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주임연구원

서론

2018년 중국발 K뷰티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수출은 2017년에 이어 약 30%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세청 수출입데이터를 통해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11월 화장품 수출액은 약 58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 약 45억 달러에 비해 30% 성장하며, 2018년에 다시 한 번 역대급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수입은 소폭 늘어나는데 그쳐 무역수지 흑자만 약 47억 달러로 지난해 전체 수출액(49.4억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한국 화장품 수출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었던 주요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원인을 꼽으라면 K뷰티가 글로벌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고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화장품 산업의 변방이자 스쳐지나가는 유행으로 평가 절하됐던 K뷰티가 세계 시장 트렌드에서 서서히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 2018년 세계 화장품 트렌드를 통해 바라본 2019년, 우리는 어떤 제품에 주목해야할까.

본론

Natural to the Max : 천연, 오직 천연

복수의 전문가들이 지난해 11월 코스모프로프 홍콩(Cosmoprof ASIA Hong Kong) 전시회를 참관하고 내린 결론으로, 글로벌 트렌드 중 ‘천연’이 더욱 강화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몇 년 사이 주목했던 더마(Derma)화장품이나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바람을 압도하며, 다시 한 번 천연이 재도약하고 있다는 평이다.

‘천연 화장품’은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대세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이 보내는 자연주의 메시지는 예전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뻔한 천연 화장품을 내세워 기존 제품을 답습하는 형태가 아닌, 끊임없이 새로운 원료와 기능, 그리고 효능에 대한 과학적 증명이 적용되고 있다. 과거보다 원료나 기능, 제품 특성에 대해 ‘천연’이라는 요소를 좀 더 직접적으로 디자인 등에서 드러내는 경향을 보이며, 단순한 내츄럴(Natural) 외에 비건(Vegan), 베지테리언(Vegeterian), 친환경(Eco-friendly), 유기농(Organic), 디톡스(Detox) 등 콘셉트도 다양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브랜드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새로운 천연원료를 찾고, 그 효능의 과학적 분석, 그리고 효과적 마케팅 방법 등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최근 로레알은 살롱 전문 브랜드로 보타네아(Botanéa)를 선보이며 100% 천연 허브 원료를 사용한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제품이 천연 불가침 영역이라고 불리는 모발 염색제품이라는 점이다. 기존 브랜드의 라인업을 늘리기보다 온전한 자연주의 브랜드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로레알의 전략은 단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새로운 원료 배합과 브랜드 전략에 따라 향후에도 위에서 언급한 ‘극도의 자연주의’ 제품의 출시는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이며, 보습, 피부톤 개선(브라이트닝), 주름개선 등을 위한 스킨케어 중심으로 이어져온 천연제품 라인업이 색조제품, 헤어제품, 치약 등으로 더욱 세분화될 전망이다. 내용물뿐만 아니라 친환경 패키징, 자연보호 활동 등 사회적 참여 활동에 대한 진정한 자연주의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Back to the Basic : (천연)보습 강화

2018년 세계 뷰티 시장에서는 천연원료를 중심으로 한 ‘보습’에 대한 니즈가 두드러졌다. 기존 브라이트닝과 주름개선 등 기능성 제품에 대한 선호 현상은 유지되고 있으나, 무엇보다 스킨케어의 기본인 보습에 대한 중요성이 더 확대되는 모양새다. 특히 무엇보다 건강한 피부(Healthy Skin)에 대한 관심에 따라 좀 더 다양한 보습원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기존에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원료들도 소개되기 시작했다.

Back to the Basic : 시트 마스크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마스크팩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화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SNS를 중심으로 10~30대 전반에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주요 글로벌 브랜드가 스킨케어나 스페셜케어 제품으로 라인업에 포함시키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Guardian)은 시트마스크 제품을 2018년의 최대 뷰티 트렌드로 꼽으며, 글로벌 트렌드 아이콘인 레이디 가가(Lady Gaga)와 벨라 하디드(Bella Hadid)를 기사에 실었다. 2016년 선보인 에스티로더(Estée Lauder)의 파워포일(Powerfoil) 제품은 영국의 존루이스(John Lewis) 매장에서 123% 성장했고, NPD그룹 보고서에 의하면 2017년 상반기에는 영국 전체 매출이 34% 성장하는 등 큰 폭으로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영국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마스크팩 전문 매장인 마스크바(Mask Bar)가 뉴욕 34번가(한인타운)를 넘어 소호 지점을 열어 미국 유명인사들로부터 시작된 ‘스킨케어 셀카찍기(skincare-andselfie)’가 시트마스크팩을 통해 본격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변화는 그 간 하이드로겔이나 셀룰로오스 등 부자재 변화와 독특한 각종 동물 유래 원료로 치닫던 마스크팩 시장이 신흥국 진입과 트렌드 반영 및 식물성 천연 원료와 시트마스크의 인기로 인해 오히려 제품 트렌드는 초창기로 회귀했다는 평가다.

