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KAHI)’ 브랜드
‘가히(KAHI)’ 브랜드

[더케이뷰티사이언스]  1. 설마 그렇게 네이밍을 했겠어?!

‘가히(KAHI)’는 ‘바르는 뷰티’를 슬로건으로, 스킨케어를 스틱(stick)형태로 간편하게 바를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아 선풍을 일으킨 브랜드입니다.

과도한 PPL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는데, 2020년 런칭하였고 2021년 매출이 2500억원이 넘었고, 2022년 1500만개 넘게 팔렸다고 합니다.

‘가히(KAHI)’의 브랜드 네이밍에 대하여 검색을 해보면, 한글 맨 처음 자음 ‘ㄱ’과 모음 ‘ㅏ’, 맨 마지막 자음 ‘ㅎ’과 모음 ‘ㅣ’를 조합해 ‘가히’라고 지었고, K뷰티의 시작과 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네이밍 과정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가히(KAHI)’의 브랜드 네이밍 전략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2. 왜 ‘가히(KAHI)’?

왜 ‘가히(KAHI)’라고 지었을까요?

‘가히(KAHI)’의 스틱 형태 멀티밤은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스킨케어를 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 제품은 새로운 효능을 창출한 것입니다.

브랜드 네이밍의 정석은 제품의 속성과 혜택을 통찰하고 이로부터 브랜드 네임으로 고객에게 무엇을 전달할 것인지를 정의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즉 브랜드 네임이 무엇을 표현할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이 제품은 새로운 효능을 창출한 제품으로서,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스킨케어를 할 수 있다는 특징을 전달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이와 같이 제품의 특징을 전달하기 위하여 지어진 브랜드가 또 있습니다. 바로 ‘ChapStick’입니다.

‘ChapStick’은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립스틱의 원조 브랜드입니다. Chapped는 피부가 갈라지거나 튼 것을 말하고, 이때 스틱형태로 사용한다는 의미로 ChapStick이라고 네이밍이 된 것입니다.

ChapStick ⓒhttps://en.wikipedia.org/wiki/ChapStick
ChapStick ⓒhttps://en.wikipedia.org/wiki/ChapStick

이를 그대로 원용하여, 예를 들어, Quick Blooming, BelleStick 등과 같이 이름을 지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제품의 특성을 이해시키기 훨씬 쉬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 ‘가히(KAHI)’라고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가히(KAHI)’라는 이름은

첫째, 영어표기가 K로 시작하여 강한 느낌을 줍니다. (제품에서 표기는 KAHI로 영문만으로 표시되고 있습니다.)

둘째,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전 세계의 누가 읽어도 ‘카히’로 읽힙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가히‘로 광고를 하여 가히로 통하겠습니다만)

셋째, 적은 수의 철자로 쉽습니다.

넷째, 가히는 ‘가‘가 아름답다는 한자로, ’히‘는 여인의 한자로 느껴집니다. 즉 佳姬의 의미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결국 ‘가히(KAHI)’는 강한 인상을 주면서 쉽게 읽히고 기억되는 쉬운 이름이라고 할 것입니다.

아마도 강한 발음인 K로 시작하면서 姬의 발음을 가지는 짧은 2음절의 것으로 네이밍을 하고자 하였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와 같이 ‘가히(KAHI)’는 그 발음상 히(HI) 때문에 여인의 연상이 있지만, 자체로서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 새롭게 발명된 조어(invented word)라고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브랜드네이밍은 강한 발음과 쉬운 철자로 고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반복적인 노출로 쉽게 기억시킬 수 있고, 마케팅 활동으로 원하는 브랜드이미지(연상)를 심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것은 ‘코닥(KODAK)’이나 ‘마켓컬리(Market Kurly)’이 채택하였던 브랜드 네이밍 전략입니다.

‘코닥(KODAK)’도 K로 시작하고 있으며, 나아가서 K로 끝나서 강한 인상을 주어 소비자의 기억에 쉽게 남고자 한 브랜드입니다.

