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문화의 종류를 나눌 때 한 지역의 기준으로 동일 문화권, 유사 문화권, 타 문화권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 한국을 기준으로 볼 때 베트남은 타문화가 아닌 공통점이 있는 유사 문화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베트남은 한자, 유교, 불교 등 공통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의학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베트남과 한국의 공통점이 있을까?

우리나라 한의학이 중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독자적인 한의학으로 발전시킨 것처럼, 베트남도 중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베트남의 전통의학으로 발전시켜 왔다. 한국과 다른점은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북쪽과 남쪽이 다른 문화권이였으며, 응우웬 왕조에 의해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다른 나라였다. 그래서 베트남의 전통의학 역시 서로 다른 남쪽과 북쪽의 문화적 요소가 남아 있다. 베트남 전통 의학에서 사용하는 약재는 '투옥 남(Thuốc Nam, 남쪽 스타일의 약)'이라고 하며, 중국의 영향을 받은 중국식 약재를 '투옥 박(Thuốc Bắc, 북쪽 스타일 약)'이라고 부른다. 남쪽은 중국보다는 인도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추측되는데, 베트남 중부 도시인 호이안을 수도로 한 참파 왕국의 종교는 힌두교 시바파였다. 힌두교가 전해졌다는 것은 종교와 함께 다양한 지식과 의술 역시 함께 전달 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베트남 남부는 인도의 전통 의학인 아유르베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베트남 전통의학에서도 침, 마사지, 약초, 지압요법, 척추 지압요법, 부항 등을 활용하여 치료를 하고 있다. 침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며, 다음으로는 약초를 많이 활용하는데, 베트남 보건부에 따르면 공식적인 약재는 1800여 종의 약초가 있고, 일반적으로 치료법에 500여종의 약용식물들이 이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의 처방처럼 복잡한 조합보다는 평소에 먹는 향채소, 꽃, 동물성 성분 등을 활용하며, 직접 먹는 방법 이외에는 찜질, 연고, 쏭호이(xông hơi)라고 불리는 훈증 방법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감기가 걸리면 생강을 달여 마시거나, 머리가 아프면 계피 에션셜 오일을 이마에 바르는 방법 등이 있다.

베트남 호치민시 10군에 있는 피토박물관에 가면 다양한 전통의학 관련된 물품들을볼 수 있다. 베트남 전통의학은 14세기 뚜에 띤(Tue Tinh)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었다. 띤은 의학서인 남 즈억 떤 히우(Nam dược thần hiệu)를 발행해서 기초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하이 투옹 란 옹(Hai Thuong Lan Ong)은 18세기 사람으로, 하이 트엉 이 통 떰 린(Haỉ Thượng y tông tâm lĩnh)이라는 의학 사전을 완성하여 다시 한번 베트남 의학을 집대성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남쪽과 북쪽의 의학을 아우르는 베트남 전통 의학의 체계가 만들어졌으며, 베트남에서 자생되는 약재를 이용한 치료가 본격되었다.

그림 1. 베트남 전통의학을 집대성한 하이 투옹 란 옹(Hai Thuong Lan Ong)의 동상 ⓒ kyluc.vn
그림 1. 베트남 전통의학을 집대성한 하이 투옹 란 옹(Hai Thuong Lan Ong)의 동상 ⓒ kyluc.vn

K-pop, K-Food가 베트남에서 인기가 있듯이 K-의료도 주목 받고 있다. 한국의 대표 전통의학서인 허준의 동의보감이 베트남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한국의 TV 드라마 ‘허준’과 ‘대장금’의 영향이 컸다. 비슷하지만 톡특함이 있는 베트남과 한국의 교류로 양국간의 전통의학이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 개혁개방 정책을 시행하며 사회 구조가 전환되었고, 사회 보장 제도 역시 대폭 바뀌었다. 베트남은 주요 공공 서비스에 대해 국가의 자원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줄이고, 서비스 이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보건 분야에서도 이용자 부담금 제도를 도입하여 민간 의료 공급을 합법화하였다. 이후 사회건강보험제도 도입을 통해 민간 자금이 시스템적으로 적용되도록 하였다.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 부문에서 사직한 의료진이 많아지고 있다. 호치민의 경우 2022년 1분기에만 400명이 사직하였다. 2020년 기준 호치민시의 의사수는 인구 1만명당 약 20명으로 베트남에서는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선국국의 36~62명에는 아직 크게 미치지 못한다. 공공의료에서 사직한 의사들은 개인 병원을 운영하거나 민간 병원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피부과 의사는 공공의료에서 잠깐 근무 후 현재는 여러 곳의 스파에서 보톡스와 필러, 레이저 시술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민간의료 영역에서의 활동은 많은 소득을 제공하기 때문에 점차 공공의료 분야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의 탈출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중앙대의료원이 두산중공업과 공동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주관하는 ‘Q-Health’사업자로 선정돼 베트남 중부 지역인 꽝남성 중앙종합병원 및 후에의과대학병원과 상호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협약으로 해당 병원의 경영전략 자문, 임상기술 이전, 베트남 의료 인력의 교육 훈련 등 선진 의료기술의 전파와 성공적인 경영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었다. 중앙대학병원은 두산중공업과 함께 5년간 8000여명을 무료 진료 하였고, 구순구개열 환아들에게 수술을 통해 밝은 얼굴을 되찾아 주었다.

코로나19 이후 베트남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고객의 니즈는 베트남 의료기기 시장 성장성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현재 베트남은 의료기기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6년~2020년 베트남 의료기기 시장은 연평균 8.7%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였으며, 코로나 19로 잠시 주춤하던 성장률은 2020년~2025년 연평균 10%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2025년에는 25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장 성장의 배경으로는 최근 베트남 정부의 신규 의료기기 법령 제정, 관세율 및 부가가치세 감면, 의료기기 장려 지원책 등과 인구의 고령화와 중산층의 증가, 도시화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의료기기는 설계 및 생산 관련 잠재적 위해성에 따라 4개의 등급으로 분류된다. 의료기기의 수입 및 유통을 위해서는 등록번호 발급이 필요하며, 소재지 보건국에 별도의 자격 신청을 해야 한다.

그림 2. 2010~2019년 베트남 1인당 연간 의료비 지출 추이 (단위:달러) ⓒKOSIS 국가 통계 포털
그림 2. 2010~2019년 베트남 1인당 연간 의료비 지출 추이 (단위:달러) ⓒKOSIS 국가 통계 포털
그림 3. 이닥터 ⓒdoimoisangtao.vn
그림 3. 이닥터 ⓒdoimoisangtao.vn

최근 베트남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도 주목 받고 있다. 베트남 온라인 헬스케어 스타트업 이닥터(eDoctor)는 의사와 환자간 실시간 화상통화, 의사와의 채팅, 질문하기 등의 형태로 집에서 온라인 의료 상담을 할 수 있다. 코로나 19 대응 다이렉트 메시지 및 화상 통화 서비스를 무료제공하기도 하였다. 이닥터는 온라인으로 의약품 판매 및 배달 서비스를 위해 파노마사시와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베트남의 의료 시장도 새로운 변화의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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