No Make-up Look: 생얼과 윤광

미국의 유명 흑인 가수인 알리샤 키스(Alicia Keys)는 2016년 5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화장을 하지 말고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자’라고 적으면서부터 대중들 앞에 노메이크업(No Make-up)으로 등장하며 트렌드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2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와 같은 ‘노메이크업 운동’에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 기네스 펠트로(Guinness Feltro), 비욘세(Beyounce) 리한나(Rihanna),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 등도 가세했다.

하지만 이는 말이 좋아 ‘NO’ 메이크업이지 실상은 우리나라에서 이전부터 존재했던 ‘생얼 메이크업’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화장을 한 듯 안한 듯 피부를 자연스러우면서, 화장 안한 듯, 하지만 예쁘게 표현하는 것이 노메이크업의 핵심임을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알리샤 키스 또한 립틴트와 블러셔 제품과 일부 메이크업베이스 제품을 사용했으며, 리한나 역시 펜티뷰티(Fenty Beauty)의 메이크업 라인을 절찬리에 판매 중이기 때문이다. 피부톤 보정과 관련한 제품 외에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Natural Glow, Luminous Finish, Healthy Glow, Glass Skin 등 피부에 자연광을 표현하기 위한 물광, 윤광 등에 대한 개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을 위한 BB크림이나 CC크림 제품은 이미 시장에 보급되었고, 최근에는 그보다 더 가벼운 틴티드 모이스처라이져(Tinted Moisturizer), 프라이머(Primer) 제품 외에도 파운데이션 제품 또한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제품의 인기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프라이머 제품 또한 피부톤과 타입에 따라 세분화되면서 생얼 트렌드를 부추기고 있는데, 최근 클라란스(Clarins) 브랜드의 경우에도 기존 프라이머 제품 대신 커버력을 줄이고 광채를 표현할 수 있는 특징의 신규 라인업을 6가지 컬러(화이트, 로즈, 피치, 코랄, 그린, 라벤더)로 내놓으면서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Stick to the Sticks : 스틱 제품

스틱 제품은 이미 2018년 한국 시장에서 선스틱(Sun Stick)이 여름을 강타하며 그 시작을 알렸다. 그도 그럴 것이 주요 브랜드 내 신제품으로 2018년 여름을 전후하여 저렴한 가격의 선스틱 품목이 라인에 대거 추가된 것이다.

스틱 제품 출시 트렌드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미 유럽 및 주요 글로벌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브랜드를 중심으로 선스틱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반면 미국 시장의 스틱 제품은 선스틱보다는 메이크업 제품에서 더 빨랐다. 원래 컨실러(Concealer) 제품으로 소개되었던 컨실러 스틱이 지금은 파운데이션(Foundation), 하이라이터(Highlighter), 브론저(Bronzer), 아이섀도우(Eye-Shadow), 립앤치크(Lip&Cheek) 제품까지 확대 되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클렌징(Cleansing) 스틱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메이크업 시간을 아끼고 간편한 사용으로 빠른 효과나 메이크업 표현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실제로 미국 뉴욕 여성들에게 스틱형 제품 항목별 인지도를 물은 결과 스틱 컨실러 제품이 1위(66%), 선스틱은 7번째인 약 26%에 그쳐 큰 차이를 보였다. 스틱파운데이션의 경우 세 번째 인지도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제품 출시 초기 발림성 부족과 보습력 부족 등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어, 스틱형 제품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보인다. 단,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몇몇 브랜드 외에는 스틱형 파운데이션 제품 등이 출시된 바 없고 국내 소비자 특성상 스틱형 제품을 선호하지 않아 향후 선스틱 외 어떤 품목으로 확대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Nutraceuticals & Nutricosmetics: 식품산업 융합 가속화

