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김나현: 지난 시간에 우리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일단 이 ‘발효’ 제품을 최종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게 안전성, 신뢰라는 얘기를 했잖아요. 특히 국내 발효 제품 같은 경우에는 전통 발효의 느낌을 살려서 패키지도 고전적이게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음식도 그렇지만 전통적으로 계속 먹어왔고 사용을 해왔기 때문에 여기로부터 오는 신뢰가 구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라고 이야기를 나눴죠.

그리고 소비자를 좀 더 세분화해보자면, 대중적인 소비자 단계에서는 보습이나 자극 완화를 목적으로 발효 제품을 선택하고, 여기서 좀 더 많은 것을 기대하는 소비자 같은 경우에는 전통과 첨단 과학이 조합된 최상의 바이오 제품을 찾는 것 같아요. 또 거기에서 더 나아가면 효능에 대한 기대는 물론이고 지속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발효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 집단들 이런 식으로 나뉘어지더라고요. 특히 최근 비건 대체제로서 사용되는 경우에 원물에서 일반적으로 추출을 하는 것보다 발효공법을 이용하는 것이 더 수율이 좋기 때문에. 제일 쉬운 예를 들면 스쿠알란 같은 경우 1세대 2세대 3세대로 진화를 했는데 1세대 같은 경우에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어간유에서 추출한 스쿠알렌, 그리고 2 세대가 올리브였죠. 3세대가 사탕수수 발효인데 2세대 또한 비건 스쿠알란이지만 3세대가 더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최근에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더라고요.

▶조명찬: 스쿠알란은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사용감이 완전히 다 달라요. 물성적으로 점점 가벼운 느낌으로 변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나현: 사실 화장품 원료업계로 오기 전까지 저는 스쿠알란하면 상어를 떠올렸었거든요. 옛날 동화책 보면 학교나 보육원에서 간유를 먹는 시간이 있어요. 그게 스쿠알렌인거죠?

▶조명찬: 네, 그런데 1세대가 없어진 건 상어에서 추출하는 동물성 원료를 식물성으로 대체하게 되면서 첫 타자가 올리브였고, 환경적인 이슈들이 점점 강조되면서 사탕수수로 넘어간거죠.

▶김나현: 올리브 스쿠알란도 아직 많이 쓰이고 있지만 사탕수수를 발효해서 하는 게 훨씬 더 천연 자원의 소비가 적기 때문에… 그런데 옛날에 상어 그림이 그려진 영양제는 많이 봤는데 화장품에도 1세대 스쿠알란이 사용 됐었나요?

▶조명찬: 피토스쿠알란이라고 해서 2세대를 홍보했던 것은 기억이 나요. 최근에 모 브랜드사와 오일류 관련해서 제품을 하나 개발한 게 있는데, 그 쪽에서도 얘기를 했던 부분이 이거에요. 본인들이 테스트를 해보니 스쿠알란 사용감이 다 다르더라, 몇 세대 스쿠알란을 사용할 것인가..그 때도 지속가능 이슈 때문에 최종적으로 사탕수수 쪽을 선택해서 제품을 만들었었거든요.

▶김나현: 그러면 사용감이 3세대로 갈수록 더 소프트 해진다는 말은, 좀 더 가벼워진다고 보면 될까요?

▶조명찬: 사용 후 그러니까 잔여감이라고 하나요. 마무리감이 좀 더 뽀송뽀송해지니까 그때 저희가 내부적으로 테스트해 봤을 때 그런 답변을 많이 받았어요. 올리브가 사탕수수에 비해 다소 오일리하다..라는 답변.

▶김나현: 이제 3세대가 더 지속가능하다고 하니까, 그러면 2세대 스쿠알란을 10만큼 얻기 위해서는 딱 올리브 10만큼을 다 수확을 해서 추출을 해야 되는데 그럼 3세대는 1만큼만 사탕수수를 써도 10만큼의 발효 물질을 얻을 수 있는 건가? 라고 궁금해지거든요.

