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생명윤리 반영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법안 토론회’서 '협력' 강조

‘동물생명윤리를 반영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법안 토론회’가 3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본 토론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더케이뷰티사이언스]   핵심 키워드는 ‘협력’이었다.

‘동물생명윤리를 반영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법안 토론회’가 3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동물대체시험 발전을 위해서는 하나의 기관과 특정 국가만의 노력이 아닌 국가 간, 국내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상민·남인순·박완주·위성곤·박경미 국회의원과 국회 4차 산업혁명포럼이 주최하고,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Humane Society International)·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피엔알(PNR)이 주관했다.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위원은 “최근 5년(2013~2017년)간 화장품·식품·의약품 개발 등 실험에 1004여만 마리의 동물이 사용됐다”며 “유럽연합과 미국을 중심으로 △3D 프린팅 △세포배양 △AI △오가노이드 △인체장기모사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과 같은 방법으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정확한 시험법 개발에 힘쓰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9년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및 활용 지원을 위해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을 설립했는데, 더욱 윤리적이고 정확한 실험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상민 위원은 “동물 대체실험에 대한 국내 대응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국회와 관계부처 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오늘 토론회를 통해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여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KoCVAM 미션과 역할(한국 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 KoCVAM 김태성 연구관) △과학연구를 위한 미국 범부처 협력 계획(미국 대체독성시험방법 평가센터장 워렌 케이시 박사)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과학 연구: 글로벌 현황(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트로이 사이들 이사) △바이오메디컬 연구 분야의 대체기술 발달(펜실베니아대학교 바이오엔지니어링과 허동은 박사) △법안 취지 배경 및 내용 소개(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서보라미 국장 &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피엔알 서국화 변호사) 순으로 모두 5가지 발제가 진행된 후 토론 및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첫 번째 발제로 'KoCVAM 미션과 역할'을 발표한 한국 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 KoCVAM 김태성 연구관은 “가이드라인의 국제 표준화를 위해서 다른 나라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이에 EURL ECVAM, NICETM/ICCVAM, JaCVAM, Health Canada 등 각국의 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와 협력해 OECD 가이드라인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KoCVAM은 유럽에서의 화장품 동물 실험금지 등 국제적으로 동물복지 개선이 확대됨에 따라 2009년 11월 설립됐다. 또 2018년과 올해에 걸쳐 우리나라에서 △피부감작성 △안자극 시험법이 처음으로 OECD 시험 가이드라인에 승인받아 마련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특히 안자극시험법은 기존 토끼 안구를 이용해 충혈 정도를 평가했던 시험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체 각막 모델을 개발해서 사용했다는 의의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연구관은 “2022년에는 △발생독성(배아줄기 세포이용) △피부자극(인체피부 모델 이용)시험법까지 모두 4건의 OECD 가이드라인을 구축해 한국이 개발한 시험 가이드라인을 전 세계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화장품 동물대체시험법 가이드라인으로는 △피부감작성 △피부부식성 등 2018년 기준 모두 18건을 마련했으며, 2020년도까지 24건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에서 실시간 세미나 웹으로 발표한 미국 대체독성시험방법 평가센터장인 워렌 케이시 박사는 ‘국가 독성물질평가 프로그램 범부처 대체독성시험방법 평가센터(NICEATM·NTP Interagency Center for the Evaluation of Alternative Toxicologist Methods)’의 일원으로 연간 500만 달러의 예산으로 ‘동물대체시험법 검증을 위한 범부처 협동위원회(ICCVAM·Interagency Coordinating Committee on the Validation of Alternative Methods)’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 16개의 연방정부기관이 속해있으며 5~6년간에 걸쳐 전략로드맵을 완성 후 새로운 시험법 개발 등 많은 성과를 보였다. 전략로드맵은 △Utilization(새로운 시험방법 채택을 권장) △Technology(최종 사용자가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도록 가이드) △Confidence(신뢰를 쌓기 위한 효과적이고 유연한 접근법 사용)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렌 박사는 “많은 관련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끔 미국기관들이 시험 요구사항을 알려주고 검증과정에서 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말해줘야 한다”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세계시장이 같은 시험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국제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앞쪽 왼쪽부터 발제를 맡은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피엔알 서국화 변호사, 펜실베니아대학교 바이오엔지니어링과 허동은 교수,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트로이 사이들 이사.