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나이트 엑스엘(igniteXL) 클레어 장(claire chang) 대표

 

‘뷰티’는 더 이상 스킨 케어, 헤어 트리트먼트, 메이크업 등에 국한된 산업이 아니며, ‘뷰티’의 정의는 테크놀로지와의 만남으로 인해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이다.

대다수 뷰티 브랜드들의 디지털화는 겉모습의 아름다움만을 가꾸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표현, 건강 그리고 여권 신장의 수단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뷰티 산업 자체를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세대간 트렌드, 매크로 문화 그리고 소셜 미디어의 융합은 잡지 표지 모델을 답습하기 보다는 개인의 정체성과 특성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뿐만 아니라 소수의 글로벌 브랜드가 독점하던 뷰티의 장이 무너지고 개인의 스토리, 정체성이 살아있는 인디 브랜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NPD에 따르면1 지난해, 미국 내 전체 뷰티 제품 판매량의 43%를 인디 브랜드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굴지 뷰티 브랜드 판매량의 4배에 달한다. 고객들은 빅 브랜드의 거대하고 일방적인 마케팅에 떠밀려 다니기 보다는 다원화 된 채널로 눈을 돌려 새로운 상품을 발견하고 있다.

기술의 진보로 뷰티 산업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등장하는데, 구독형 서비스, 개인 추천 서비스 등이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뷰티 산업에서 필연적인 것이다. 밀레니얼 또는 Z세대와 같은 미래 고객들과 연결되고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수요는, 데이터로의 접근과 첨단 네트워크를 통해 그들과 교감하며 그들이 처한 상황 바로 그 현장에서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시도는 크고 작은 뷰티 브랜드들에게 고객 소통을 통해 얻는 통찰력으로 소비를 창출하는 기회를 부여한다.

Beauty meets Technology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중심에 위치한 유명 화장품 매장을 방문하면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다양한 피부색을 반영한 수십 가지 색의 파운데이션에서부터 무지개 빛깔의 아이섀도우, 립스틱은 고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난데없이 이 아티스트의 옆자리에 의문의 기계가 들어섰다.

‘Virtual ARTIST’ by ModiFace라 불리는 이 기계는 VR, 즉 가상 현실 기술을 구현하여 고객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조와 화장 스타일을 추천함으로써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고민과 수고를 덜어 준다. 고객에게 안성맞춤의 아름다움을 신속하게 선사하는 것이다. 2016년, 로레알이 인수한 ModiFace는 MAC, LVMH, Benefit와 같은 뷰티 브랜드들 사이에 리얼리티와 ARAUGMENTED REALITY에 대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ModiFace의 가상 거울은 고객들이 구매에 더 큰 신뢰를 가질 수 있게 해 주었고, 이는 판매량 31% 성장이라는 눈부신 결과로 직결되었다. 하나의 기성제품으로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고객 맞춤형, 개별 주문형 서비스는 뷰티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AI와 머신 러닝은 이러한 수요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이자 많은 뷰티 테크 스타트업을 통해 이미 다뤄지고 있는 기술이다.

뷰티 테크란 종전의 뷰티 산업에 첨단 테크놀로지가 접목된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 Modiface의 가상 거울 외에도 뷰티 테크를 대표하는 여러 기업이 이미 성업중이다.

SkinGenie는 AI와 DNA 분석을 바탕으로 한 스킨 케어 어드바이저 앱이자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개인의 DNA 분석 결과를 통해 알러지가 있을 수 있는 성분을 피하고, 고객 피부 타입에 맞는 스킨 케어를 구체적으로 추천해 준다. SkinGeinie 어플리케이션은 고객의 피부 상태에 따라 맞춤화·카테고리화 된 제품을 0에서 10까지의 등급으로 우선 순위를 매겨 제공한다. DNA 분석 결과가 없는 고객을 위해서는, 라이프 스타일 설문조사를 실시·분석하여 제품을 추천해 주고 있다.

