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 기초화장품연구소 박창희 선임연구원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 강민호 지음 / 264쪽 / 턴어라운드 / 1만6000원

[더케이뷰티사이언스]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시그니쳐 복장은 유명하다. 대부분 행사에 회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다. 각종 매체에 소개되는 사진을 보면 마치 ‘Ctrl C’ ‘Ctrl V’ 한 느낌이다. 그가 두 달간 육아휴직을 마치고 출근하면서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은 큰 화제였다. ‘복직 첫날. 뭘 입지?(First day back after paternity leave. What should I wear?)’라는 멘트와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회색 셔츠가 나란히 배열된 옷장이 있었다. 스스로 공개한 옷장에서 ‘단벌 신사’임을 드러냈다. 물론, 검정 터틀넥 티셔츠에 청바지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도 있다. 이런 단벌 패션을 고수하는 CEO를 보고 ‘왜 항상 같은 옷만 입을까?’ 사람들은 궁금했다. 주커버그 대답은 이랬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섬길 것인가 하는 것을 제외하면, 뭐든지 결정을 내려야 할 사항을 줄일 수 있도록 내 생활을 단순화하고 싶습니다.”

이들에게 옷은 선택 대상이다. 그렇기에 같은 옷을 입는 이유는 선택 피로를 줄이기 위함이다. 심플함을 통해 본질에 집중했으며, 더 나은 서비스와 더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런 모습에 열광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시대 변화를 빠르게 흡수하는 화장품 업계에서는 새로움(Unique, Fun)이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라이징하는 타 업계 브랜드, 유명인사, 캐릭터 등과 콜라보를 누가 먼저 하느냐가 판매고를 높일 수 있는 마케팅 방법으로 자리 잡으며, 소비자의 눈에 띌 수 있는 디자인이 차별화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마유 크림유로 유명한 게리 쏭은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스티븐 윌슨과 K뷰티 최초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으며, 유명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베와 베네피트의 컬래버레이션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귀여운 캐릭터로 사랑받는 미니언즈는 올리브영과 협업을 진행했으며,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을 적용한 더페이스샵은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뷰라보(뷰티 컬래버레이션)’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이종 산업 간 컬래버레이션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소비자의 관심만 이끌 뿐 브랜드 자산이 아니기에 ‘누구나 하는’ 마케팅 방법이 되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가 옷을 단순화한 가장 본질적 이유는 소비자였다. 소비자를 위한 더 좋은 환경에서 진보된 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즉, 페이스북의 존재 이유인 본질에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화장품 역시 잠깐의 판매를 올리는 마케팅 전략도 중요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문제인 소비자가 화장품을 사용하는 이유에 집중해야 한다.

고객관점에 대한 재정의 : 거래보다 관계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쓰던 제품을 모두 사용했거나 선물 등 진짜 필요로해서 구매하는 첫 번째 부류와 스트레스 해소용, 소장가치가 있는 관상용 등 꼭 필요로 하지 않지만 심리적, 감정적으로 인해 구매하는 두 번째 부류가 있다. 화장품 업계는 모두 놓치지 않아야 하며, 두 부류의 고객과 각각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

“여러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고객이 아니라, 만족한 고객입니다. 그리고 만족한 고객은 그 자체로 가장 훌륭한 마케팅 플랫폼입니다”

꾸준히 한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첫 번째 부류 사람들에게 물었을 때, ‘패키지가 예뻐서요’가 아닌 ‘저한테 딱 맞아요’, ‘이거 썼을 때 효과가 좋더라고요’와 같은 본질적 이유가 대부분이다. 이들에게는 뾰루지, 트러블 등 구매할 때 예상되는 위협(지각된 위험)을 줄이고 구매 후 기대와 성과의 차이(구매 후 부조화) 간극을 좁히며, 오랫동안 사용해야하는 생애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 부류의 구매집단에게 새로움은 그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개선된 혹은 한 단계 올라간 제품이다. 다만, 필요하지 않지만 구매하는 두 번째 부류에는 소비자가 선택해야 하는 화려한 콜라보 등과 같은 마케팅 수단으로 관계를 시작해야 한다. 결국 이들 모두를 충성고객으로 만들어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별화 전략 수립 : 유행보다는 기본

화장은 결국 아름다움을 위한 사람의 본질적인 행동이다. 결국 화장품을 사용함으로써 피부가 전보다 나아지고 더 자신감을 갖게 되는 사람들의 본질적인 기본에 집중해야 한다.

“정말 좋은 비즈니스와 마케팅 전략은 포장을 벗겨내는 것입니다. 본질적인 것을 단순한 날것의 상태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죠, 이제는 속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장점이 되는 시대입니다“

박창희한국콜마 기초화장품연구소 선임연구원한국콜마에 입사후 사내 독서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100여권의 책을 읽으면서 사내 다독왕을 거머쥐었다. 이종서 콘텐츠 기획 에이전시 휴먼에너지 대표와 함께 2018년 1월 ‘책 읽기가 필요하지 않은 지금은 없다’(나비의활주로)를 쓰기도 했다.
박창희
한국콜마 기초화장품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콜마에 입사후 사내 독서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100여권의 책을 읽으면서 사내 다독왕을 거머쥐었다. 이종서 콘텐츠 기획 에이전시 휴먼에너지 대표와 함께 2018년 1월 ‘책 읽기가 필요하지 않은 지금은 없다’(나비의활주로)를 쓰기도 했다.

각종 컬래버레이션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킨는 건 잠시이다. 화장품에 들어간 성분이 본질이고, 이들 배합으로 만들어낸 사용감 및 피부에 나타나는 효능효과가 중요하다. 피부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진짜 피부에 필요한 성분을 찾아내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피부에 전달할 수 있는 피부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전달체를 개발하며, 사용하는 데 불편함 없는 사용감을 구현하는 것이 화장품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최근 브랜드들은 뷰티 유튜버와 같은 인플루언서들과 콜라보를 진행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끝까지 그 브랜드를 사용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본질은 제품이다. 소비자는 패키지를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건 기존 제품 대비 좋은 효능효과와 불편함이 개선된 사용감이다. 결국 제품이 좋아야 오랫동안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한 꾸준한 노력은 연구개발 담당자가 잊지 말아야 할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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