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어떤 젊은 화가가 그림이 잘 팔리지 않는다면서 원로 화가에게 이런 푸념을 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데 3일 밖에 안 걸리는데, 이 그림 한 장 파는 데는 3년이나 걸려요.” 원로 화가는 한참을 생각한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각을 바꿔보게. 자네가 3년 동안 정성을 쏟았다면 그 그림은 3일 안에 팔렸을 걸세.”

 

화장품 OEM과 ODM이 고도화 되면서 신제품의 기획부터 출시까지의 기간이 매우 짧아졌다. 히트 상품이 등장하면 2~3개월 내에 비슷한 제품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는 이유다. 콘셉트도 품질도 비슷한 제품이 우후죽순 시장에 출시되면 그 다음부터는 광고홍보와 프로모션의 싸움이 된다. 모델과 인플루언서를 경쟁적으로 앞세우고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거나 더많이 껴주는 프로모션을 붙여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동안 병풀추출물을 성분으로 하는 화장품의 열풍이 뜨겁더니 2019년엔 쑥 추출물을 앞세운 기초화장품이 열풍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병풀추출물을 앞세운 비슷비슷한 제품을 출시했는데 대표적인 제품을 살펴보면 향후 이슈 성분에 대한 콘셉트 기획 방향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센텔리안24 ⓒ센텔리안24 홈페이지
센텔리안24 ⓒ센텔리안24 홈페이지

첫 번째 시카크림의 원조라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은 동국제약의 ‘센텔리안24 마데카 크림’이다. 물론 이 제품 출시 이전에 병풀추출물을 앞세운 화장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시카크림의 열풍은 ‘센텔리안24 마데카 크림’ 출시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동국제약은 1970년부터 센텔라전량추출물(병풀에서 얻은 난용성 추출물)을 원료로 한 마데카솔 연고를 판매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센텔리안24 마데카 크림’을 홈쇼핑에 론칭하며 큰 판매고를 올렸고 시카크림 열풍의 시작을 열었다.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 가지 원료로 쌓아온 신뢰성이 큰 자산이 된 셈이다.

두 번째 시카크림의 큰 수혜를 입은 브랜드는 닥터자르트다. 닥터자르트의 시카페어 크림은 파격적인 광고 비주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닥터자르트는 시카페어 라인을 개발하면서 라오스 원시부족에서 전해 내려오는 호랑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호랑이가 거친 밀림 속에서 늘 말끔한 몸을 유지하는 비결이 허브에 몸을 비빈 덕분인데 이 허브가 병풀이라는 스토리였고 이를 광고 콘셉트로도 끌고 왔다.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였고 자칫 뻔할 수 있었던 스토리는 더마 화장품 브랜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핫핑크 컬러를 광고 비주얼에 과감하게 사용하며 뻔함을 비켜갈 수 있었다. 밀림을 연상시키는 진초록의 식물과 다채로운 컬러의 새, 그리고 핫핑크의 컬러 컬래버레이션은 유니크한 비주얼로 소비자의 관심을 사로잡았고 우수한 품질력이 뒷받침되어 소비자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동국제약처럼 역사로 증명할 수 있는 성분 스토리는 없었지만 콘셉트 기획력으로 시장을 돌파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센텔리안24 ⓒ센텔리안24 홈페이지
센텔리안24 ⓒ센텔리안24 홈페이지

소비자는 화장품 구입 시 손등 정도에 사용감을 테스트 할 수 있을 뿐 화장품을 실제 사용해 보고 구입할 수 없다. 화장품 구매 조건에서 제품력이 진정한 구매척도가 될 수 없는 이유다. 보습, 진정, 미백, 주름개선 등 화장품이 내세우는 효능효과는 매장 테스트 정도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화장품 구입은 상품과 광고의 비주얼이나 상품페이지에서 전달되는 소구 포인트, 지인들의 추천 등을 토대로 제품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게 되었을 때 일어나게 된다. (물론 지인들의 추천은 제품력이 반드시 바탕 되어야 한다. 고객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기 위해 제품력은 필수조건이다.)

때문에 콘셉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품과 광고의 콘셉트에 공을 들이면 들일수록 이는 강력한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 소비자의 기대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콘셉트를 기획할 수 있다면 같은 비용으로도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이런 콘셉트는 쉽게 기획되는 것이 아니기에 서두에 인용한 이야기처럼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기대감은 실제 경험을 좌우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소비자가 기대할 수 있는 콘셉트 기획에 정성을 쏟으면 좋겠다. 2019년 쑥 추출물을 소재로 한 다양한 제품이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출시가 될지 무척 기대가 된다.

최우정 어반디지털마케팅 브랜드투자사업본부 본부장

▶ 동성제약에서 20여 년 동안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현재 (주)어반디지털마케팅에서 브랜드 투자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브런치에 작가명 “다이버토리”(https://brunch.co.kr/@divertory)로 글을 쓰고 있다.
▶ 최우정의 ‘CATCH UP WITH CONCEPT’는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창간호(2019년 1월호)부터 2019년 12월까지 매월 게재됐다. 이 칼럼을 온라인으로 읽고 싶다는 독자 의견을 반영해 매주 1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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