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아름다운 착시 ‘화장’ 심리학 - ⑨

본지는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의 ‘아름다운 착시illusion ‘화 장’ 심리학’을 연재한다. 그는 시지각visual perception 관점에서 화장化粧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보여준다. 최훈 교수는 연세대학 교 심리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 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한 뒤 보스턴대학교와 브라운대학교에 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지냈다. 현재 한국심리학회 편집위원, 한국인지및생물심리학회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_편집자 주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방학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하면 새로움이라는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새학기가 시작하는 3월과 9월이 싱그러운 계절인 것도 한 몫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도 한 학기가 시작되면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목표들을 정한다. 하지만 이 시기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매 학기 하는 강의도 학기 초에는 뭔가 어색하고, 말을 해도 무슨 말을 하는지 머리 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는, 일명 강의력이 떨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방학 내내 안 하던 것을 다시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이와 비슷하게 새학기에 나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 있다. 학생들의 이름 알아 맞추기이다. 

오랜만에 만난 학생이 “교수님!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인사를 할 때, 나의 머리는 매우 바빠진다. 그 학생의 모습을 빠르게 스캔해서, 내 머리 속 인명사전과 재빠르게 대조한다. ‘생각나라!’라는 주문을 외우면서. 대학의 학생들은 성장기를 넘긴 나이이긴 하지만, 그 정신 세계는 매우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또한 중·고등학교와는 달리 그 성장이 겉으로 매우 확연하게 표현될 수 있는 환경에 있다. 그래서 그런지, 다양한 이유로 방학이 지나 다시 만난 학생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달라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변화된 얼굴과 내 기억 속 얼굴의 모습들을 대조시키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얼굴이니까. 

원래 인간의 시각 시스템, 특히 사람의 얼굴과 관련된 시각 시스템은 얼굴에 있는 정보를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얼굴에 있는 정보 중 가장 중요한 정보가 신원identity이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우리 편의 사람인지,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잠재적·위협적 인물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니. 그래서 우리는 꽤 괜찮은 수준의 정확도로, 그리고 매우 빠른 속도로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얼굴을 보고 그 신원을 알아 맞추는 과제는 생각보다 쉬운 작업은 아니다. 일단 얼굴이란 자극은 매우 복잡하다. 눈, 코, 입과 같은 요소들이 많이 있고, 하나 하나의 요소들은 모두 매우 정교한 형태를 자랑한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매우 비슷한 배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얼굴이 있고, 눈 두개, 코 하나, 입 하나가 수직 방향으로 놓여져 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의 얼굴은 매우 비슷비슷하다는 이야기다. 이 비슷한 얼굴들을 보고, 그 얼굴들을 구분하고, 그 얼굴의 주인공을 알아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자. 두 마리의 강아지가 있는데 이 두 마리는 서로 종도 같고, 크기도 같으며 온몸이 비슷한 길이의 흰색 털로 덮여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우리는 이 두 마리 강아지의 얼굴만 보고 구분해 낼 수 있을까? 심지어 그 강아지의 주인들조차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사람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 맞추는 일은 매우 기적적인 결과일수도 있다. 

그런데 얼굴을 보고 그 주인공을 알아내는 작업이 어려운 또 다른 추가적인 이유가 있다. 사람의 얼굴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의 얼굴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어린 아이가 시간이 지나면 이목구비가 뚜렷해지면서 성인의 얼굴 형태로 변화한다. 2차 성징이 발생하는 몇 년 동안에는 매우 급격하게 변화하여, 이 기간동안 못 보았던 조카를 보고 ‘댁은 뉘신지’를 외치게 된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적으로 노화를 일으킨다. 머리가 흰색으로 변하게 되고, 주름은 깊어지고, 살은 처지고, 피부는 탄력을 잃어간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2차 성징 때의 변화처럼 급격하진 않다. 이런 점에서 성인기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신원을 맞추는 것은 그나마 용이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성인기 사람들도 그 얼굴이 계속 변한다.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운다. 그 표정 하나하나를 지을 때마다, 말을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우리의 얼굴은 끊임 없이 움직인다. 이뿐 아니다. 어제 저녁 술과 라면으로 밤을 지새웠다면 아침의 내 얼굴은 퉁퉁 부어 있을 것이고, 며칠동안 바빠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면 얼굴은 초췌해졌을 것이다. 반대로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얼굴은 붉은빛으로 상기되어 있을 것이고, 그 전날 보양식을 먹고 숙면을 취했다면 탐스러운 피부결로 평소보다 밝은 빛을 띠었을 것이다. 