세계 최대 원료 박람회 중 하나인 인코스메틱스 글로벌(incosmetics Global)은 지난해 4월 세계를 이끌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뉴트라슈티컬(Nutraceutical)을 지목했다. 이는 식품영양과 의약품의 통합된 개념을 지칭하며, 기존 시장에서 주목해온 천연화장품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 뉴트라슈티컬은 예를 들어 원재료의 영양학적 구성과 효능을 활용한 제품군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오메가-3처럼 원재료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성분을 강조한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영양학적 정보와 결합하여 단순 천연 제품이나 환경 보호를 위한 제품에서 더 나아가 건강과 웰빙(Well-being)을 이해하고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이너뷰티(inner beauty) 제품과의 결합으로도 나타난다. 소비자들은 최근 몇 년 간 고단백질 식단과 천연제품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화해왔는데, 이는 사람들이 음식이든 제품이든 효용성을 따져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실제 이너뷰티 시장규모는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세계 30억 달러로 추정되며, 뉴트리코스메틱(Nutricosmetic) 시장은 민텔(Mintel)의 통계 결과에 따르면 일본과 인도에서 두드러지며, 독일, 영국, 브라질, 미국, 베트남에서도 성장이 포착된다고 밝혔다. 반면 제품 트렌드는 지역별로 조심씩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전문가들은 미국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손상, 보습, 여드름 예방 등에 관심이 많으며, 독일에서는 중년층 이상을 중심으로 한 웰에이징(Well-ageing) 제품이 유망한 것으로 보았다. 일례로 최근 출시한 뷰티드롭스(Beauty Drops)는 인삼, 병풀, 블루베리 등을 포함한 액상 형태의 제품으로, 물에 첨가하여 건강기능식품으로 섭취하거나 혹은 화장품에 첨가하여 부스터 원료로서도 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화장품과 식품 간 영역이 융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트렌드 중심에는 ‘차세대 원료’가 주목받는데, 미국에서는 2017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제품이 콜라겐 단일 제품에서 콜라겐과 비타민, 콜라겐과 마차(Macha), 콜라겐 커피 등 ‘콜라겐+α’의 복합 제품 출시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스킨케어 원료 중에는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는데 주요한 성분이 되는 실리카(Silica) 함유 제품이 각광받고 있고, 아시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키워가고 있는 프로바이오틱(Probiotic)과 스타프루트(Star Fruit, 별사과 혹은 오렴자, 괭이밥 나무 열매) 등도 인기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은 스포츠 단백질 보충제 다음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능식품 성분으로, 2022년에는 70억 달러 시장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이러한 소비자들의 영양 섭취 행동 변화,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제품 선택 패턴 등이 한 데 어우러지면서 뉴트라슈티컬과 뉴트리코스메틱 시장도 함께 성장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퓨처마켓인사이트(future market insight)의 통계에 의하면 2015-2020년 세계 뉴트라슈티컬 시장은 연간 7.1%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제1시장인 미국은 2014년에 10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측했다. 이 뉴트리슈티컬 시장 내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통 화장품 기업들이 아닌 제너럴밀스(General Mills), 허벌라이프(Herbalife International), 암웨이(Amway Enterprises), 바이엘(Bayer) 등 식품회사나 (식품)원료회사, 건강기능식품 기업 등이 대부분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신규로 시장에 진출하는 식품회사나 기존 화장품 기업들 모두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K뷰티는 이제 유럽과 북미 시장의 트렌드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제 주요 글로벌 제품 트렌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세계 시장이 K뷰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지금, 아시아 시장만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우리가 하고 싶은 제품만 만드는 시기는 지났다. 세계가 원하는 제품으로 우리가 답해야 할 때다. 내년 이맘때면 또 한 번 훌쩍 성장해 있을 K뷰티가 벌써부터 기대되기 시작한다.

참고문헌 및 출처

- Euromonitor International 보고서(2018)

-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트렌드예측 보고서(2018)

- 구글(google.com) 검색

- Sephora.com 등 제품 판매 페이지

- 관련 제품 회사 홈페이지

- 제품 관련 인물 SNS(인스타그램 등)

- 2018 코스모프로프 아시아 홍콩 시장조사 자체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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