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현 작가·화장품 비평가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 최지현 작가·화장품 비평가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 최지현 작가·화장품 비평가

[더케이뷰티사이언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화장품을 사용한다. 메이크업을 한다면 집을 나선 후에도 화장품을 지니고 다닌다. 이렇게 일상과 밀접한 화장품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정확히 객관적으로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최지현 지음, 이덕환 감수, 창비 펴냄)는 청소년을 위한 ‘화장품 참고서’로 발간됐다. 이 책은 서강대학교 화학 커뮤니케이션 이덕환 교수의 감수를 받아 완성됐다.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화장품 지식을 심어주고자 화장품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지현 작가는 여러 화장품에 관한 불량 정보를 분석하고 개념 및 관리법을 설명했다. 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한 최 작가는 일요신문 외신부 기자, 뉴스위크 한국어판 번역 위원 등을 지내고 프리랜서로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글을 써왔다. 2004년 폴라 비가운(Paula Begoun)의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를 읽고 화장품 산업의 실체에 눈을 떴다고 밝힌 그는 책을 번역 및 2008년 개정판까지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같은 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화장품 전성분표시제를 실시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화장품산업에 만연한 근거 없는 불량 정보를 바로 잡아가고자 개인 블로그 및 헬스경향·한겨레 등의 매체에 화장품 비평가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최 작가가 지은 책은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 공저,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 공저 등이 있다. 최 작가에게 ‘화장품 과학’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Q. 화장품 비평가란?

A. 내가 생각하는 개념은 단순히 화장품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소비습관, 소비방식, 과장광고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우리가 갖는 약점을 되돌아보고 제대로 이해해보자는 취지를 갖고 대중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일종의 저널리스트라고 생각한다.

 

Q.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A. 현재 화장품 정보를 소비하는 문화는 극단적으로 쏠려 있다. 한쪽에서는 기적의 성분을 찾고 다른 한쪽에서는 나쁜 성분을 걸러내는데 바쁘다. 화장품은 기적을 일으키지도, 엄청난 위험을 초래하지도 않는, 그저 매일 사용하는 안전한 생활용품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이와 함께 화장품에 대한 불량정보를 분별할 수 있는 과학적 사고, 과학 독해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다.

 

Q. 날씨에 따라 자외선차단제 SPF 지수를 선택하여 사용한다고 하던데.

A. 그날의 자외선 강도, 외출시각, 외출시간, 야외활동 정도 등을 고려해 선택하고 있다. 흐린 날에 4~5시간 외출 할 때에는 대부분 SPF 20을 사용한다. 자외선 강도가 낮으면 자외선 차단제의 지속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SPF 20으로도 5시간은 충분히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다. 화창하고 자외선이 강할 때에는 짧은 외출이어도 SPF 30을 선택한다. 그 이유는 SPF 20은 자외선 95%를 차단하지만 SPF 30은 97%를 차단해주기 때문이다. 실내에 하루 종일 있을 때에는 자외선차단제를 바르지 않고 잠깐 햇볕을 봐야할 때 모자와 양산으로 대신하고 있다.

 

Q. 화장품 연구를 통해 개발되는 신기술과 획기적인 제품들은 차별화된 효능을 가질 수 있지 않나.

A. 기존 화장품 효능을 뛰어넘는 효과적인 성분이나 기술을 개발해도 화장품에 적용하려면 함량을 낮춰 효능을 떨어뜨려야 한다. 효능이 크면 부작용의 확률도 커지기 때문이다. 화장품은 누구나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생활용품이기에 무엇보다도 ‘안전’을 우선시해야한다. 예시로 강력한 효과를 가진 레티노이드(Retinoid)는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레티놀(Retinol)을 사용하는 것이다. 레티놀도 너무 강하면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장품 회사들은 이를 소량으로 적용해 안전하게 만든다. 즉, 모든 물질은 효과가 강할수록 독성이 높고, 양이 증가할수록 독성이 강해진다. 피부에 순하게 작용하면서 효과가 아주 좋은 물질은 세상에 없다.

