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정, 동성제약 마케팅본부/ 차장

[더케이뷰티사이언스]  “그냥 좋아서는 안 된다.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 가성비나 품질보다 콘셉트가 화두가 된 시대다.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콘셉트를 연출하는 ‘콘셉러’를 자처하며, 직관적인 미학, 순간적인 느낌, 가볍고 헐거운 콘셉트에 빠르게 반응한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보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콘텐츠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많은 기업들 역시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콘셉트 개발에 열심이다. 무엇보다 디지털 세대가 바로 반응하는 것은 짧고 재미있는 콘셉트이다. 나아가 콘셉트만 확실하다면 대충 만들어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이유 있는 소비’가 만족을 제공했다면, 이제는 쾌락적이고 유희성이 강한 ‘콘셉트 있는 소비’가 더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 끊임없이 유동하는 감각적인 젊은 세대는 이미지에 열광하고, 기능이 아니라 콘셉트를 소비한다. 이들의 마음을 여는 것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이해보다 가벼운 터치와 직관적인 감성이다. 구매의 근거가 이유에서 콘셉트로 바뀌고 있다. 이제 마케팅 하지 말고 콘셉팅하라.”

매년 발표되는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9중 ‘콘셉트를 연출하라’의 일부를 발췌했다. 마케팅 하지 말고 콘셉트 하라는 도발적인 제안을 한다.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화장품 OEM과 ODM이 고도화 되면서 신제품의 기획부터 출시까지의 기간이 매우 짧아졌고 히트 상품이 등장하면 2~3개월 내에 비슷한 제품이 시장에 쏟아진다. 스펙의 싸움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때문에 소비자는 더 이상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이유 있는 소비’를 하지 않는다. 가성비와 품질은 더 이상 구매 이유가 될 수 없는 시장상황이 되었다. 고객의 ‘콘셉트 있는 소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품기획자와 마케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콘셉트’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마케팅이 될 수 있다. 최근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이르는 말로,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는 특징이 있다.-네이버 시사상식사전)를 중심으로 그러한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강력한 콘셉트는 마니아층뿐 아니라 인플루언서, 언론 매체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최근 흥미롭게 본 책이 있는데 CJ제일제당 브랜드 매니저인 임홍택씨가 쓴 ‘90년생들이 온다’(웨일북, 2018)라는 책이다. SNS 콘텐츠의 생산과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Z세대에 대한 마케터들의 관심이 높은데 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임홍택씨는 90년대생의 특징을 3가지로 분류하고 기술했는데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가 그것이다. 90년대생의 공통적인 특징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1990년에서 1999년 사이의 ‘동시 출생 집단’이라고 할지라도 이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중에도 일관되고 공통되는 특징이 있는데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Z세대는 ‘길고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간단함’이다. 그리고 간단함을 추구하는 90년대생들의 언어 습관에서는 축약형 은어인 ‘줄임말’이 자주 나타난다. 때문에 ‘스압(스크롤 압박)주의’라는 문구를 사용해서 열람자들의 양해를 구하거나 ‘스압으로 다 읽지 못하겠음. 세 줄 요약 바람’과 같은 요청을 온라인 게시물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 Z세대는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

90년대생들의 의식은 기본적인 자아실현의 충족을 위해 힘쓰는 '유희 정신'에 기울어져 있다. 이념적 세계보다 연극적 세계가 더 중요하다. 물론 이들도 앞선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적자생존의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이전 세대들과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 유희를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점은 이들의 세계를 다르게 만든다.

3. Z세대는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전무결한 정직과 솔직을 요구한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화해’는 화장품이 함유하고 있는 성분과 그 위험도를 알려주며 20가지 피해야 할 성분과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젊은 세대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 국내 최대 화장품 정보 제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화장품을 구입하는데 있어 참조하는 어플리케이션인데 정직한 정보공개에 젊은이들이 반응한 것이다. 또 이들은 본인들을 고용한 기업이라든가 소비재를 파는 기업들에게서 솔직함이 보이지 않으면 인정하지 못한다. 그들에게 솔직함이란 자신의 솔직함뿐 아니라 남들의 솔직함도 포함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Z세대의 특징을 화장품과 마케팅의 콘셉트에 활용한다면 ‘콘셉트가 있는 소비’를 통해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하려고 하는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콘텐츠의 생산과 확산을 주도적으로 하는 이들의 SNS 계정에 애정 하는 아이템 또는 광고 캠페인으로 인증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기획과 마케팅은 사용자에 대한 관찰과 공감에서 시작되니까 말이다.

저작권자 © THE K BEAUTY SCIEN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