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osmetics Formulation Summit 2019’를 다녀와서

정화지 연구소장(인코스팜 부설연구소)

 

2019년 5회를 맞이한 ‘인-코스메틱스 포뮬레이션 서밋in-cosmetics Formulation Summit 2019’은 예년과 같이 런던에서 열렸다. 유럽, 아시아, 북미 및 남미에서 매년 개최되는 in-cosmetics Group 전시회에 비하면 in-cosmetics Formulation Summit의 규모는 매우 작다. 화장품에 관한 원료 소개, 전시 및 트렌드 발표와 같은 광범위한 in-cosmetics Group 전시회 형식을 벗어나서 ‘in-cosmetics Formulation Summit’은 화장품 제조업 및 원료개발업에 종사하는 R&D 전문가, 포뮬레이터, 관련 회사의 의사결정권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교육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특징은 그 해 화장품 산업을 주도하는 주요 트렌드를 포착하거나, 매년 서밋 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프로그램의 주제를 선정하고 그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의 발표를 통해 비즈니스 트렌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인사이트를 서로 공유한다는 점이다. 

 

2019년 in-cosmetics Formulation Summit의 주제는 ‘의식있는 소비자를 위한 포뮬레이션 Formulating for the conscious consumer’이라는 대주제 아래 이틀간에 걸쳐 모두 24명의 전문가들이 발표에 나섰다. ‘Good for the Body’, ‘Good for the Planet’, ‘Good for the Mind’라는 세션별 소주제로 20분 발표와 5분간의 질의응답으로 빡빡하게 진행됐다. 대부분의 발표들은 ‘지속가능Sustainable’, ‘친환경eco-friendly’, ‘웰빙well-being’, ‘건강health’, ‘자연natural’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두었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첫날 오전 세션은 ‘방부제도전-마이크로바이옴과 퍼스널 케어제품Preservation challenges-The microbiome vs. Personal care products’이라는 개요로 Gallinée, ROELMI HPC, Dr. Andrea Mitarotonda가 피부 및 두피 상재균Microbiome과 친화적이면서도 파라벤을 능가할 수 있는 천연방부제의 개발 동향과 그 솔루션을 발표했다. 장기간 보관을 위해 사용하는 화장품 방부제 포물레이션은 요즘 화장품업계의 핫 트렌드로 대두되는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점에선 매우 모순적인 면이 있다. 이에 대한 솔루션으로 Gallinée사는 모발에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두피 상재균총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파라벤, 페녹시에탄올, 합성계면활성제 대신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와 천연계면활성제, 그리고 중국 야오족 여성들이 오래 동안 사용해왔던 발효쌀추출수를 활용한 두피 케어제품을 소개하였다. 

※ 출처: Gallinee.com/fermented-rice-water
※ 출처: Gallinee.com/fermented-rice-water

 

‘화장품 포뮬레이션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트렌드’라는 개요로 시작한 오후 세션은 ‘클린 뷰티Clean beauty’, ‘미니멀리즘Minimalism’, ‘천연과 유기농 포물레이션Nature and organic formulation’의 키워드로 Cosmetic Creations, The Organic Pharmacy, APIVITA, Hormeta, Green People사의 발표가 있었다. 그리스의 APIVITA사는 천연화장품 시장규모가 10년 이내에 2배 이상 성장하여 천연 원료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따라서 천연원료들이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하며, 동시에 윤리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지에 대한 기준 마련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일례로, ‘수분受粉의 아름다움Pollinate Beauty’라는 다소 생소한 어휘이지만 꿀벌과 상생하여 생산한 환경 친화적인 천연물 원료에 대한 안전성 확인, 효능성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 클린 포뮬레이션, 폐기물제로 생산과정, 재활용품을 활용한 포장재,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꿀벌양식과 천연자원 재배에 대한 인식이 없이는 진정한 클린뷰티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이틀째는 The Green Chemist, thinkstep AG, L’Oreal Research & innovation, St1, 노팅햄대학, AMDEV PACKAGING CONSTULTANCY LIMITED, MonoSol, Unpackaged Innovation Ltd의 연사들이 ‘지구를 위한 좋은 것Good for the Planet’이라는 개요로 발표했다. 노팅햄대학의 Steve Howdle 교수는 천연물로부터 재생가능한 폴리머와 계면활성제 개발에 대한 Croda, DSM과의 공동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반면 The Green Chemist사는 우리들이 통상적으로 환경 친화적이라고 생각하는 생분해성 폴리머조차도 자연계에서 이산화탄소와 물로 완전히 분해되지 않으며, 환경조건에 따라 60% 수준만 생분해가 가능하다고 발표하여 생분해성 원료 사용에 대한 새로운 인식변화를 깨우쳐 주었다. 이러한 인식변화로 화장품원료는 물론 화장품 완제, 포장재에 이르기까지 수중생물에 대한 독성검사, 생분해성 테스트 등의 지속가능성 평가 기준이 마련된 COSMOS 인증에 대한 요구가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 출처: Unpackaged Innovation Ltd.
※ 출처: Unpackaged Innovation Ltd.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에코디자인Eco-Design’ 화장품 포뮬레이션에 필요한 지속가능성 평가분석 모델을 thinkstep사가 제공했다. 컴퓨터에 저장할 필요가 없는 웹기반의 프로그램으로 사용자가 포뮬레이션에 사용할 원료들과 함량 등을 기입하면 환경 친화적인 포뮬레이션을 위한 적절한 시나리오를 제공받을 수 있다. 

