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많은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를 리드하는 리더십은 그 브랜드를 기획한 기획자 또는 창업자에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애플Apple의 스티브 잡스Steven Paul Jobs나 버진 그룹Virgin Group의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브랜드는 처음 만든 사람의 캐릭터를 닮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모든 브랜드의 결정은 대부분 처음 만든 사람 곧 기획자나 창업자의 가치관을 반영하며 브랜드는 그들의 리더십 아래 그들의 비전만큼 성장한다. 때문에 브랜드의 리더, 그 개인의 퍼스널 아이덴티티Personal Identity가 곧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가 되어 그 생명을 같이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 많은 브랜드가 그렇다. 그래서 브랜드의 인수합병이나 브랜드매니저의 교체 또는 경영의 악화로 B.IBrand Identity가 훼손되어 일관성을 잃게 된 브랜드의 사례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바다.(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인수합병, 브랜드매니저의 교체 등의 변수에도 B.I를 잘 유지하고 고도화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브랜드의 리더십을 사람이 아닌 브랜드가 갖게 하면 어떨까 하고 제안해본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비전을 명문화하고 이를 브랜드와 관계된 모든 사람이 공유하며 의사결정을 할 때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비전에 근거하여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좀 더 브랜드다운 결정을 일관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게 가능하다면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주인이 바뀌어도 또는 그 리더가 바뀌어도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가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Northwestern University 켈로그 경영대학원Kellogg School of Management의 티모시 컬킨스Timothy Calkins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브랜드가 영속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 요건은 ‘명료함’이다. 강력한 브랜드는 그 브랜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로부터 만들어진다. 누가 우리의 고객인가? 우리 브랜드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브랜드를 세계 속에서도 유일무이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누구라도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두 번째는 ‘문화’에 집중된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그 가치를 인정해야 문화로 정착될 수 있다. 문화로 정착되어 있지 않다면 직원들은 대부분 할인이나 프로모션 등 단기 이윤 창출에 급급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브랜드를 불가피하게 약화시킨다.

세 번째는 ‘재무 건전성’이다. 단기적인 재무 문제에 당면한 기업에게 있어 브랜드를 위한 투자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업이 모든 역량을 의도적으로 한 곳에 집중하면 빠른 시간 내에 현금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재무 건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브랜드는 역시 단기 이익에 급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재무 건전성은 장기간에 걸쳐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조직에게 ‘자유’를 선사한다.

티모시 컬킨스 교수의 조언에 구구절절 동의하지만 사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브랜드의 오너가 아닌 이상 티모시 컬킨스 교수의 조언을 브랜드에 적용해 브랜드십이 브랜드를 경영하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필자의 경우 현재 ‘이지엔’이라는 브랜드의 브랜드 매니저로서 이 브랜드가 상품을 대표하는 상표가 아니라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강력한 브랜드로서 성장하기를 바라며 7년째 키워오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지엔’이란 브랜드의 시작은 상표의 개념에 더 가까웠음을 부정할 수 없다. 첫 제품이었던 ‘이지엔 푸딩 헤어컬러’의 상품적인 경쟁력을 기반으로 ‘이지엔’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누구나 모방하여 카피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장 환경에서 상품적인 경쟁력의 생명이 오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이지엔 푸딩 헤어컬러’의 판매에 집중하는 동시에 ‘이지엔’이라는 브랜드를 키워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소비자로 하여금 개인의 철학과 취향을 브랜드와 동일시 할 수 있을 정도의 브랜드로 이지엔을 키워내고 싶었다.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주는 것은 물론 소비자와 유통의 니즈에 부합하여 할인과 프로모션을 했지만 이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제약회사로 상품이 곧 브랜드이기 때문에(배탈과 설사에 정로환, 탈모치료제 미녹시딜과 같이 말이다) 브랜드가 철학과 비전을 갖고 이에 부합하는 브랜드 운영을 해야 한다는 것을 내부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이지엔’을 브랜드로 키워내는 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So, Unique, eZn’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가지고 적지만 꾸준한 브랜드 예산을 집행하며 브랜드를 위한 투자를 시작할 수 있었다. 브랜드의 철학에 부합하는 신제품 출시를 고민하며, 브랜드의 철학을 대변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 서포터즈,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내고 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콘셉트를 고민할 때도 이지엔 다운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덕분인지 2019년에는 브랜드상을 수상하는 좋은 일도 있었다. 올리브영 내 헤어 카테고리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아직 브랜드십이 브랜드를 리드하고 문화에 집중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지엔’이 브랜드다움을 유지하며 지속성장하기 위한 브랜드십을 소유하게 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려고 한다. (능력 있는 브랜드매니저들이 고민하며 키우고 있는 많은 브랜드가 있음을 알기에 필자의 경험을 내어놓기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아직 브랜드에 대해 고민하기 부담스러운 작은 브랜드들이 많음을 알기에 그리고 취향이 소비의 근거가 되는 시장에서 그들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필자 개인의 경험을 공유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브랜드의 가치를 고려하고 브랜드십이 브랜드를 경영할 수 있도록 함께 힘쓰면 좋겠다. 할인이나 프로모션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가 브랜드다워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실행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이런 노력이 시간을 통과했을 때 세계에서 브랜드로 인정받는 더욱 당당한 K-Beauty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최우정 어반디지털마케팅 브랜드투자사업본부 본부장

▶ 동성제약에서 20여 년 동안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현재 (주)어반디지털마케팅에서 브랜드 투자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브런치에 작가명 “다이버토리”(https://brunch.co.kr/@divertory)로 글을 쓰고 있다.
▶ 최우정의 ‘BRAND WITH A BRANDSHIP’은 더케이뷰티사이언스 2020년 1월호부터 2021년 6월호까지 매월 게재됐다. 이 칼럼을 온라인으로 읽고 싶다는 독자 의견을 반영해 매주 1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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