▶조명찬: 레이첼님이 더 잘 알겠지만 균주를 개발하고 그 균주를 이용해서 발효를 하는건데, 발효라는 것 자체가 대사거든요. 대사를 통해서 새로운 물질을 얻는 거기 때문에, 여기서 수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많은 거죠. 일반적인 추출은 픽스가 돼 있는 값이 나온다고 했을 때, 발효는 수율 자체를 높일 수 있는 중간 스텝이 있기 때문에. 아마 지금도 수율 개선을 목표로 해서 진행을 하고 있죠?

▶김나현: 우리가 Activonol-3를 발효로 생산하는 것도 지속가능성의 측면이 제일 큰 거잖아요. 담당자 분들께서 현재 공정이나 개발 상황에 대해서 자세하게 좀 더 설명을 해주실 수 있어요?

▶레이첼: 발효라는 공정을 쉽게 말하자면 균주를 접종하고 균주에게 먹이를 주고, 균주에게 “너한테 이거 줄테니까 A를 B로 만들어 주라” 이런 식이에요. 그런데 발효 공정마다도 다르겠지만 최종 프로덕트, 스쿠알란이든 뭐든 화장품 원료로 적용 가능한 상태를 얻으려면 분리 정제 공정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발효를 통해 수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발효액 안에는 여러 가지 물질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얻고자 하는 순수한 스쿠알란은 분리 정제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거에요. 물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방법인 것은 맞지만, 발효, 분리 정제 공정을 거치면서 제조원가도 상승하고 까다로워지는 것 같아요.

▶김나현: 여러 가지 기술이 적절하게 들어가야 되는 거군요. 그러니까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대사의 산물로서 타깃 물질을 얻어주는 거고, 그 대사 과정에서 우리가 타깃하는 물질뿐만이 아니라 다른 물질들이 더 생기니까 거기서 우리가 원하는 것만 정제할 수 있는 기술이 또 항상 같이 가야 되는 거네요.

▶레이첼: 저희도 지금 하고 있는 거 보면 발효도 발효지만 결국은 팔 수 있는 제품의 순도, 수율 그런 것들은 다 분리 정제를 통해서 얻어지는 거거든요. 그 공정 자체를 잘 디자인해야 하고, 저희 입장에서는 크게 생각을 해야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옛날부터 쓰고 있던 어떤 A라는 물질을 발효 공법으로 지속가능하면서도 수율도 좋게 대체를 하려면 발효도 잘 이루어져야 되고 근데 이제 그것만으로 수율을 높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거기에서 정제를 한 이후의 수율 자체가 원래의 A보다 더 좋아야 되고 그렇죠.

▶김나현: 아~~어렵네요.

바다이끼 ⓒ Pixabay
바다이끼 ⓒ Pixabay

▶조명찬: 근데 제가 생각했을 때 여기서 지속가능성은 발효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기 보다 앞 단계 그러니까 먹이로 되는 물질의 영향이 크다고 봐요. 예를 들면 1,3-PDO를 얻기 위해선 글리세롤이 필요한데, 폐글리세롤을 이용하는 거죠. 버려지는 글리세롤을 사용해서 대사산물을 얻고, 그런데 이 대사산물 자체가 순수하지 않기 때문에, 발효에서 중요한 건 뭐라고 했죠? 분리정제! 원리 자체는 간단해요. 온도차를 이용해서 A는 100도에서 나오고 B는 110도에서 나오고 이런 식으로 분리를 하거든요. 또 화장품 원료가 되기 위해서는 취(냄새)가 없어야 하고 자극이 없어야 하고 이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활성탄을 쓴다든지 기타 정제 방법들을 통해서 최종 산물을 얻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서 접근을 해야 하죠.

▶김나현: 결국 이 발효 화장품들 대부분 비건, 지속가능성 이런 단어들과 세트로 나와요. 그냥 어떤 효능을 극대화시키는 것뿐 아니라 원물 소싱 단계를 더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레이첼: 사탕수수도 이제 소모량이 많아져서 사탕수수를 대체하고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그런 원료들을 많이 찾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이끼나 녹조류가 많이 등장하더라고요. 논문들도 보면 녹조류를 통해서 발효하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김나현: 맞아요, 사람들이 다들 이끼도 찾아보고 특히 바다이끼, 그리고 해양 미생물, 굉장히 심해에서 건져 올려낸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는  '수다 시즌 2' 자료를 조사하면서 '알테로모나스(Alteromonas)'를 처음 들었는데, 최근에 여러 제품에 적용이 되어 있어요. 바다에서 발견되는 극한 미생물인데 국내 자료를 보면 2009년 정도에 태안 갯벌에서 연구진들이 찾아냈다고 나와요. 화장실에 걸어놓는 나프탈렌을 분해하는 미생물이더라고요. 적용 제품을 보면 자극을 완화시키고 진정시키는 목적을 가진, 민감성 피부용 화장품에 많이 적용이 된 것 같아요.

