩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이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고 도전하며 성취하길 바랍니다. 

유명한 향수를 안 맡아본 화장품 연구원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조말론, 샤넬을 넘어 딥티크, 프레데릭 말, 르 라보 등 
니치 향수의 향 경험을 더 많이 가졌으면 합니다. 
 

Q. 국내 화장품 연구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도 있지 싶어요. 

저와 함께 일하는 연구원님들은 그렇지 않아서 전혀 몰랐는데 얼마 전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유명한 향수를 안 맡아본 화장품 연구원이 많다”는 이야기를요. 조말론, 샤넬을 넘어 딥티크, 프레데릭말, 르 라보 등 니치 향수의 향 경험을 더 많이 가졌으면 합니다. 

 

Q. 향수에 관한 영화나 향수 박물관을 추천해 주세요. 

책과 함께 영화 ‘향수(Perfume:The Story Of A Murderer)’를 꼭 보세요. 제가 쓴 책 『아이 러브 퍼퓸』에는 다양한 영화, 음악, 음식, 미술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향수 시향을 하면서 나만의 기억 속 책, 영화, 음악, 음식, 미술을 떠올려보는 시향법을 추천합니다. 프랑스 그라스의 ‘국제 향수 박물관 (International Perfume Museum)’에 가면 다양한 향수 원료를 직접 시향할 수 있고 향수의 역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Q. 화장품 매장에서도 화장품 매장만의 향을 만들 수 있을까요? 

그럼요. 만들고자 하면 만들 수 있지요. 다만, 제품화는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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