 

Q. 드라마틱한 효과가 어렵다면 화장품 연구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것인가.

A. 그렇지 않다. 화장품이야말로 과학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화장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했다시피 ‘안전성’이다. 정확한 과학을 통해 화장품 안전을 확보해야하는 것이다. 화장품 역사를 보면 연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문제가 됐던 사건들이 있다. 화학자들이 오랜 시간 증명을 하며 쌓아온 안전성 데이터가 있었기에 오늘날 화장품 산업이 이렇게 활발해질 수 있었다. 의약품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지 화장품이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았던 옛날 시대보다 사용하고 있는 지금 시대의 피부가 훨씬 건강하고 좋다.

 

최지현 작가가 쓴『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 표지.​​​​​​​청소년들에게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화장품의 역할과 쓰임을 알려주는 책이다.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교수가 감수했다.
최지현 작가가 쓴『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 표지.​​​​​​​청소년들에게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화장품의 역할과 쓰임을 알려주는 책이다.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교수가 감수했다.

Q. 화장품을 쓰고 트러블이 나서 다른 화장품을 찾아가며 시행착오 하는 사례도 많다던데.

A. 피부의 트러블은 몸속에 원인이 있고 이를 먼저 치료해야 한다. 20대 중반부터 서른 살까지 5년간 여드름으로 고생했었다. 여드름이 나지 않는 화장품을 찾아 헤맸는데, 해결방법이 아니더라. 여드름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고 난 후에 화장품을 찾아야 한다. 즉 피부 염증, 여드름, 아토피와 같은 문제점이 있다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화장품에 기대하는 바는 너무 높다. 스킨케어 제품에서 피부 표현력을 요구하고 눈에 띄는 효과를 바라기 때문에 먼저 화장품의 한계를 알고 내려놓는다면 그에 대한 시행착오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Q. 내게 맞는 제품을 찾으려면 일일이 발라봐야 하는 것일까?

A. ‘내게 맞는 제품’이 정확히 뭘까. 많은 사람이 자신의 피부 결점을 획기적으로 바꿔주는 제품을 ‘나에게 맞는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모공이 큰 사람은 모공을 줄여줄 제품을 찾고, 여드름이 심한 사람은 여드름을 없애줄 제품을 찾는다. 이처럼 기준과 기대가 너무 높기 때문에 아무리 찾아도 ‘내게 맞는 제품’을 찾기는 어렵다. 내가 생각하는 ‘나에게 맞는 제품’이란 접촉성피부염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고, 향·질감 등에 대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화장품의 기능은 보습, 유·수분 밸런스 유지, 진정, 항산화, 일시적 혹은 약간의 피부외관 개선이다. 모든 화장품이 이런 기능을 충족하고 있으며, 우리는 우리만의 기대와 취향에 따라 제품을 판단하는 것이다. 화장품의 한계를 알고 기대를 내려놓는 것이 먼저다.

 

Q. 화장품 연구원이 제품 개발 시 생각해야할 고려요소가 있을까.

A. 이미 연구원들은 충분히 제 역할을 열심히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화장품이 좋은 품질과 안전성, 재미 등을 모두 갖추게 된 것은 화장품 회사와 연구원 덕분이다. 한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바쁘더라도 화장품 전문가인 연구원들이 대중과의 소통을 좀 더 많이 했으면 한다. 올바른 화장품 성분 정보, 화학 성분에 대한 올바른 개념, 안전을 위해 화장품 회사들이 기울이는 노력 등에 대해 대중에게 열심히 알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화장품 성분이 위험하다는 대중의 인식 뒤에는 화장품 회사에 대한 불신이 있다. 화장품 화학자들이 현장의 고민과 노력을 잘 전달하고 잘못된 화장품 정보를 바로 잡는 활동을 많이 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Q. 책의 내용과 같이 특정 성분이 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음에도 ‘클린뷰티(Clean Beauty)’와 같은 트렌드가 더 확산될 전망이다. 어떻게 보는지.

