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영(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최시영 교수
최시영 교수

화장품의 가장 대표적이며 기본이 되는 제형인 에멀전, 특히 입자로 안정화된 에멀전 (, 피커링 에멀전)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기본적인 개념에서 부터 현재 기술 개발 동 향 및 문제점, 향후 연구 및 기술개발 방향 등에 대해서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에멀전이란 서로 섞이지 않는 두 가지 액체not mixed가 분산되어dispersed 있는 시스템을 뜻한다. 서로 섞이지 않는 두 가지 액체는 계면장력을 만들며, 항상 계면을 최소화하여 계면 에너지를 줄이려는 특성 때문에 에멀전은 열역학적으로 불안정하다. , 몇 가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에멀전 시스템은 항상 불안정한 상태이며, 이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계면활성제surfactant가 필요하다. 계면활성제는 두 액체상을 분산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계면활성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분자형 계면활성제가 일반적인데, 친수성인 부분과 소수성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는 계면에 위치하는데 유리하다. 이러한 분자형 계면활성제를 콜로이드 입자로 대체한 시스템이 바 로 피커링 에멀전이다. 콜로이드 입자는 분자형 계면활성제 대신에 서로 섞이지 않는 두 상의 계면에 존재하여, 에멀전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분자형 계면활성제 대신에 콜로이드 입자를 사용할 경우, 에멀전 안정화라는 궁극의 목적은 같지만 두 시스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첫째. 분자형 계면활성제가 계면에 흡착되는 에너지는 대략 열에너지 (~KBT) 정도여 서, 계면에서의 흡탈착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반면, 콜로이드 입자로 안정화된 피커링 에멀전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훨씬 큰 흡착에너지(크게는 100만배)를 갖는다. , 한 번 계면에 흡착된 콜로이드 입자는 자발적으로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는 피커링 에멀전이 일반적인 분자형 계면활성제로 안정화된 에멀전 보다 안정성 면에서 훨씬 우수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분자형 계면활성제가 소수성과 친수성 부분을 나뉘어 갖고 있는 반면, 콜로이드 입자는 소수성과 친수성 부분이 따로 없이도 계면활성surface activity을 갖는다. 이는 콜로이드 입자의 표면 특성이 친수성과 소수성의 중간 성질을 가질 때 주로 나타난다. 극단 적으로 친수성 혹은 소수성을 가질 때는 계면활성이 없지만, 그 중간에서는 계면에 흡착될 수 있고, 이로서 전체 시스템 에너지를 크게 낮출 수 있어 열역학적으로 선호하는 선택이 된다.

셋째. 분자형 계면활성제의 경우, 종류 혹은 분자형태에 따라 oil-in-water를 안정화시 키느냐 혹은 water-in-oil을 안정화시키느냐가 구분되어지나, 피커링 에멀전의 경우 같은 종류의 입자인 경우에도 표면 특성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두 가지 종류 (O/W 혹은 W/O) 에멀전의 안정화가 가능하다. 실례로 실리카 입자의 표면에 실란 커플링 작용기를 이용해 친수성에서 부터 소수성까지의 극단적인 표면개질이 가능하다.

야누스 입자를 합성하면 표면이 균일한 입자보다 계면에너지 낮출 수 있어

피커링에 쓰이는 콜로이드 입자의 경우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콜로이드 입자의 성 분에 따른 종류, 모양, 표면특성이 다른 입자가 쓰일 수 있다. 콜로이드 입자는 흔히 표면개질이 쉬운 실리카 종류가 많이 사용되어 왔으나, 다른 종류의 TiO2, ZnO 입자등 의 세라믹 입자, PS, PMMA 등의 다양한 종류의 합성 고분자, 셀룰로오스, 키틴 등의 바이오 고분자 기반의 입자들 또한 많이 연구되어 왔다. 입자의 종류와 더불어, 피커링 에멀전을 위해 입자의 모양이 매우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구형의 입자를 대체하여, 디스크의 모양spheroid이나 니들 모양ellipsoid이 계면을 안정화 시키는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는 계면에서의 입자배향이 구형의 입자에 비해 계면 에너지를 안정화시키는데 효과적일뿐 아니라, 계면에서 작용하는 모세관 인력Capillary attraction에 의해 흡착된 입자들 간의 인력이 작용해 좀 더 튼튼한 계면을 만드는데도 기여한다. 구형 기반의 변형된 모양의 입자 뿐 아니라, 전혀 다른 종류의 입자의 모양도 많이 연구되고 있다. 예를 들면, 분자형 계면활성제 모양을 본뜬 덤벨 모양, 다각형 모 양의 이차원 입자, 혹은 큐브나 사면체 모양의 입자들도 피커링 에멀전을 위해 연구되어 온 입자들이다. 마지막으로 표면특성의 경우, 일반입자의 표면개질을 넘어서, 일부 의 표면만 개질하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구형 입자의 경우 반쪽은 소수성 표면을, 다른 반쪽은 친수성 표면을 갖는 일명 야누스Janus 입자의 합성을 통해 피커링 에멀전을 형성하는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경우 표면이 균일한 입자에 비해 계면에너지를 더욱 낮출 수 있게 되어, 더 효과적으로 에멀전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세 가지의 경우를 조합하는 연구들 역시 많이 진행되고 있다. 비구형의 입자에 일부 표면만 개질이 되는 입자를 이용하는 경우, 혹은 서로 다른 표면의 입자를 동시에 이용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분자형 계면활성제를 모사한 덤벨 모양 의 야누스 입자의 경우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에멀전을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도 보고 된 바 있다.