‘마켓컬리(Market Kurly)’도 컬리가 K로 시작하여 강한 인상을 주고자 하고 있으며 고객이 그 의미를 알 수가 없는 브랜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식재료로 출발하여 이제는 ‘뷰티컬리(Beauty Kurly)’로 확장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가히(KAHI)’도 자유도가 제일 높은 조어 브랜드로서 K로 시작하여 강한 인상을 주며 히(HI) 부분이 여인을 연상시키는 브랜드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떠한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광고를 통하여 이미지(연상)를 입힐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즉 여인을 연상시키면서, 강한 첫인상과 쉬운 철자로 고객의 기억에 쉽게 남으며, 광고활동을 통하여 화장품으로서 원하는 이미지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이름. 그것이 바로 ‘가히(KAHI)’ 브랜드라 할 것입니다.

3. 왜 PPL?

‘가히(KAHI)’는 과도한 PPL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이것은 이해되는 면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스틱형태의 바르는 스킨케어라는 제품의 특성을 알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없던 제품으로서 특성과 효능을 알리기 위하여 드라마 등에서 지겹게 ‘가히(KAHI)’ 스틱을 들고 바르는 장면을 연출하였다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제품은 이 특성을 널리 알릴 방법이 구비되지 않았다면 ‘가히(KAHI)’라는 이름을 채택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조어브랜드가 가지는 또 하나의 특성인 것입니다. 즉 조어브랜드는 이름이 제품의 특성을 담고 있지 않기에 그만큼 제품의 특성을 알리는 방법론과 예산이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4. ‘가히(KAHI)’의 브랜드 네이밍 전략

한편으로, ‘가히(KAHI)’는 누가 읽어도 영문으로는 ‘카히’이고 적은 수의 철자로 쉽습니다. 따라서 이 브랜드는 세계로 뻗어나가기 용이하다고 할 것입니다. 과도한 PPL은 한류를 타고 ‘가히(KAHI)’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습니다.

‘가히(KAHI)’의 모회사인 코리아테크의 이동열 대표는 K-드라마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에게도 ‘가히‘라는 순 한글 브랜드를 알리고 싶었다"면서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생각했다"고 말한 기사가 있습니다. (매일경제 2022. 9. 7자 기사)

따라서 ‘가히(KAHI)’의 브랜드 네이밍은 해외진출을 위한 가독성에 초점이 있다고 볼수도 있습니다.

즉 ‘가히(KAHI)’는 한류를 염두에 두고 PPL 등에서 반복적 노출로 고객이 강한 인상을 받고 쉽게 인지하고 기억할 수 있는 전략으로 네이밍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Vs ‘가히(KAHI)’

젠틀몬스터는 파격과 언밸런스를 생명으로 삼는 브랜드입니다. 파격적이고 언밸런스한 콘텐츠의 생성으로 고객의 관심을 모아 지속적인 구매를 일으키는 브랜드인 것입니다. ‘탬버린즈(tamburins)’라는 향 화장품 브랜드도 이러한 파격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히(KAHI)’는 최근 ‘한겹크림’을 출시하면서 스틱형태 멀티밤의 브랜드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제품 또한 쉽고 간편하게 바를 수 있는 제품으로서 ‘쉽고 간편한 화장’으로서 기존의 스틱형태의 멀티밤이 창출한 브랜드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현재로서 ‘가히(KAHI)’ 브랜드는 쉽고 간편한 화장을 핵심 브랜드 가치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속적으로 ‘쉽고 간편한 화장’을 할 수 있는 제품들을 창출하는 것이 이 브랜드의 과제라 할 것입니다.

조혁근 마크웨이(MarkWay) 변리사

▶ ‘브랜드 네이머(Brand Namer)’로 불리는 변리사. 상표등록에 관한 전문 상담컨설팅센터 ‘마크웨이(www.markway.co.kr)’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경영대학원에서 브랜드를 공부했다.
▶ ‘조혁근 변리사의 브랜드네이밍 탐구’에서는 브랜드네이밍을 어떻게 해야 하고, 상표등록을 받기 위한 좋은 브랜드네이밍은 어떤것인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매주 1회 게재.

저작권자 © THE K BEAUTY SCIEN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