이렇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우리의 얼굴을 보고, 그 신원을 아는 것은 심지어 컴퓨터의 ‘인공시각artificial vision’에서도 쉽지 않다. 최근에는 핸드폰을 포함한 각종 스마트 기기에서 안면 인식 기술이 사용되고 있지만, 귀하신 스마트 기기님이 내 얼굴을 보고 잠금 장치를 풀어주기까지 우리는 여전히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카메라에 정면 얼굴을 대고 증명 사진을 찍듯 포즈를 취해야 하는 노력. 다시 말하면 얼굴의 변화를 최소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인공 시각이든 사람의 시각 시스템이든 이렇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람의 얼굴에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얼굴에 있는 정보 중에서 여간해서는 변화하지 않는 정보에 가중치를 두어서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얼굴에서는 눈과 눈 사이의 거리, 코 끝과 양 눈 사이의 거리, 코와 입과의 거리 등 비교적 변화가 적은 배열 정보에 높은 가중치를 두게 된다. 따라서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신원을 확인할 때, 눈, 코, 입의 얼굴 내 세부특징들의 디테일한 모양이 아닌, 눈, 코, 입의 배열 정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전역적 처리hollistic processing’를 우선시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의지는 신원 확인에 필수적인 눈, 코, 입의 배열 정보도 바꿔 버린다. 예를 들면, 의학의 힘을 빌려 앞트임, 뒤트임으로 눈의 위치를 옮기고, 콧대를 높게도 길게도 만든다. 스모키 화장을 통해서 눈의 크기를 키우면서 동시에 배열도 바꾼다. 립스틱으로 입술의 형태를 바꾸면서 배열도 뒤틀어 버린다. 이렇게 얼굴의 급격한 변화를 발생시키면, 실제로 인공 시각 뿐 아니라, 사람들도 신원 확인하기가 어렵게 된다. 그래서 나름 얼굴 전문가인 나도, 방학 지나 얼굴이 변해버린 학생들을 보고서는 ‘누구였더라…’를 되뇌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는 이런 변화에 쉽게 적응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성형 수술을 한 지인을 처음 만나면, 너무나도 낯설고 정말 모르는 사람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뭔가 얼굴 자체가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변화된 얼굴을 몇 번 보게 되면, 얼굴이 자연스러워 보이고, 과거에 어떻게 생겼었는지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지금 얼굴이 본래 그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게 된다. 흔히들 ‘얼굴이 자리 잡았네’라고 표현하는 현상인 셈이다. 

실제로 성형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을 받은 부위가 붓기도 하고, 어쨌건 인위적인 변화를 유도한 셈이니 얼굴의 근육이라던가 피부와 같은 것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리를 잡아가면서 생기는 변화일 수도 있다. 실제 우리의 뇌도 부분적으로 손상이 생길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그 손상을 메꾸기 위해서 뇌에서는 (형태적 혹은 기능적) 변형을 일으키기도 하니,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심리학의 연구들은 설령 이렇게 얼굴 자체가 변화하지 않더라도 그 얼굴을 반복적으로 보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어떤 자극이라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불리는 현상만 해도,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자극에 대해서는 호감도가 높아짐을 의미한다. 물론 바뀐 얼굴을 자주 본다면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도 맞고, 높아진 호감도 때문에 더 자연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얼굴을 자주 보면 변하는 것은 호감도만은 아니다. 

‘할리 베리 세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할리 베리Halle Berry는 미국의 배우로 ‘엑스맨’, ‘007 어나더데이’, ‘캣우먼’ 등의 영화에 출연했고, 2002년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유명 배우이다. 그런데 2005년 미국의 CalTec과 UCLA의 연구팀은 사람들의 뇌 속에 이 할리 베리에만 반응하는 신경 세포가 있다고 발표했다(Quiroga 등, 2005). 특히 이 세포는 할리 베리의 다양한 사진뿐만 아니라, 할리 베리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보고도 발화했다고 한다. 이 연구에 의하면 할리 베리의 세포만이 아니라, 오프라 윈프리나 마이클 조던과 같이 유명한 사람들을 담당하는 각각의 세포가 뇌에서 발견됐다. 