그림. 피커링 에멀전의 도식도 및 고내상 피커링 에멀전 및 피커링 이중에멀전 형성방법
그림. 피커링 에멀전의 도식도 및 고내상 피커링 에멀전 및 피커링 이중에멀전 형성방법

최근에는 이러한 피커링 에멀전을 이용한 특별한 에멀전 제형(고내상 에멀전, 다중 에 멀전 등)을 만들려는 연구도 시도되고 있다. 고내상 에멀전의 경우, 분산상의 부피비가 74% 이상이 되는 에멀전을 지칭하며, 이 경우 분산상의 액적이 내부에 포화jammed되 어 서로간의 힘을 받아 액적 모양의 변형까지 이르며, 기존의 에멀전과는 전혀 다른 제 형을 갖게 된다. 실례로, 계란 노른자에 들어 있는 계면활성제인 지질 성분들을 이용하 여 고내상 O/W를 만들게 되면 마요네즈를 만들 수 있고, 마요네즈는 기름 혹은 계란 노른자와는 전혀 다른 흐름특성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흐름특성은 별다른 점증제 등 의 첨가제 없이도 점도를 매우 높이는 결과를 보여준다. 피커링 에멀전의 경우, 고내상 에멀전은 고내상화 과정에서 상전이Phase inversion라는 과정이 일어나게 되어 매우 만들 어 내기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피커링 에멀전에 사용하는 입자는 계면의 흡착력을 높이기 위해 소수성과 친수성 중간정도의 표면 개질을 이용한다. 이러한 표면은 O/W혹 은 W/O를 모두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고내상 에멀전을 만드는 대신 계면에너지를 줄이는 방향인 O/W W/O 혹은 W/O O/W로의 상전이를 유도하게 된다. 이러한 상전이를 막기 위해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계면의 흡착력은 매우 낮지 만, O/W만을 만들어 내는 입자를 이용하고, 대신 depletion attraction이라는 힘을 입자 흡착에 이용하여, 다양한 입자를 이용하여 고내상 피커링 에멀전을 형성하는 기술 을 개발하였다. 이외에도, 표면을 정확하게 개질하여 고내상 에멀전을 형성하는 연구 들 또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더욱 복잡한 형태인 다중 피커링 에멀전 연구 또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동안 다중에멀전의 경우, 주로 미세유체시스템을 이용한 연구가 대부분이었고, 이외의 방법을 이용한 연구는 극히 드물었다. 특히 콜로이드 입자를 이용한 다중에멀전 연구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다중에멀전은 일반적으로 두 단계 로 이루어지는 제조방식과 앞서 언급한 상전이 현상 때문에 구현이 어려웠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다중 에멀전 제조 방식을 한 단계로 줄이고, 오히려 상전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새로운 방법을 통해 안쪽 에멀전은 고분자로 안정화 되고, 바깥쪽을 콜로이드 입 자로 안정화된 새로운 하이브리드 이중 에멀전(O/W/O) 제작 공정 기술을 개발하였다. 고분자가 입자보다 흡착속도가 빠르고 상전이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이중 에멀전을 형성 할 수 있다라는 기본 관찰에서 시작하여, 새로운 이중 에멀전 형성 메커니즘을 제안하고 규명하였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입자를 이용한 다중 피커링 에멀전을 구현하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피커링 에멀전은 매우 오랫동안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연구되어 왔고 상당부분 이해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기술적으로 개선되고 연 구가 되어야 할 부분들이 존재한다.

새로운 하이브리드 이중 에멀전(O/W/O) 제작 공정기술 개발

첫째. 입자의 계면흡착 과정에 대한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입자의 계면흡착은 초기 상태와 마지막 상태를 고려한 에너지 적인 부분만이 고려되어 왔다. 하지만 실제 입자의 계면흡착 과정은 다양한 에멀전화 과정을 통해 단순히 열역학적인 흡착에너지 뿐만 아 니라 입자가 계면에 근접해가는 과정부터 입자와 액적과의 상호작용, 흡착 초기 단계, 흡착 진행 단계 등의 다양한 단계에 대한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며, 이러한 연구가 뒷받침 될 때, 더욱 발전된 피커링 기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입자의 계면흡착 능력을 높이기 위해 표면 개질을 하게 되면, 입자의 분산성 문제 가 항상 존재한다. 입자는 에멀전화 되기 전에 일반적으로 한 쪽 상에 존재하고, 양쪽성 표면을 갖는 입자는 그 분산성이 좋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분산 문제를 잘 해결하여, 단일입자들을 계면 흡착시켜 에멀전을 형성하는 기술의 개발은 현실적으로 피커링 에멀전 기술의 상업화에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다.

셋째. 입자로 안정화된 에멀전은 일반적으로 계면장력을 크게 낮추지 못한다. 분자형 계 면활성제의 경우 계면장력을 크게 낮추어 에멀전 형성시에 더 고르고 작게 액적을 형성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나, 입자의 농도가 매우 높은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면 활성을 충분히 낮추지 못한다. 이는 에멀전 형성시에 더욱 큰 에너지가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상으로 피커링 에멀전에 대해 간략하게 요약·정리 하였으나, 실제 피커링 에멀전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욱 긴 지면과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커링 에멀전의 장점은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부와 밀접히 연관된 화장품업계에서는 계면활성제를 전혀 혹 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이슈가 대두되는 가운데, 세라믹 혹은 바이오 유래 입자들을 이용한 피커링 에멀전은 석유화학 기반의 계면활성제 및 점증제를 대체하여 좀 더 친환경적인 화장품을 만들어 내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콜로이드 입자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종류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를 적극 활용하여 피커링 에멀전을 만들 경 우, 자외선, 미세먼지 등 피부에 해가 되는 것들을 피부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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