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기술대 정밀화학과 박수남 교수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야구선수는 야구장에서, 가수는 공연장에서 더 멋있다고 했던가. 교수도 강의실에서 더 멋있었다.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바이오대학 정밀화학과 박수남 교수(더케이뷰티사이언스 자문위원)도 그랬다. 표정도 환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한 장소에 영원히 머물수는 없다.

박 교수는 지난 2월 28일로 26년 6개월간의 교직 생활을 마감하고, 강의실에서 물러났다. 그 대신 서울과학기술대 내 ‘테크노 큐브동’ 건물 11층에 자그마한 공간을 새로 마련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연구원과 교수 생활을 하며 축적한 노하우와 정보로 가득찬 곳이다.

지난 2월 8일 서울과학기술대 청운관에 자리한 박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그는 연구실 정리에 무척 바빴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박 교수는 눈빛이 반짝였다.

 

Q. 정년을 맞이하셨는데요.

A.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화학)에 입사할때부터 화장품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제품에 적용했지요. 학교로 와서도 화장품 연구를 계속하면서 좋은 논문을 냈고, 우수한 학생들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화장품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연구도 많이해서 화장품산업이 발전하는데 나름대로 기여했습니다. 그동안을 되짚어 보면 다 좋았습니다. 후회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Q. 논문을 많이 쓰신 것으로 압니다.

A. 정년 퇴임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발표한 논문을 세어 보니까 1984년부터 2018년까지 15개 분야에 모두 243편이네요. 작년에도 36편을 썼습니다. 특허는 66건이군요. 최근 약 10년 동안 서울과학기술대 대학원에서 공부한 제자는 80여명이나 됩니다. (박수남 교수가 운영한 나노바이오화장품 연구실에서 투고한 논문 저널은 천연물·화장품화학, 화학, 나노, 의학, 식품공학, 생물공학, 유지화학, 농화학, 생화학, 고분자, 미생물, 화학공학, 약학, 계면화학, 광화학·광생물학 15개 분야 39개 저널이다.)

Q.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한 계기가 있는지요.

A. 충남 서산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중학교 1학년때 서울에 올라와 대학에 갈때까지 자취하면서 다녔습니다. 노량진에서 살다가 방학때면 고향집에 버스 타고 내려가는데 대림동을 거쳐서 갔어요. 1960년대에 그 지역은 논밭만 있었지요. 거기에 초록색 3층짜리 아모레퍼시픽(옛 태평양화학) 연구소 겸 공장 건물이 참 예뻤어요. 그 건물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서인지, ROTC로 군생활을 마친 후 취업을 준비하는데 아모레퍼시픽의 지원서가 눈에 띄었습니다. 화장품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입사후에는 10년동안 새벽 5시에 일어나 일본어 학원을 다녔습니다. 당시에는 일본어를 알아야 화장품을 공부할 수 있었으니까요.

Q. 융복합 연구를 많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1979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서 분석연구실에 있었습니다. 1985년 생화학연구실 실장으로 발령 받으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 같습니다. 그 때 생화학연구실에는 약대 출신부터, 생화학, 화학, 화공학, 식물학, 미생물학을 공부한 연구원까지 각기 전공이 다른 연구원 10명이 모여 있었어요. 우리는 매일 세미나를 하면서 기능성 화장품이나 피부노화를 연구했지요. 그때부터 융합연구를 시작한 셈입니다. 그때 함께 일했던 연구원이 부용출 경북대 교수, 하병조 을지대 교수, 중앙대 전체옥 교수, 박덕훈 바이오스펙트럼 대표지요. 화장품은 연구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고 넓습니다. 다양한 공부를 해야해요. (박 교수는 융복합 연구의 중요성을 이 때부터 깨달았다고 한다. 박 교수는 대한화장품학회장을 맡고 처음 개최한 2013년 3월 정기총회에서 ‘서양미술사의 이해’를 주제로한 특강을 마련했다. 11월 총회에는 ‘연구자를 위한 고객 중심의 창의성’이라는 특강을 준비하는 등 융복합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학회 특강 주제가 화장품 관련 기술에 집중했던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변화였다.)