A. 화학성분에 대한 거부감과 케모포비아 등은 반기업, 반자본주의 정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계속 심화될 것이라고 본다. 정부 제도와 과학자에 대한 반감이 더해져 클린뷰티뿐만 아니라 극단적이고 과격한 형태의 환경운동과 소비자운동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안과 공포라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Q. 합성물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 어렵다고 보는가?

A. 빠른 시간 안에 사라지기는 어렵다. 불안과 공포는 빠르게 확산되지만, 안심과 안전은 좀처럼 설득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화학물질 사건·사고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고 부정적인 뉴스가 계속 나올 것이기 때문에 합성물질에 대한 불안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화학물질에 대한 올바른 사고법, 과학 독해력 등에 대한 대중적인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정부 및 과학자들이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한다고 본다.

 

Q. 화장품 성분을 분석하는 앱(애플리케이션)이 생겨나면서 소비자에게 불확실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A. ‘특정 성분이 들어있는가 없는가’만으로 착한 화장품, 나쁜 화장품을 판별할 수 있는 비과학적 사고를 불어넣는데 큰 몫을 했다. 과학자가 아닌 비전문가가 만든 기준, 과학을 모르는 환경단체의 기준을 공신력 있는 정보처럼 제시한 것이 결정적 실수다. 그럼에도 수만 건의 제품 성분 리스트와 수십만 건의 리뷰가 있는 훌륭한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EWG 등급(미국 비영리환경단체가 만든 Skin Deep®에서 제공하는 표기방식에 따라 화장품, 식품 등의 성분에 등급을 분류한 것) 혹은 20가지 주의성분 리스트 대신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해 올바른 화장품 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설 수 있기를 바란다.

 

Q. 화장품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A. 주로 언론이나 화장품회사, 환경단체, 화장품 전문가 등이 주장하는 정보를 읽고 그 논점을 검증해보는 방식으로 공부한다. 불어를 전공했고, 불어와 영어를 하다 보니 해외 화장품 정보를 이해하는데 수월한 면도 있었다. 제시된 논문의 타당성을 살펴보고 같은 문제에 대해 공신력 있는 과학자들은 어떤 의견을 내놓는지 살펴본다. 식품의약품안전 처·FDA·미국화장품성분검토회·유럽소비자안전과학위원 회가 같은 사안에 대해 어떤 판단을 했는지 공식문서를 찾아 읽는다. 이런 문서를 반복해서 읽다보면 논문을 보는 과학적 눈이 생긴다. 불량정보가 논문, 수치, 정부 및 과학기관의 리스트, 사례보고 등을 어떤 식으로 교묘하게 악용하는지 파악하면 정보 독해력이 생긴다. 화장품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물질에 대한 과학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천연물질과 화학물질의 차이, 합성물질에 대한 개념, 독성에 대한 이해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이런 분야의 책을 끊임없이 읽는다.

 

Q. 추천할만한 책이 있다면.

A. 화학자들이 쓴 훌륭한 대중서가 의외로 많다.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은 식품공학자 최낙언의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이다. 식품분야의 불량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쓴 책인데 화장품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책만 제대로 읽어도 우리가 얼마나 비과학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지 스스로 깨닫게 된다. 또 통계, 확률 등 정보에 대한 판단력을 길러주는 책을 찾아서 읽는다. 화학 산업의 역사, 세상을 바꾼 화학제품 등에 대해 재밌게 기술한 책을 읽으면 화학이 얼마나 고마운 학문인지 깨닫게 된다. 이러한 책을 많이 읽고 반대편의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를 유발하는 책을 읽으면 논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한눈에 보인다.

 

Q. 집필 예정인 저서가 있는지.

A. 현재 영미권 독자들을 대상으로 K 뷰티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이고, 곧 아마존을 통해 출간할 계획이다. 또한 화장품 불량정보를 바로 잡는 책을 본격적으로 쓸 예정이다. 특히 파라벤과 미네랄오일은 화장품 불량정보의 시작이자 끝판왕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성분에 대한 불량정보만 바로잡아도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Q. 책을 읽는 청소년에게 강조하거나 당부하고 싶은 점은?

A. 청소년은 화장품을 통해 자신의 피부에 대해 알게 되고 더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자아상과 취향을 파악하며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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