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ord to you, a fragrance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오늘도 출근 준비를 한다. 얼굴에 토너와 크림을 바르고, 머리에는 아르간 오일(argan oil)을 조금, 마지막으로 손목과 귀 뒤에 향수 몇 방울을 뿌리고 마무리. 토너와 크림에도 약간의 향기가 있지만, 향수 몇 방울이 가져다주는 나만의 기분 좋은 느낌은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매일 아침의 리츄얼(ritual)이다. 그날의 일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향수를 통해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나를 표현한다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출근 준비의 마지막은 언제나 향기로 몸을 감싸는 작은 의식으로 마무리한다.

인류는 넓은 의미에서의 냄새와 좁은 의미에서 향기와 향료를 사용한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향료가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기원전 25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시절에 이미 향로가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성서의 출애굽기와 레위기에는 ‘향을 피워 연기 속을 지나가는(per + fume)’이라는 표현이 다수 등장한다. 고대 이후 향료는 점차 종교의식에서 일상생활로 옮겨왔고, 중세와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의 굵직한 시대를 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동양의 경우 향료 사용의 문화가 파미르고원을 거쳐 인도와 중국을 넘어 한국으로 전해지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은 매년 가장 인기 있는 향기(fragrance)와 향수브랜드(perfume brand)가 여러 매체에서 다양하게 발표되고 있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자신만의 제품과 향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화장품에서 냄새와 향기 혹은 향료가 갖는 중요성은 제품의 사용감을 증진시키고, 악취를 비롯한 특이취를 가려주며(masking), 화장품 본연의 특성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하기 위한 풍부한 표현력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의 매력을 이끌어내는데 있다. 이것은 향기에 따라 자기의 매력을 연출하는 목적의 향수나 오드코롱의 방향제품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휴가나 출장에서 들른 호텔 로비에서 풍기는 향기로운 냄새와 객실에 비치된 다양한 어메니티(amenity)의 향기는 그 호텔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최근에는 이러한 연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향기가 갖는 생리·심리적 작용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어 향기의 다양한 건강증진 효과 및 심리적인 측면에서 뇌와 관련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바야흐로 아로마테라피(aromatherapy)를 넘어 아로마콜로지(aromachology)의 시대로 점프하고 있다. 최신 연구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 캠퍼스(UC Irvine)의 뇌바이오 연구센터 연구진은 향기가 노인들의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우울증을 감소시켰다는 연구결과를 ‘신경과학의 최전선(Frontiers in Neuroscience)’이라는 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냄새는 프랑스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혹은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에 소개된 마들렌 일화를 통해 잘 알려졌듯이 아련한 기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다. 동물에게 냄새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개미는 페로몬(pheromone)이라는 향기분자를 이용하여 집단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고, 심지어 세균도 화학물질의 농도차이를 감지하고 서로 손짓을 하여 모이거나 흩어질 수 있다. 이러한 냄새와 향기를 감지하는 ‘후각’이라는 능력은 생명체 전반에 걸친 오래되고 고유한 종합감각이다. 한동안 후각 연구가 신경과학 본류에서 멀어진 것은 단지 그 연구가 뇌와 신경에 관한 너무 많은 자료를 다루어야 하는 어려운 학문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다양한 세포 수용체(cell receptor)를 연구할 수 있는 방법론이 개발되고, 빅 데이터 급의 연구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도구가 있으니 후각연구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오를 것 같다.

‘인지과학자 그리고 과학, 기술 및 감각을 연구하는 경험 철학자이자 역사가’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바위치(Ann-Sophie Barwich) 교수는 그녀의 저서 『냄새: 코가 뇌에게 전하는 말(smellosophy)』에서 코로부터 시작해서 감각계와 신호전달을 거쳐 마음과 뇌로 통하는 창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재미있게도 냄새를 맡는 감각인 후각을 구박받고 천대받던 자리에서 인생을 역전한 여인인 감각계의 신데렐라로 표현하고 있다. 이마누엘 칸트와 찰스 다윈 등의 과학자와 철학자들로부터 유기체의 감각 중에서 가장 천박하고, 가장 향기로운 냄새의 기쁨조차 덧없고 일시적이라고 평가 절하되었던 감각은 이제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이자 실마리가 되고 있다. 현대과학은 매일 경험하는 많은 감각을 이미 후각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는 시각과 청각의 정보뿐만 아니라 미각과 후각의 정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기본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장미향과 레몬향을 구분하고 멘톨과 민트의 차이를 알아챌 수 있다. 바위치 교수의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찰은 ‘후각’이라는 것이 단지 유전적 산물이 아니고 끊임없이 훈련된 학습의 과정이고 그 문화적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면서 오래된 기억의 한 장면 속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아침에 뿌리는 향수를 통해 나라는 사람의 이미지를 너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향기를 통해 “나는 충만한 자신감으로 나의 길을 개척하고 있어!”라든가 “나는 자유로운 본능을 가지고 있지!” 등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향기는 상황(TPO)에 맞게 우리 자신을 표현하고 발현하는(expression) 좋은 매개체가 된다. 냄새는 조건 없는 사랑을 코에게 바치며, 좋은 향기는 당신이 입는 옷보다 확실히 더 큰 의미가 있다.

신현재 조선대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 신현재 교수는 조선대학교 생명화학고분자공학과 교수로 효소와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물자원의 효율적 활용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에서 탄수화물 합성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문화원 ‘Chevening Scholarship’ 장학생으로 영국 런던에 위치한 Westminster University에서 탄수화물 화학을 공부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객원선임연구원과 효소전문기업 ㈜엔지뱅크의 대표 겸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한국생물공학회에서 수여하는 신인학술상과 생물공학연구자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생물공학회 KSBB Journal의 편집장(Editor-in-Chief)으로 생물공학의 다양한 연구내용을 한글로 소개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2005년 국내 최초로 효소영양학을 소개한 『엔자임: 효소와 건강』을 출간하고, 2010년 효소를 이용한 질병 치유 가능성을 제시한 『춤추는 효소』를 선보였다. 2013년 ‘효소 3부작’ 마지막 편으로 『효소치료』(개정판)를 출간했다.
▶ ‘신 교수의 뷰티사이언스 서재’에서는 아름다움과 뷰티사이언스 그리고 화장품 과학에 대한 책을 소개하여 뷰티사이언스의 대중화와 일반인의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월 1회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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