Q. 학교에서도 융복합 연구를 이어가셨는데요.

A. 아모레퍼시픽에서 13년 근무했는데, 녹차 플라보노이드 성분이란 천연 항노화 물질로 ‘미로 화장품’을 만들어 히트했어요. 아모레퍼시픽 발명대상 1호였지요. 아모레퍼시픽은 창립 후 처음으로 제가 박사 학위를 받도록 지원해 주었습니다. 참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박사 학위를 받은 다음에는 천연 피부항노화 물질인 녹차 성분으로 라네즈와 마몽드를 내놓았어요. 그러다 1992년 9월 서울과학기술대로 왔지요. 기업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주위의 권유로 자리를 옮겼어요. 강의만 끝나면 서울의대에 가서 실험하고, 공부했습니다. 피부노화 연구에 집중했지요. 그러다가 SK바이오랜드(옛 바이오랜드)에서 원료를 만들고 싶다고해서 우리나라 최초로 원료를 개발하는데 힘을 보탰습니다.

Q. 주요 연구 성과를 소개해주세요.

A. 활성산소와 피부노화의 관계나 기능성 소재를 꼽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리포좀Liposome 분야를 많이 연구했어요. 기초부터 응용분야까지 계속 연구했는데,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고 제품에 적용시켜 히트한 제품도 많습니다. (박 교수의 연구 범위는 신소재개발(항산화, 미백·주름방지 및 개선, 자외선 차단, 보습, 육모·비듬, 항균·방부, 활성성분 구조 결정), 제형 개발(가용화, 유화, 리포좀, 하이드로겔, 피부흡수 및 안정화), 평가기술개발(효능 평가, 안정성 평가, 안전성 평가, 관능 평가)에 이른다.)

Q. 대한화장품학회를 이끌기도 하셨습니다.

A. 2013년부터 2017년 5월까지 대한화장품학회 회장을 맡았지요. 학계에서 처음으로 회장을 맡았습니다. 회장 재임중 ‘IFSCC 서울 2017’ 컨퍼런스를 주최한게 가장 보람 됩니다. 학회 활동하면서 국내 화장품 시장과 세계 화장품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IFSCC에서 가져온 자료로 학생들과 세미나를 열었어요. 그 덕분에 화장품기업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5~6명의 기업인을 만나서 개별 기업이 풀지 못하는 연구 과제도 해결해 주었습니다. 2000년부터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화장품 산학협의회’를 운영하면서 네트워킹한 화장품기업 회원사만 104개사에 이릅니다.

Q. 세미나를 많이 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일 년에 평균 50명 정도를 초빙해서 세미나를 열어요. 한 해 동안 초빙한 전문가만 62명에 달할때도 있었지요. 전문가를 초청해 연구하면서 과제를 해결했어요. 그 덕분에 넓고, 깊은 네트워크가 생겼지요. 논문도 많이 썼는데, 학생들이 논문을 작성하도록 지도했습니다. 나노바이오화장품 연구실 학생들은 많은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세미나에서 직접 발표하다 보니 스스로 공부했고, 자신도 모르게 실력이 늘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걸리고 논문을 하나하나 점검하기도 힘들지만 학생들 스스로 논문을 써야 실력이 늘어요. 공부하는 동안은 힘들겠지만, 그 과정을 거친 학생들이 취업하면 일도 잘합니다. 기업 연구소장들이 제자를 칭찬할때 기분이 제일 좋습니다.

