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선1, (주)아트앤컴 실장
문인선1, (주)아트앤컴 실장
1. 문인선 (주)아트앤컴(옛 아트앤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재)나눔과평화재단에서 홍보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인천대교에서 언론홍보, 행사홍보부터 온라인마케팅, 사회공헌 업무 등 홍보 업무를 10년간 했다. 서강대 언론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하며 홍보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었다. 현재 (주)아트앤컴에서 ‘진정성’을 담은 콘텐츠 기획과 제작에 힘쓰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온라인마케팅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공저로 『작은 회사의 마케팅은 달라야한다』(이연수, 문인선 지음, 2020년)를 썼다.

 

얼마 전 작은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분한테서 면담 요청이 왔다. 필자가 쓴 책 『작은 회사의 마케팅은 달라야 한다』(이연수, 문인선 공저)를 보고 면담 요청을 해 온 것이다. 이 분은 “요즘은 정말 어떻게 홍보마케팅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라는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막막하다”라고 했다. 

지금 전 세계와 우리 사회는 매출과 고객이 형편없이 축소되었고, 붐업을 위한 프로모션을 펼칠 사회적 분위기도 아니며, 조직 내 활력도 약화하고 있다. 단순히 이익이 줄고, 업무환경이 비대면으로 바뀌는 등의 표면적 변화를 넘어 우리 삶의 모습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에서 통하는 마케팅 논리도 대전환을 이뤄야 함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이러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위기를 맞은 작은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은 어떠해야 할까? 

 

일단 멈추고 내부 상황 파악하기

길을 잃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앞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온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잠시 주춤한 지금 시기를 내부 점검의 기회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첫째, 올 초 세웠던 계획대비 실적과 마케팅 채널들을 분석하며 ‘감’이 아닌 ‘데이터’로 현황을 파악해보는 것이 우선이다.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마케팅 채널의 유입 동향을 분석해보면 어떤 고객층이 증가하고 줄었는지, 어디를 통한 유입이 있었는지 고객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 웹사이트의 트래픽, 브랜드 검색 횟수, 전환율 등이 중요한 분석 자료가 된다. 트래픽은 홈페이지나 블로그 사이트 방문자에 의해 만들어진 방문자의 수, 방문자가 접속한 페이지의 양을 말하며, 전환율은 웹사이트 방문자가 사이트에서 구매나 회원 등록 등 웹사이트가 의도하는 행동을 취한 비율이다. 일정 시점별(매월, 분기, 반기 등) 혹은 홍보마케팅 캠페인 진행 후 전체 방문객 증가율과 해당 트래픽, 검색수, 전환율 등을 분석해서 동향을 파악한다.

둘째, 소셜미디어 증가율도 웹사이트와 마찬가지로 분석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특정 시점이나 주요 마케팅 활동 전후의 ‘팔로워’수, ‘좋아요’수, ‘댓글’수 등 소셜 인게이지먼트 레벨의 변화량을 측정한다. 

셋째, 마케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얼마나 타격을 받았는지 가늠하는데 중요한 척도 중 하나가 자사의 세일즈 사이클을 점검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마케팅은 세일즈 사이클을 단축하고, 반대의 경우는 증가시킨다. 세일즈 사이클이 단축된다는 것은 고객의 구매 전 조사와 비교 과정에 드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고객들이 ‘보습 화장품’으로 검색하던 것을 ‘○○ 브랜드 수분크림’으로 검색함을 말한다.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키워드 검색 결과를 분석해 얼마나 빨리 검색이 되는지, 결과치가 증가했는지 등을 파악해본다. 이런 자료 분석을 통해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놓치고 있었던 마케팅 방향이나 전략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마케팅에서도 정답은 늘 현장에 있는 법이다.

 

‘사회적 감수성 & 성인지 감수성’ 갖추기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은 화장품 명칭과 광고에 ‘미백’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미백’whitening, ‘화이트’white 표현뿐 아니라 ‘밝은’fair, ‘환한’light 등과 같은 단어 역시 화장품 홍보에 쓰지 않기로 했다. 백인의 피부가 다른 인종의 피부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의 대표적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의 화장품 브랜드 ‘페어 앤드 러블리(밝고 사랑스러운)’도 인종 편견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자 브랜드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화장품과 인종차별 문제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지만 이렇게 맞닿아 있다. 자사 제품 중 미백 라인이 있다면 이런 사회적 흐름을 알고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적 감수성에 맞게 변화를 해가는 기민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화장품 브랜드 베네피트는 매장 내 진열된 홍보 사진과 광고 포스터 속 여성의 민낯에 ‘yuck!’이라고 표기하고, 메이크업을 한 얼굴에는 ‘wow!’라고 표기해 여성의 민낯을 비하하고 여성에게 화장을 강요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 미미박스 또한 화장품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 제품을 홍보하며 “인생 틴트 (사달라고) 남친에게 조르지오”라는 문구를 기재해 여성을 비하한다고 논란이 됐다.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사 제품의 홍보 문구에 논란이 될 부분이 있는지 스스로 검열하고 체크해야 한다. 

