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과학기술인을 위한 연구실 안전관리 간담회’

우리나라 여성과학인력이 증가하는 가운데 연구실 안전사고에서도 여성 피해자 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연구실 안전 사고에서는 여성 피해자 수가 남성 피해자 수를 넘어섰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연합회(여성과총, 회장 유명희)가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주최해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성 과학기술인을 위한 연구실 안전관리 간담회’에서 패널토론자로 나선 국가연구안전관리본부 노영희 본부장은 “최근 5년간 발생한 연구실 사고 1024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연구실 안전사고 피해자의 53%(156명)가 여성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노 본부장은 또 “전체 연구실 안전사고의 약 80%는 안전의식과 교육 부족(안전수칙 미준수·위험요소 미인지·보호구 오용 또는 미착용 등)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연구실의 여성 종사자에겐 가임·임신·수유 등 여성의 특수성을 고려해 여성 특화 안전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안전에 대한 관심 부족과 여성 과학자의 흥미를 끌만한 교육 콘텐츠의 미비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교육이 실시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여성 과학자 안전관리 실태조사 결과 여성 과학자의 33%가 ”연구실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노 본부장은 “국내 연구실 환경은 그동안 여성 과학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남성보다 작은 여성의 신체적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실험대 등 실험장비, 보호 장갑·호흡용 보호구 등 보호구가 사용된다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연구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법정 건강검진에서도 세부 검진항목·검진주기 등에서 여성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연구안전관리본부에선 여성 과학자를 위한 안전 교육 프로그램이 의무적으로 구성·운영될 수 있도록 연구실 안전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여성 과학자 대상 안전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행되도록 관련 교육 콘텐츠(표준 교육교재·교안·e-러닝과 교육 동영상 등)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KAIST 신현정 기계공학과 교수는 “2015년부터 여성과총 산하 여성과학자 안전관리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 통신부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여성과학자 안전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발제에서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김영미 교수(여성과총 여성과학자 안전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는 ‘여성과학기술인의 모성보호를 위한 문제 제기’에서 “내분비 장애물질로 분류되는 화합물들에 대한 임신, 출산, 수유 관련 정보가 매우 미흡하다. 유해물질은 노출되었을 때, 여성 본인, 태아, 그리고 다음 세대까지 건강에 영행을 준다는 보고가 있다”면서 “개인 보호구의 경우 서양 남성 중심으로 제작되어 체구가 작은 여성 또는 남성의 경우 적절한 보호를 받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과학기술인 중 상당수는 가임기에 해당한다. 가임기에 있는 남녀가 연구실에서 생식독성물질에 노출되는 경우 생식기능 및 생식능력에 유해한 영향을 받아 임신이 어렵거나, 태아발생 및 발육에 유해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안전한 연구 환경 조성은 성별에 무관하게 모든 연구활동종사자를 위한 필수요건이라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연구실 안전관리법’이나 ‘여성 과학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여성 과학기술인을 위한 안전 관리 규정이 추가돼야 한다“며 ”적어도 임신·출산·수유 중에 연구실 위험인자로부터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여성과학기술인을 위한 안전법제 개선 등 안전관리 강화 방안’에서 “위험성 평가시 임신한 연구활동종사자, 연소한 연구활동 조사자, 미숙한 연구활동 조사자 등 특정집단을 고려하도록 한 규정이 없다”면서 “연구실 사전유해인자 위험분석 위반에 대해 아무런 처벌 규정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날 패널 토론에서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이미옥 교수는 “대학원생들은 다수의 인원이 짧은 주기로 연구 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에 첨단연구 및 그에 따른 안전관리에 있어서 전반적인 전문성을 확보하 기가 어렵다”면서 “대학 연구실 종사자에 대한 끊임없는 안전교육과 실습, 사고대응훈련은 연구자의 부주의에 의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발생한 사고로부터 인명과 자원을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박태균 대표는 ”여성 과학기술인의 안전에 대한 정치권·행정부·미디어의 관심이 태부족한 실정“이며 ”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고용노동부·과기정통부가 모두 주목할 만한 문제이지만 오히려 관리와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여성 과학자의 안전을 위한 법률은 별도로 없는 상태다.

한편 여성 과학기술 재직 인력은 2006년 2만9739명(전체의 16.1%)에서 2016년 4만6269명(19.3%)으로 늘었다. 이공계 입학 여학생 수는 2006년 6만9063명에서 2016년 7만230명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여성과학자 안전관리위원회’가 2017년 과학기술계 종사하는 대한민국 남녀를 대상으로 여성과학자 안전관리 실태조사(표본 1,784명-남 988명, 여 796명)를 실시한 결과, 20대 여성과학자의 17.7%(621명 중 110명)이 평소 연구실이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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