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퀴즈 하나. 이것은 무엇일까? 이것으로 만든 이불을 덮고, 이것으로 된 신발을 신고 축구를 한다. 이것으로 화장품 용기도 만들 수 있고, 보석을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은 100년 전에는 지구에 없었다.

정답은 ‘플라스틱(plastic)’이다. 요즘 플라스틱만큼 애증이 교차하는 물질도 없는 듯하다. 1909년 레오 베크랜드(Leo Baekeland)가 ‘석유의 파생물로 만든 합성제품’이라는 이름으로 플라스틱 제품을 정의한 이후, 이 신물질은 기존의 종이, 유리, 도자기, 철, 나무가 차지했던 많은 자리를 대체하고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되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의 대표적 사례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최근 버려진 플라스틱이 환경과 생태계에 일으키는 폐해에 대한 언론 보도와 연구결과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과 미세플라스틱 조각들로 인해 땅과 바다가 병들고, 수없이 많은 생명체가 죽어가고 있다. 플라스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변치 않는 특징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가공이 쉽고 오래도록 변치 않는 성질을 가진 플라스틱을 일회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시티팝 가수인 마리야 타케우치(Mariya Takeuchi)는 이런 일회용 사랑을 ‘플라스틱 러브(plastic love)’라는 곡으로 노래하기도 했다. 오래도록 변치 않는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실상은 가벼운 사랑만을 하고 있는 현대인의 실상을 멜랑콜리하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내구성이 있는 뷰티제품 용기 혹은 변하지 않는 미학적 디자인을 위한 매개로서의 역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이라는 말은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된 것으로 ‘거푸집에 부어 아무 모양이나 만들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조금 다른 표현으로 ‘성형 혹은 금형이 가능하다’는 뜻도 있다. 그래서 성형수술을 영어로 plastic surgery라고 부르는 것이다. 석고나 회반죽 혹은 반창고를 plaster라고 하는 것도 이러한 유래를 가지고 있다.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은 그 수와 양이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 물질의 성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음과 양처럼, 물질의 대표 성질 중 하나는 탄성(elasticity)이고 다른 하나는 가소성(plasticity)이다. 탄성은 외부의 힘에 의해 변형된 물체가 이 힘이 제거되었을 때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이다. 스프링이나 팽팽한 아기피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편 가소성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영구적 변형을 의미한다. 찰흙이나 얼굴 혹은 다리가 부은 피부 상태를 생각하면 된다. 우리 피부를 물질의 특성에 대입하여 보면 어리고 젊을 때는 피부의 탄성이 있어 탄력 있고 매끈한 외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데, 점점 나이가 먹을수록 중력의 영향과 기질금속단백질분해효소(matrix metalloprotease, MMP)라고도 불리는 콜라겐분해효소 등에 의해 처지고 주름진 피부로 변형된다. 즉, 피부의 건강한 상태는 탄성과 가소성의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링컨은 “사람은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는 우리가 어떻게 생활하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자기의 얼굴표정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아름다움도 내 노력과 마음으로 바꿀 수 있다면 이게 바로 플라스틱 뷰티(plastic beauty) 아닐까? 피부뿐만 아니라 최근 뇌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발견이 속속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뇌는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는 능력이 있는데, 이를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라고 부른다. 성장과 재조직, 외부환경의 양상에 따라 뇌가 스스로 구조와 기능을 변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충 훑어보는 식의 읽기가 아닌 깊이 읽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뇌를 활성화시켜 젊은 생각을 유지할 수 있다.

유영만 교수와 박용후 대표의 책 『언어를 디자인하라』를 보면 언어를 통해 우리의 생각과 나아가 우리의 뇌와 행동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건강한 생활습관은 우리의 외모를 좀 더 오래 아름답게 지킬 수 있고, 다양하고 깊은 독서의 경험은 뇌신경 구조를 바꿔 내면의 아름다움을 오래 유지시킬 수 있게 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와 더불어 내면의 인성과 아름다운 말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현대과학은 외모 역시 우리의 생활습관에 따라 얼마든지 디자인 할 수 있고, 내면은 독서와 변화된 언어생활 등으로 뇌신경부터 새롭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인 플라스틱도 자신이 가진 가소성을 이용해서 적절한 온도와 압력에서 재활용될 수 있듯,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운 사람은 이렇게 자신의 미를 디자인하는 습관을 지닌 사람이다. 이제부터 자신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디자인하자. 우리가 주도적으로 우리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세상이야 말로 진정한 플라스틱 뷰티 세상이다. 이 세상의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변화한다는 사실이고, 변화무쌍함 속에서 영원함을 찾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다.

신현재 조선대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 신현재 교수는 조선대학교 생명화학고분자공학과 교수로 효소와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물자원의 효율적 활용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에서 탄수화물 합성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문화원 ‘Chevening Scholarship’ 장학생으로 영국 런던에 위치한 Westminster University에서 탄수화물 화학을 공부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객원선임연구원과 효소전문기업 ㈜엔지뱅크의 대표 겸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한국생물공학회에서 수여하는 신인학술상과 생물공학연구자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생물공학회 KSBB Journal의 편집장(Editor-in-Chief)으로 생물공학의 다양한 연구내용을 한글로 소개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2005년 국내 최초로 효소영양학을 소개한 『엔자임: 효소와 건강』을 출간하고, 2010년 효소를 이용한 질병 치유 가능성을 제시한 『춤추는 효소』를 선보였다. 2013년 ‘효소 3부작’ 마지막 편으로 『효소치료』(개정판)를 출간했다.
▶ ‘신 교수의 뷰티사이언스 서재’에서는 아름다움과 뷰티사이언스 그리고 화장품 과학에 대한 책을 소개하여 뷰티사이언스의 대중화와 일반인의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월 1회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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