※ 출처: Stl oy. in-cosmetics formulation summit 발표자료
※ 출처: Stl oy. in-cosmetics formulation summit 발표자료

지구 환경을 클린하게 유지하기 위해 화장품산업이 해야 할 솔루션을 식품판매점에서 벤치마킹한 일례를 Unpackaged Innovation Ltd사에서 발표하였다. 회사명조차도 ‘Unpackaged’이다. 수퍼마켓의 식품코너에는 오래전부터 소비자가 직접 용기를 가지고와서 구입하려는 시리얼이나 채소 등을 담아가는 시스템이 있었는데 이러한 방식을 화장품업계도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으며, 현재 그것을 실천하는 몇가지 사례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2019년 12월 25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폴리염화비닐PVC 재질 화장품 포장재와 스프링이 들어가는 펌프형 화장품용기 사용이 금지된다. 당장에 닥친 중소화장품업계의 어려움이 있지만 국내 화장품업계도 세계적인 트렌드를 고려해볼때 이 문제점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과정이 지구환경도 함께 아름답게 유지하는 것이라면 명품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위한 감성마케팅 전략이 아닐까. 

 

그리고 이 세션의 발표 중 인상적인 것은 핀란드 에너지 기업인 St1이 목재생산 중 얻어지는 부산물로 화장품원료를 개발한 결과였다.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한 바이오리파이너리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리그닌을 바이오기반의 탄소와 활성탄소로 변환시켜 화장품원료로, 부산물 Turpentine류는 향료 등으로, 주 생산물인 바이오에탄올은 화장품 용매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주었다. 사실 생산공정 단가를 본다면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것보다는 바이오플라스틱과 바이오폴리머 생산이 오히려 고부가가치가 있는 연구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세션은 ‘Good for the Mind’라는 소주제에 따라 감성화장품Emotional cosmetics, Neuro cosmetics의 포뮬레이션에 대해 KAL’IDEES, Pertch Associates Ltd, Belcorp가 발표했다. 공통적으로 연사들은 감성화장품을 “신경피부계를 조절하여 감성적인 혜택은 물론이고 피부세포에 효과를 나타내는 화장품”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소비자들의 상품 재구매율은 실제 제품의 효과와는 관련이 없고 단지 소비자가 느낀 감성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가령, 안티에이징 크림을 발랐을 때 주름이 점차 사라지는 것에 대한 효과보다는 크림을 바르는 동안 느끼는 행복감, 안정감, 성취감이 더 크므로 화장품의 장점을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으면서 더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본성의 감각적, 지각적 및 신경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접근방식은 당연히 독창적이면서 적절한 측정방법이 수반되어야 하며 특별히 타깃 중심의 원료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Belcorp사는 최근 MIT에서 인공지능시스템을 이용하여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음악으로 전환한 기술을 소개하면서 미래에는 이 기술을 이용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피부에 안티에이징 단백질이 만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세션에서 포뮬레이터들에게 제시된 감성화장품의 비즈니스 솔루션은 소비자가 화장품을 사용했을 때의 긍정적인 감성을 강조하고, in vitro, ex vivo, in vivo실험에서도 감성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의사소통 언어 및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화장품 용기를 열어 피부에 바르는 순간 혹은 퍼퓸을 뿌릴 때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여 신체적 정신적으로 진정한 미美를 추구하는 그런 미래가 우리에게 곧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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