 

MZ세대에게 먹히는 홍보마케팅 전략 

만약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 고객층이라면 이 회사를 주목하자. 미국 화장품 브랜드 글로시에Glossier는 MZ세대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한 기사에서는 애플 덕후들이 매년 아이폰 론칭을 기다리듯, 뷰티 팬들도 글로시에의 모든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글로시에는 충성고객을 넘어 브랜드 팬덤을 형성했다. 280만 명의 팬들이 글로시에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다. 이들은 글로시에가 적인 7만 원짜리 후드티를 사서 입고 다니고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남긴다. 글로시에는 이들을 팬덤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소비 형태를 보이는지, SNS에서는 어떻게 활동하는지, 어떤 제품을 인증하고 싶은지 등을 파악해 제품과 패키지에 적용했다. 그 결과 고객들이 나서서 참여하고 홍보하고 싶도록 했고, 제품 관련 인증샷을 올려 고객들의 손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MZ세대들의 특징은 온라인상에서 어떤 콘텐츠를 받아들였을 때 단순히 콘텐츠 하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관련 리뷰들까지 패키지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비자들에게 우리 회사의 제품과 브랜드가 어떻게 인지되고, 평가되고, 피드백으로 돌아오는지가 중요하다. 이는 기업이 관리할 수 없는 영역들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결국, 꾸준히 진정성을 가져가는 것이 해답이다.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가치에 철저한 자신감과 확신이 있어야만 진정성을 가질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MZ세대들에 의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포스트 될 수 있도록, 그래서 그들이 스스로 브랜드 홍보채널이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유도해야 한다.

 

안전에 대한 대응은 충분한지 점검하기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마스크를 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순식간에 위험한 공적公敵이 되고 반갑다고 악수를 청하는 것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다. 직접 만나 협의하자고 하면 ‘이 시대에 무슨 대면 회의? 화상회의면 몰라도’라고 거절당한다. 아마 2020년 ‘올해의 단어’를 꼽는다면 후보군 중에 분명 ‘안전’도 있을 것이다. 

안전에 대한 이슈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바꿔라! 생존하기 원한다면’이다. ‘안전’이라는 거대 기준에 맞춰 우리 제품은 충분히 안전한지, 그 속에서 직원들은 심신이 모두 안전하게 일하고 있는지, 고객과의 접점도 충분히 안전한지, 언택트(비대면)로도 원활하게 돌아가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단골 마케팅, 좋은 콘텐츠로 소통하기

국내 대표 화장품 회사 LG생활건강은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고객 유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직영 온라인몰을 통합 플랫폼으로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아모레퍼시픽 또한 라이브 커머스 등 디지털 커머스를 강화하고, 온라인 전용 상품을 내놓는 등 온라인 판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마케팅이 떠오르고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미디어 커머스, 비대면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마케팅의 핵심은 콘텐츠이다. 당장 SNS 채널에 피드를 올리고 온라인 광고를 집행하기에 앞서 무슨 ‘이야기(콘텐츠)’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떤 내용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인가?’가 좋은 콘텐츠의 방향이고 전략이다. 그런 중심 콘텐츠가 있어야 지속성 있게 유지되는 디지털마케팅 채널을 가질 수 있다. 

마케팅은 친구 사귀기와 유사하다. 좋은 친구 사이가 되려면 공유할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하고 그 이야기를 자주 만나 나눠야 한다. 재미있고 유익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데 이 친구 간의 대화거리가 바로 콘텐츠이다. 그리고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콘텐츠에 최적화된 채널을 갖는 것이 핵심이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이런 마케팅을 통해 얻은 단골은 우리의 응원군이자 지지자가 된다. 혼돈의 시기에는 확실한 우리 편을 확보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익을 거래하는 사이를 넘어서 회사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지지하고 유사시 옹호할 수 있는 ‘단골’ ‘서포터’수준의 고객은 회사의 든든한 지지기반이 된다. 

단골과 소통하기 위한, 좋은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스펙 말고 스토리! 스토리는 힘이 세다.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비싼 돈을 주고 광고하는 것보다 감동적인 이야기 하나가 더 많은 언론 보도를 유도하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한다. 영업은 마케팅이 성공적이면 필요성이 없어지고 마케팅은 브랜딩이 잘 구축되면 저절로 굴러가게 된다. 결국 마케팅의 궁극적 목적이 브랜딩인데, 그 브랜딩 구축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스토리’이다. 

▲최고가 아니어도 좋아. ‘자기다움’으로 승부하라. 온라인 채널에서는 공식적이고 위엄있고 잘난척하는 화자보다 소박하지만 개성 있게 ‘내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더 사랑받는다. 업계 1위가 아니어도, 유일이 아니어도 나다운 소재로 꾸준히 말을 거는 것, 이것이 콘텐츠로 사랑받는 방법이다.

▲일상적인 것도 좋아, 경험을 공유하라. 상품과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직접적으로 들려주기보다 슬쩍 한번 돌려서 친밀하고 거리감 없게 다가가는 것이 콘텐츠 고수의 방법이다. 

▲우리 회사만의 존재 이유(철학, 가치)를 공유하라. 회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다른 사람에게도 설명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하는가what’보다 ‘왜 하는가why’가 콘텐츠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막연히 성공하기 위해서, 사회에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 보다는 회사의 존재 이유와 철학을 명확히 메시지화 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지속해서 그 가치를 고객과 나누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칼럼을 쓰거나, 그 가치를 모토로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만들고, 제품설명서가 아니라 기획 의도서를 제품에 붙이는 식으로 콘텐츠화할 수 있다. 회사의 ‘why’를 공유하는 것은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회사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코로나19 이후 위기에 대응하는 마케팅을 생각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함을 토로했던 작은 화장품 회사 대표와의 만남으로 돌아가 보자.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한 계속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엄혹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2020년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되었다. 마케팅에 있어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진정성과 꾸준함이다. 마음을 다한 콘텐츠로 꾸준하게 고객에게 다가간다면 반드시 고객 또한 그 진정성을 알아 줄 것이다. ‘너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이야기로 쓰인 개성 있고 착한, 그리고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그 지속성 있는 콘텐츠의 마법이야말로 회사를 살리고 고객과 함께 하는 것일 것이다. 우리 모두 그 힘을 믿어보며 코로나19 상황을 잘 이겨내 보자. 

저작권자 © THE K BEAUTY SCIEN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