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의 트로이 사이들(Troy Seidle) 이사는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과학연구의 글로벌 현황’을 소개했다. 트로이 박사는 “캐나다에서의 60년간 진행된 동물실험에서는 실제 규제요건에 순응하지 않아도 되는 시험이 약 9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1대1로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마차의 발달과 같은 기술 발전으로 말의 복지를 향상시킨 흥미로운 결과를 실험공간에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로이 박사는 “그동안의 연구를 보면 13.5년 동안 약 2조9000억 원을 투자하고 수 천 마리의 동물을 희생시켜 개발했는데, 신약후보물질의 실패는 전임상 모델인 동물에서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한 결과의 낮은 예측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사람과 연관성이 높은 기술로 △장기칩(Organ-on-a-chip, 사람의 여러 장기를 연결한 칩) △High-Throughput(복잡한 질병을 이해) △컴퓨터 모델링(Computational modeling, 사람과 연관성 높은 방법 결합으로 시간과 자본 절약 및 높은 예측력)을 소개했다. 트로이 박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산업계에서 하나의 시험 규정을 개정하는 데 20년 이상이 소요된다. 이러한 장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국가가 힘을 합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펜실베니아대학교 바이오엔지니어링과 허동은 교수는 장기칩 개발 사례를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하나의 신약을 만드는데 평균 12~13년의 시간과 약 1.7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시간과 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승인되는 약은 감소하는데, 동물과 인간과의 많은 생물학적 차이 문제가 지적됐고, 윤리적인 문제 또한 이어져왔다. 허 교수는 “더 나은 전임상 모델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 칩을 만드는 기술을 응용해 장기칩을 개발했고, 대표적인 예로 10년 전 ‘Science’지에 발표했던 폐를 모사한 칩이 있다. 중요한 점은 폐의 기능도 모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감염으로 인한 폐의 염증반응에서 실제 박테리아들에 의해 만들어진 염증유발물질을 우리 몸의 적·백혈구들이 포착하여 잡아먹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폐칩 또한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모사역할 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허 교수는 “현재는 약물 및 질병의 발생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질병모델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는 △담배 피는 칩 △천식 칩 △혈관 생성 칩 △안구 건조증을 위한 칩 △우주정거장으로 쏘아 보낸 폐, 골수 칩 △태반 칩 등의 연구 응용과 더불어 미래를 위한 신기술로 1200여 실험을 동시 진행 가능한 디바이스와 자동화 로봇 시스템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많은 양의 데이터를 사람의 세포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에서 얻을 수 있다는 큰 의미가 있으며, 처음 개발했던 칩으로 미국 정부기관의 시각이 변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서보라미 국장과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피엔알 서국화 변호사는 ‘범부처 동물대체시험법센터 활성화 지원법’을 소개했다. 서보라미 국장은 “2017년 기준 5년전과 비교하여 실험동물의 사용현황은 70%가 증가한 308만 마리의 사용 현황을 알 수 있었고, 각 과제 지원·문제 대처에 대한 해당 부처가 다양하다보니 이를 실제 해결하는 데에는 특정 부처에게 국한되어 오늘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한 유럽과 미국의 경우 선두로 동물실험의 과학적·윤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연구지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경쟁력을 쌓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서 국장은 “모든 부처에서 동물실험 대체법에 공통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만큼 전략적인 예산과 지원을 위해 부처간의 소통 및 협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국화 변호사는 현행법상 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의 설치 근거 및 지위에 대해 설명하며 제안 법률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국가에 협의체 구성 의무 부여 △행정 각부 및 그 소속기관이 협의체를 구성 △협의체의 운영 권한을 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에 위임 △국가+협의체=동물대체시험법 연구 등과 관련한 종합계획 정기적 수립(3년) △정부의 기술개발지원의무에 대한 세부 규정을 제시했다. 또한 서 변호사는 “이번 토론회는 법안을 확정해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같이 생각해서 진행하자고 요청하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독성학 임경민 교수(더케이뷰티사이언스 편집위원)는 “다양한 부처에서 함께 협력하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며, 일련의 노력들이 결과적으로는 국민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큰 의의를 갖는다”라고 밝혔다.

토론회에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평가연구부 정자영 부장은 “워렌 박사의 발제를 듣고 우리나라 또한 미국과 같은 시스템이 만들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오늘 모인 관계부처의 모든 의무이기도 하다. 오늘 이 자리가 방향을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이날 토론회에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자재평가과 홍수명 과장 △농립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 윤문석 연구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 이광수 연구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바이오화학서비스표준과 유경희 연구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생명기술과 안지현 사무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평가연구부 정자영 부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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