할리 베리(Halle Berry) ⓒ트위터
할리 베리(Halle Berry) ⓒ트위터

이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결국 우리의 뇌에는 각자의 사람에 해당하는 정보가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위의 결과에서처럼 하나의 세포가 한 사람을 담당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긴 하지만, 우리의 뇌가 확실히 한 사람, 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하긴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주인공을 알아맞힌다는 것은 우리의 기억 시스템에 해당 사람의 얼굴이 저장되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렇다. 우리가 한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얼굴의 주인공을 맞추기 위해서는 내 머리 속에 정답에 해당하는 정보가 있어야 한다. 이것을 표상representation이라고 한다. 우리는 얼굴을 보면 표상을 갖는다. 이 표상은 전체 얼굴에 해당하는 범주적 표상으로도 기능한다. 빗자루 하면 떠오르는 모양, 그것이 빗자루라는 범주의 대표적 이미지, 표상이다. 마찬가지로 고양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고양이 범주의 표상이 된다. 따라서 얼굴의 표상은 내 앞에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는 이것이 사람 얼굴인지 아니면 로봇의 얼굴인지를 판단하는데 정답 기준이 된다.

새로운 화장법을 적용하고 싶거나,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싶거나, 

성형을 하고 싶을 때 어색함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의 뇌는 당신의 변화를 받아들여줄 만큼 융통성이 있다. 

단, 약간의 시간은 필요하다. 

내 마음 속 표상이 변한 당신의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일때까지 걸리는 시간.

표상은 한 범주의 대표적인 이미지로서도 존재하지만, 동시에 개별적 개체의 대표적인 이미지로서도 존재한다. 즉, 내 얼굴에 대한 표상, 박보검 얼굴에 대한 표상, 아이유 얼굴에 대한 표상도 각각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박보검의 얼굴을 실제로 보면, 내 머리 속에 있는 박보검의 표상과 대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그 대조의 결과 높은 일치율을 보인다고 판단되면, 나는 박보검임을 알게 된다. 

표상이 일종의 판단 기준이 된다면, 한 가지의 질문이 떠오르게 된다. 사람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화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한 개의 표상이 변화무쌍한 얼굴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지금 내 머리 속에 현재 9살인 우리집 막내의 얼굴 표상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3년이 지난 후 12살인 막내는 지금과는 매우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텐데, 9살 때의 표상을 기준으로 막내의 얼굴이 맞는지 아닌지를 구분한다면, 막내의 신원 식별은 틀리는 것이 너무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 표상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즉, 지금 내 머리 속에 있는 우리 막내의 얼굴 표상은 현재 9살 때의 모습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막내의 모습이 성장하는 과정을 반영하면서 변화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표상의 가변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예가 있다.

다음에 두 버전의 모나리자 그림이 있다. 둘 중 어떤 것이 진짜 모나리자일까? 독자들은 대부분 정답을 쉽게 알 것이다. 왼쪽의 그림이 진짜 모나리자이다. 오른쪽의 모나리자는 원본에 비해 코가 길고, 눈과 입 사이의 거리도 멀어 보인다. 다시 말하면, 우리 머리 속에 있는 모나리자의 표상과 더 유사한 것은 왼쪽 모나리자이고, 우리는 쉽게 왼쪽이 진짜 모나리자라고 식별할 수 있게 된다. 

두 개의 모나리자 중 진짜는 어떤 것일까? 쉽게 알 수 있듯이 왼쪽이 진짜 모나리자이다. ⓒCarbon & eLder, 2006
두 개의 모나리자 중 진짜는 어떤 것일까? 쉽게 알 수 있듯이 왼쪽이 진짜 모나리자이다. ⓒCarbon & eLder, 2006

그렇다면 이제 그 아래의 그림을 보자. 이 일그러진 모나리자의 얼굴을 20~30초 정도 지속해서 바라보자. 이 도중에 다른 곳을 보면 곤란하다. 이 그림을 뚫어질 듯이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는 잠시 눈을 감고 10초 정도의 휴식을 가진 후 다시 위의 두 장의 사진을 보자. 어떤 것이 진짜 모나리자 같은가? 

