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이솝우화 중에 ‘해와 바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해와 바람이 서로 힘이 세다며 실랑이를 벌이는데 그 때 그 쪽을 지나가던 나그네가 있어 이 둘은 나그네의 외투를 먼저 벗기는 쪽이 이기는 게임을 하기로 했다. 바람은 먼저 나그네를 향해 힘껏 바람을 불었지만 나그네는 외투가 날아갈까 봐 오히려 외투를 꽉 움켜쥐었다. 바람이 실패하자 이번엔 해가 나그네에게 햇빛을 내리 쬐기 시작하는데 좀 전까지 외투를 움켜쥐고 있던 나그네는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외투를 벗고 땀을 닦았다는 이야기다.

최근 만난 한 마케팅 기획자는 대화 중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마음이 열리면 지갑이 열립니다. 지갑을 열려고 하면 마음이 닫히죠.”

그 기획자의 말에 수긍하며 해와 바람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너무나 당연해진 50% 할인, 1+1 프로모션, 과하게 껴주는 사은품, 터무니 없이 저렴한 가격 등 브랜드의 가치와 콘셉트는 뒷전으로 밀린 마케팅 프로모션을 필자는 바람에 비유하고 싶다. 무방비 상태의 나그네라면 바람에 외투를 뺏길지 모르겠지만 경험이 있는 나그네라면 바람에 외투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그네가 스스로 외투를 벗게 한 해처럼 소비자가 스스로 브랜드를 탐색하고 브랜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 수 있는 비밀은 무엇인가? 지난 칼럼에서 선택이 일어나는 비밀의 지점을 ‘유니크 굿Unique Good’이라 정의하고 동일한 특성은 더 이상 비교 가치가 없기 때문에 서로 다른 포인트 중 더 좋은 포인트인 유니크 굿 포인트Unique Good Point를 확보한 브랜드와 상품만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가 스스로 브랜드를 탐색하고 브랜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브랜드가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해야 하고 이 이야기가 소비자에게 공감되어야 한다. 만약 다른 브랜드가 하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의 고유성은 이에 공감하는 소비자와 상호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작이 되고 지속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쌓아갈 수 있는 바탕이 될 뿐만 아니라 이는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최소한 이 부분이 담보되지 않으면 브랜드 가치가 아닌 할인과 껴주기 프로모션으로 싸울 수 밖에 없고 이는 브랜드 가치로 연결되지 않으며 많은 비용을 허비하게 한다. 연애를 하는데 나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어필하고 공감 받을 수 없다면 외적 조건으로 비교당할 수 밖에 없는 이치와 같다.

최근 출시한 신제품 중 사례를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코스메쉐프 오메가 뷰티밤’과 ‘미샤 개똥쑥 에센스’를 그 사례로 소개하고 싶다.

‘코스메쉐프 오메가 뷰티밤’은 라이프스타일 투자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론칭되었다.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공개하고 펀딩을 받는 방식으로 출시가 되었는데 펀딩 하루만에 목표 1400%를 달성하며 주목 받았다. 스스로를 화장품 요리사라고 소개한 기획자는 20년간 화장품과 건강식품을 개발해 온 이력을 바탕으로 오메가 뷰티밤을 기획했다고 한다. 화장품을 개발하면서 다양한 화장품을 직접 테스트하다보니 피부가 예민해졌고 수많은 논문과 학회지를 뒤지며 얻은 결론은 필수지방산인 오메가 영양소를 피부에 바르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먹다 남은 ‘오메가3 캡슐’을 터트려 피부 진정 케어를 해왔다는 것이 오메가 뷰티밤 출시 배경이다. 심하게 예민했던 피부 사진을 게재하고 현재의 매끄러운 피부 사진 또한 인증했다. 또한 화장품을 잘 보존하기 위해 친환경 세라믹 그릇을 화장품 용기로 선택했고 우드캡에 자석을 내장해 스테인레스 스파츌러가 우드캡에 붙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기획자의 실제 경험과 개발스토리의 진정성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소비자가 생겨났고 펀딩 마감 16일을 앞 둔 현재 목표 2145% 달성중이다.(2019년 3월 8일 기준) 코스메쉐프는 다른 브랜드가 하지 않는 이야기를 개발해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미샤 개똥쑥 에센스’는 이미 비슷한 콘셉트의 쑥 에센스가 있음에도 소비자의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낸 사례다. 이미 판매되고 있었던 다른 브랜드의 쑥 에센스가 국내산 쑥추출물 100%라는 콘셉트와 뛰어난 진정효과로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해당 제품의 선전 후 출시된 미샤 개똥쑥 에센스는 쑥추출물 100%와 인플루언서 광고를 통해 인증한 진정효과에서는 기존의 쑥 에센스와 콘셉트에 있어 큰 차별이 없다. 하지만 단 하나의 원료인 쑥추출물을 차별화하고 이에 대한 고객의 공감을 얻기 위해 개똥쑥에 대한 성분 스토리텔링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단순한 국내산 쑥이 아니라 쑥의 고장 강화라는 실체를 콘셉트로 내세웠고 효능성분이 가장 많이 함유된 9월의 개똥쑥을 체취해 항아리에서 두 번의 발효를 거쳐 탄생한 성분 개발 스토리를 탄탄하게 가져왔다. 미샤 개똥쑥 에센스를 보며 수많은 자연주의 화장품 중 하나일 뿐이었던 이니스프리가 청정섬 제주라는 실체를 브랜드 스토리로 끌어와 강력한 자연주의 화장품으로 재탄생한 브랜드 전략이 생각났다. SNS에서 확인할 수 있는 소비자 반응으로 볼 때 인기상품의 뻔한 미투로 전락할 수 있었던 미샤 개똥쑥 에센스는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데 성공한 듯 보인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브랜드의 가치와 콘셉트는 뒷전으로 밀린 마케팅 프로모션은 브랜드와 고객경험의 고유성을 부각하고 소비자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는 대신 소비자로 하여금 당장 좀 더 저렴한 가격과 혜택이 유리한 제품의 선택을 유도함으로써 결국 브랜드의 자산은 소유할 수도, 지속할 수도 없게 만든다. 해당 제품이 지금은 인기 있을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 가능성은 낮다. 소비자와 단순한 거래를 하기 보다 지속적인 관계를 축적하고 싶은 브랜드라면 유니크 굿 포인트Unique Good Point를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우정 어반디지털마케팅 브랜드투자사업본부 본부장

▶ 동성제약에서 20여 년 동안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현재 (주)어반디지털마케팅에서 브랜드 투자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브런치에 작가명 “다이버토리”(https://brunch.co.kr/@divertory)로 글을 쓰고 있다.
▶ 최우정의 ‘CATCH UP WITH CONCEPT’는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창간호(2019년 1월호)부터 2019년 12월까지 매월 게재됐다. 이 칼럼을 온라인으로 읽고 싶다는 독자 의견을 반영해 매주 1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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