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만성 염증질환인 원형탈모증의 발병 기전을 발견했다. 

KAIST는 의과학대학원 박수형 교수(KAIST 전염병대비센터 센터장) 연구팀이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면역연구센터장), 석준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이같은 성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원형탈모는 1~2%의 유병률을 갖는 흔한 질환으로 모낭을 침범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이는 원형의 탈모반을 특징으로 하며, 두발이나 우리 몸의 모든 털을 침범할 수 있는 비흉터성 자가면역성 탈모 질환으로, 앓고 있는 환자들은 외모에 많은 변화가 생겨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원형탈모증은 면역세포에 의해 발생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져있지만 발병 기전은 지금까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원형탈모 환자의 피부 조직 및 혈액과 원형탈모를 유도한 쥐의 피부와 림프절의 분석을 통해 가상기억 T세포(Virtual memory T cell)로부터 유래된 새로운 면역세포군이 원형탈모증 발병의 핵심 원인임을 최초로 규명했다(그림 1). 

그림 1. 가상기억 T세포가 항원-비특이적인 사이토카인 자극을 받아 활성화되면 높은 세포독성능을 갖는 새로운 면역세포로 분화가 일어나고, 이 세포군이 세포독성 물질을 내보내 모낭을 파괴하여 원형탈모를 일으키게 된다.
그림 1. 가상기억 T세포가 항원-비특이적인 사이토카인 자극을 받아 활성화되면 높은 세포독성능을 갖는 새로운 면역세포로 분화가 일어나고, 이 세포군이 세포독성 물질을 내보내 모낭을 파괴하여 원형탈모를 일으키게 된다.

 

가상기억 T세포는 다른 T세포가 자극을 받아 기 억면역세포가 되어 작용하는 것과 달리, 자극을 받 지 않고도 기억면역세포와 비슷한 특징을 갖는 세 포를 얘기한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여 나 이가 들수록 점점 축적된다. 가상기억 T세포는 바 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에 대한 감염을 제어하고 암세포를 없애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항원 특이적으로 반응할 수 있으나, 사이토카인 반응에 의해서도 활성화될 수 있다. 즉, 항원 특이적인 자극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활성화된 면역기능을 이미 갖고 있는 세포군이다. 

연구진은 피부에서 분비된 사이토카인(IL-12, IL-15, IL-18)이 가상기억 T세포를 활성화시켜 높은 세포독성 능력을 갖는 면역세포군으로의 분화를 일으키고, 이렇게 활성화된 면역세포는 수용체(NKG2D)를 통해 항원 비특이적인 세포독성 작용으로 모낭세포를 파괴하여 원형탈모증을 유발시키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한, 연구진은 사이토카인과 수용체(NKG2D)의 기능을 억제하여 원형탈모증의 발생을 막을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체 내에서 만성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면역세포를 발견하고 그 특성을 밝힘으로써, 만성 염증질환 및 자가면역질환의 병인 및 치료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KAIST 박수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가상기억 T세포가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 않고, 항원 비특이적인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후 오히려 염증 질환을 유발할 수 있음을 최초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나 의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추가 연구를 통해 항체 치료제를 신약 개발한다면 다양한 만성 염증질환의 발생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앙대학교병원 석준 교수, KAIST 의과학대학원 조성동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면역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네이처 이뮤놀로지(Nature Immunology)’에 게재됐다. 논문명 ‘A virtual memory CD8+ T cell-originated distinct cell subset causes alopecia areata through innate-like cytotoxicity.’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 사업, 4대 과학기술원 공동연구프로젝트, 대한모발학회 기초분야 연구비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저작권자 © THE K BEAUTY SCIEN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