이 일그러진 모나리자를 20~30초간 바라본 후에 다시 위에 있는 두 장의 모나리자를 바라보라.어떤 것이 진짜 모나리자인가? ⓒCarbon & Leder, 2006
이 일그러진 모나리자를 20~30초간 바라본 후에 다시 위에 있는 두 장의 모나리자를 바라보라.어떤 것이 진짜 모나리자인가? ⓒCarbon & Leder, 2006

당황했는가? 아까는 분명히 왼쪽 그림이 진짜 같았지만, 순간적으로 오른쪽도 이상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현상을 얼굴의 순응adaptation 효과라고 한다. 눈, 코, 입이 배치되어 있는 배열 정보에 대해서 한 얼굴을 오래 봐서 순응되면, 다음에 보는 얼굴의 배열을 그 반대 방향으로 지각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위에서 보았던 모나리자의 경우, 일그러진 모나리자 그림에서 길었던 코에 순응되면, 이후에 본 모나리자 그림에서는 실제보다 코 부위를 더 짧게 지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와 같은 얼굴 순응 효과는 우리의 표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 준다. 원래 우리의 머리 속에는 모나리자의 표상이 있었다. 그 표상은 위의 그림 중 왼쪽 그림과 동일한 형태를 띠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모나리자이긴 한데, 뭔가 일그러진 모나리자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면, 이 일그러진 모나리자를 일종의 변화된 모나리자라고 판단하여 현재 모나리자의 표상에 반영시킨다. 즉, 표상이 새로운 모습의 모나리자의 형태로 변화된다. 변화된 표상으로 다시 두 장의 모나리자를 보면 둘 다 표상과는 맞지 않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순응 효과가 발생하고 조금 시간을 보낸 후, 다시 두 장의 모나리자 사진을 보면, 순응 효과는 없어지고, 원래대로 왼쪽의 모나리자가 원본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순응 효과는 비교적 짧은 시간만 지속되고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표상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면 일시적인 표상의 변화는 지속적인 자극이 없으면 원상 복귀됨을 말한다. 

사람의 얼굴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표상은 가변성을 갖는다. 그래서 모나리자에 대한 표상을 가지고 있어도, 내 앞에 또 다른 모나리자(여기서는 코가 아주 긴)가 있고, 내가 그 사진을 모나리자라고 명명한다면, 내 안의 모나리자 표상에는 코가 긴 모나리자의 모습이 반영되며, 그 전보다 코가 긴 형태의 모나리자 표상으로 변화된다. 아마 내가 앞으로 모나리자의 원본을 보지 않고, 코가 긴 모나리자만을 계속 보게 된다면, 모나리자 표상은 코가 긴 형태로 고정이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 뇌는 그 변화를 일시적인 변화로 간주하여 표상 자체를 원상복구하게 된다. 

가끔 화장을 하지 않으면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민낯으로 집밖을 나가면 이상하게 불안하다는 것이다. 화장을 항상 하고 다니는 사람에게는 자신 얼굴의 표상은 민낯보다는 화장된 얼굴에 더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화장을 하지 않은 민낯을 보는 것은 실제 자신의 얼굴이지만 낯선 모습일 수 있다. 비슷하게 항상 눈썹을 그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민낯을 볼 때 눈썹이 더 흐려져 보이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것도 자신 얼굴의 표상에서 눈썹이 화장 덕분에 실제보다 더 진하게 남겨지기 때문이다. 눈썹이 더 빠지거나 하지 않았어도, 자신의 표상에 비해서 더 흐려지기 때문에 눈썹이 흐려졌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성형수술 한 타인을 봤을 때도 처음에는 내 마음속에 그 사람에 대한 표상과 실제 그 사람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아 낯설게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그 사람을 대하게 되면 내 마음 속 표상이 지금 현재 그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되면서 익 숙해지게 된다. 흔한 말로 ‘눈이 적응된’ 셈이다. 

뭔가 새로운 화장법을 적용하고 싶거나,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싶거나, 성형을 하고 싶을 때 어색함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의 뇌는 당신의 변화를 받아들여줄 만큼 융통성이 있으니. 단, 약간의 시간은 필요하다. 내 마음 속 표상이 변한 당신의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일때까지 걸리는 시간.

 

REFERENCES 

- Quiroga, R. Q., Reddy, L., Kreiman, G., Koch, C., & Fried, I. (2005). Invariant visual representation by single neurons in the human brain. Nature, 435(7045), 1102-1107. 

- Carbon, C. C., & Leder, H. (2006). The Mona Lisa effect: is ‘our’Lisa fame or fake? Perception, 35(3), 41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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