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오미야 오사무 지음/김정환 옮김/사람과나무사이/349쪽/18,500원]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이 책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는  베스트셀러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으로 알려진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다. 부제는 ‘우주 탄생부터 산업혁명까지’. 이 책의 제목을 보면, 인간이 생겨나기 이전 부터 지금까지 ‘화학’이 관여했다는 의미이지 싶다. 그러니까 ‘화학 지식’은 세계사를 바꾸는 원동력이었다는 얘기다. 그 오랜 세월의 역사와 화학이 책 한 권에 섞이면서 정리되어 있다. 소제목 마다 1~2쪽 분량의 내용이 담겨있어 틈틈히 읽기도 좋다.

지은이는 이 책의 서문에서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인한 우주 탄생과 46억 년 전 지구 탄생에서부터 생명 탄생과 진화, 불・적색 안료・재봉바늘・점토・금・구리・유리・식물섬유・종이・비단・화약・화포・청동기・철기・전기 등의 발명과 발견, 농경 시작, 빵・맥주・와인 제조 등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세월 동안 ‘화학’이 원동력이 되고 추동력이 되어 형성된 인류사와 세계사, 한발 더 나아가 지구사와 우주사를 다룬다”고 소개한다.

지은이 오미야 오사무(트위터 https://twitter.com/nyamborghini1)는 와세다대학교 이공학부를 졸업하고 대형 입시학원 화학 강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가와이주쿠(河合塾, 대형 입시학원으로, 일본 전국에 수백 개의 지점 보유) 나고야 지구 강사다. 다시말하면 지은이는 소위 ‘중간 필자’다. 출판계에서는 전문가에 가까운 지식을 갖고, 대중적 글솜씨가 가능한 사람을 ‘중간 필자’라고 부른다. 이들이 쓴 책의 장점은 전문적인 내용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이런 내용이다.

“뿔고둥에서 추출한 보라색 염료는 비할 바 없는 귀중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염료 1.5그램을 얻으려면 뿔고둥 1만 2,000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렵게 생산한 보라색 염료는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훗날 고대 로마가 페니키아를 멸망시킨 뒤 로마인은 이 염료와 뿔고둥 요리를 즐겼다. 강력한 권력자이던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 100~44 BC)는 사실상 황제나 다름없던 자신과 자신의 핏줄을 이어받은 사람만 보라색 염료로 물들인 토가를 입을 자격이 있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카이사르의 연인이던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여왕 전용 군함의 돛을 보라색으로 물들였다. 이렇듯 보라색은 고대 로마 시대에 고귀한 신분을 드러내는 상징색이 되었다.”(‘보라색 염료 1.5그램을 얻는 데 뿔고둥 1만 2,000개가 필요했다는데?’ 중에서 94~95쪽)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전략・전술의 천재였다. 그런 그는 페르시아 대군을 격파할 때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페르시아제국에 발을 디딘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의 군대를 부상병으로 보이게 하는 위장 전술을 펼쳤다. 어떻게 했을까? 그는 서양꼭두서니에서 얻을 수 있는 알리자린(alizarin)이라는 빨간색 염료로 병사들의 군복을 물들여 마치 피범벅이 된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페르시아군을 속인 것이다. 이에 알렉산드로스군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군대가 약하다고 여겨 방심했다. 그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알렉산드로스가 아니었다. 그는 적군의 허점을 찌르고 들어가 수적으로 훨씬 우위였던 페르시아군을 격파하고 값진 승리를 거두었다.”(‘고대 그리스 세계의 뛰어난 ‘염색 기술’을 활용해 페르시아 대군을 격파하다’ 중에서, 113쪽)

“테오프라스토스는 납 화합물로 만든 ‘연백(鉛白)’이라는 흰색 분말을 발견하기도 했다. 훗날 사람들은 연백을 화장품으로 사용했다. 말하자면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미백 열풍’이 분 셈이다. 물론 최근 화학 지식에 따르면, 납 화합물은 독성을 지니고 있어 인체에 해롭다. 그러나 당대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알 리 없었기에 미백 효과를 위해 해로운 물질을 직접 몸에 바르며 그에 따르는 비싼 비용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물질을 다루는 화학 지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대표적인 일화 중 하나다.”(‘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아로마 사용을 적극 권장한 까닭은?, 114~115쪽)

“비타민 C의 화학명은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이다. 아스코르브산은 ‘~하지 않다’라는 의미의 부정어 a와 ‘괴혈병’을 의미하는 라틴어 ‘스코르부투스(scorbutus)’가 합쳐진 이름이다. 비타민 C는 감귤류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비타민류는 인간이 몸속에서 합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원인은 비타민 C 부족이다’, 328~329쪽).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노벨 화학상(1954년)과 노벨 평화상(1962년) 수상자인 미국 물리화학자 라이너스 폴링(Linus Carl Pauling, 1901~1994)의 다음 말에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세계사로 기록되는 모든 사건은 ‘화학 반응’에 의해 좌우된다.”

저작권자 © THE K BEAUTY SCIEN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