Q. 한국의 기술력도 국내외에서 인정받아야 할텐데요.

A. 글로벌 코스메틱 연구개발사업단이 결국 해체되었는데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화장품은 마케팅이나 영업도 중요하지만 기술이 뒷받침 되어야 좋은 제품이 나옵니다. 결국 기술이 앞서야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요. 정부 지원이 필요합니다. 화장품은 다른 산업에 비해 정부 지원이 너무 적습니다. 화장품은 누구나 관심을 갖는 분야인데다 수출 기여도가 매우 큽니다. K 뷰티의 기세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에 따라 잡힙니다. 연구를 안하는데 어떻게 좋은 제품을 만듭니까. 알맹이 없는 마케팅은 안됩니다. 피부노화를 억제 시키는 연구를 계속해야 합니다.

Q.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떤지요.

A. 화장품업체마다 애로사항이 다릅니다. 그동안 많은 경험을 했고 다양한 분야를 연구해서 어떻게 과제에 접근해서 해결하면 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인들의 고민을 많이 풀어주고 싶습니다. 화학만 공부했다면 기업이 고민하는 다른 분야는 몰랐을 겁니다. (박교수는 그동안 일만 했다면서 운동도 하고 이제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수남 교수가 걸어온 길

학력 △1985. 3~1989. 2 서울대학교 대학원, 이학박사(유기화학 전공) △1982. 3~1984. 8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 △1973.3~1977.2 서울대학교 졸업, 이학사

주요 경력 △1992. 9~2019. 2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바이오대학 정밀화학과 교수 △2005. 7~2007. 6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자연생명과학대학 학장 △2009. 3~2019. 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화장품종합기술연구소 소장 △1979. 7~1992. 8 아모레퍼시픽(옛 태평양화학)기술연구원 분석/생화학연구실 실장 평가·자문·심의 위원 △2018. 11~현 더케이뷰티사이언스(The K Beauty Science) 감수위원 △2018. 8~2020. 8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민청원 안전검사 심의 위원 △2010. 3~현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화장품제도기술전문가협의체) △2012. 3~2015. 2 식품의약품안전처 R&D 기획단 운영위원회 위원 △2007. 3~2009.3 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 유효성·안정성 심의위원회 위원 △2018.12~현 경기도 뷰티산업 진흥위원회 위원 △2018.12~현 노원구청 노원미래비전위원회 미래도시분과 위원 △2018. 8~현 홈쇼핑방송심의 자문위원회 위원 △2018. 4~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 기술심의위원회 전문위원 △2008.10~2016. 화장품성분명표준화위원회 위원장 △2007.9~2017. 6 보건복지부 보건신기술인증(NET) 종합심사위원회 위원장 △2009. 3~2009. 8 보건복지부 화장품산업 R&D 기획위원회 위원장 △2007. 9 ~ 2008. 9 방송위원회 상품판매방송심의 위원학회 활동 △2013. 3~2017. 5 대한화장품학회 회장 △2006. 3~2013. 2 대한화장품학회 부회장 △2004. 2~2013. 2 대한화장품학회 운영위원장 △2002. 1~2005.12 대한화장품학회 이사 △2015. 1~2016. 12 한국유화학회 학술이사 △2012. 1~2018. 9 한국피부장벽학회 이사 △2000. 1~2011. 12 한국공업화학회 편집위원 △한국고분자학회 정회원 △한국공업화학회 평생회원 △한국생체재료학회 정회원 △한국유화학회 정회원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정회원수상경력 △2017. 5 한국공업화학회 총회 논문상 △2016. 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최우수 산학협의회상(화장품산학협의회) △2015. 4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사업진흥원장상 △2015. 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융합교육 우수사례 경진대회 우수상 △2015. 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우수 산학협의회상(화장품산학협의회) △2014. 3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논문분야 우수연구상, 연구과제분야 우수연구상 △2012. 4 제40회 보건의날 국무총리 표창 △1990.12 태평양화학 발명대상 1호(제목:천연 세포 보호 성분인 플라보노이드의 개발과 이를 이용한 화장품제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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