이렇게 원물 수급이 중요하니까 우리 Activonol-3 제품 같은 경우에도 처음에 그냥 3가 있고, 유럽쪽 매출이 '팜사업 친환경 국제 인증(RSPO,  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 위주로 있었던 것 같은데 이 RSPO 관련해서도 환경단체의 반발이 많은 것으로 알아요. 종이 박스에 FSC (Forest Stewardship Council) 인증 마크도 요즘 흔히 볼 수 있는데, 지속가능하게 관리가 되는 삼림에서 벌목한 나무를 가지고 만든 펄프를 사용했다는 뜻이고, RSPO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관리가 되는 팜 농장에서만 수급을 했다’ 에 대한 인증이잖아요. 근데 그 관리라는 것 자체가 실효성이 있느냐 하는 이야기가 있었고.

▶조명찬: RSPO 같은 경우에는 최대 생산국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건데, RSPO 홈페이지나 관련 세미나를 가보면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게 밀림의 나무가 다 벌목되어 있고 침팬지가 끌려가는 사진이 있어요. 이 야생동물들이 서식지를 잃는 것을 막고 밀림을 보존하기 위해 단체가 만들어진 건데 지금은 어떻게 보면 되게 상업적이 된 거죠. 이 제도로 인증을 받아야 유통을 할 수 있으니까.

▶김나현: 인증업을 할 걸 그랬나 봐요. 진짜 현대에는 뭐든지 다 인증이 있어야 하고… 아동복은 컬러별로 사이즈별로 인증을 다 따로따로 받아야 되더라고요. 요즘 비건 인증도 그렇고 다 인증을 받아야지 팔 수 있고, 특히 수출 같은 경우는 되게 중요한데…항상 뭘 할 때마다 ‘인증 업체를 했어야 되네’ 생각해요.

▶조명찬: 저도 이제 신제품 나오면 인증 받는 게 업무 중 하나니까 많이 진행을 해봤잖아요. 인증 회사를 찾아보자 그런 생각 자주 해요.

▶김나현: 이직하시는 거 아니죠? 그러면 지금 촉매발효공정으로 개발하고 있는 Activonol-3 같은 경우에는 이런 것에서 다 자유롭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하는 건가요?

▶조명찬: 정리해서 말하자면 글로벌에서 이런 인증들을 받은 제품을 원하기 때문에 결국 필요에 의해서 하는거죠. 예를 들어서 1,3-Propanediol의 경우 천연원물의 소스가 크게 옥수수와 팜 유래가 있는데 옥수수 유래의 경우 GMO Free나 COSMOS 인증을 받기에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요. 자사제품은 다행히 팜 유래라 이런 인증에서 큰 문제가 없습니다. 참고로 엑티브온은 GRAS 균주 유래의 1,3-PDO 고생산성 균주를 개발해 비 식용 바이오매스인 glycerol로 부터 1,3-PDO를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나현: 근데 옥수수 같은 경우에도 애초에 그 원물이 되는 옥수수가 GMO 프리 인증을 받은 상태로 수급이 되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가지고 올 때 GMO 프리 인증이 된 것만 사용을 하면 우리 제품도 GMO FREE 옥수수 유래라고 쓰면 되는게 아닌지…

▶조명찬: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농장부터 시작해서 중간 중간에 문제가 없는 원료를 수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검증을 하고 소싱을 진행하는건 맞아요. 다만 인증을 받다 보면 농장에서 확인서가 없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생기거든요. 최종제품의 인증을 받기 위해선 원료 하나하나를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생각할 문제는 아닌 거 같습니다.

▶김나현: 역시 인증 업체를 해야 되는 것 같아요.

‘Part.4’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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