PROVEN은 ‘뇌에 의한 뷰티’라는 기치를 내걸고, 스스로를 스킨 케어 회사가 아닌 데이터·기술 회사로 분류하고 있다. PROVEN은 고객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AI 기술을 통해 조사 결과를 분석한다. 이들의 강점은 업계에서 가장 방대한 양의 데이터 베이스를 분석하는 것인데, 10만 가지 이상의 제품, 2만 가지 스킨 케어·뷰티 성분을 분석한 4000개 이상의 과학 학술지에서 나온 800만 개 이상의 리뷰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PROVEN은 고객들의 유전자 배경, 나이, 주거, 기후 그리고 환경적 요인, 인종, 피부 특징 등을 토대로 특허 상품을 만들어 낸다.

Function of Beauty: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맞춤형 샴푸와 컨디셔너를 개발한다. PROVEN과 유사하게, 고객이 웹사이트에 직접 입력한 헤어 타입, 헤어 구조 그리고 개선하고자하는 목표를 특정 알고리즘을 사용해 분석하여, 본인에게 맞는 완벽한 헤어케어 서비스를 받도록 해 준다.

테크놀로지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역시 탄생시켰다. Dollar Shave Club은 매달 새로운 면도날을 배달해 주는 구독형 서비스인데, 2016년 세계적 브랜드인 유니레버에 10억 달러에 인수되었다. 소셜 미디어는,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또 다른 강력한 수단이다.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뷰티 회사인 Glossier는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활용해 4년간 총 8600만 달러의 쇼핑 매출을 이끌어 내었다. 이 회사는 직원의 37%가 연구원인 것을 큰 자랑거리로 생각하고 있다.

‘K Beauty’ 전세계에서 통용

뷰티를 논할 때 한국을 빼놓을 수 없다. 필자의 거주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화장품 전문 매장에서도 K Beauty Zone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J-Beauty, C-beauty라는 말은 없지만, K Beauty라는 용어가 전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한국의 뷰티 산업의 위상과 신뢰도가 그만큼 높다는증거라고 할 수 있다.

패션·뷰티 출판사인 Grazia는 다음과 같이 K Beauty를 극찬하고 있다.

“K Beauty에 숨겨진 기술과 재료는 서양 브랜드보다도 혁신적이고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우리는 2012년 BB크림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이 웨스턴 마켓에 등장하고, 앞으로도 20년 이상 그것을 사용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그들은 화장품 기술면에서 미국보다 12-14년 이상 앞서 있다. 만약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고 싶다면, 한국에서 어떤 제품이 출시되는지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렇게 K Beauty가 현재의 위상과 신뢰도를 얻게 된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름다움'에 대한 한국인들의 높은 관심과 기준, 그리고 가치는 자연스럽게 우수한 K Beauty 제품을 이끌어내었다. 이 작은 나라에서 약 13조 6000억원의 화장품 시장이 형성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인들은 엄청난 자금과 시간을 아름다움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탄탄한 뷰티 시장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을 비롯한 광범위한 기술 인프라는 뷰티테크의 성장에 풍부한 자양분을 제공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스킨케어, 메이크업이 창의적인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부상했는데 이런 현상이 미국 내에서 K Beauty의 성장을 이끌어내는데 큰 몫을 담당했다. 2000년대 후반 이래로 소셜 미디어의 빠른 확산은 유행을 선도하는 개인들이 K Beauty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되어 주었다. 메이크업과 스킨케어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은 유튜브를 찍기 시작했고,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본인들이 가진 정보를 전 세계와 공유하기 시작했다. 제품 리뷰, 메이크업 튜토리얼은 시청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동시에 교육시켰는데, 이 표현방식이 영상으로 진화하면서 유튜버들은 셀러브리티로 탈바꿈했고, 메이크업의 힘과 시청자들의 상상력은 극대화되었다.

‘한국 고객'의 도전성과 즉각적인 반응은 K Beauty 제품의 빠른 혁신과 성장을 불러 왔다. 한국은 이미 좋은 ‘테스터 마켓'으로 전세계에 알려져 있다. 많은 헐리우드 영화가 우선 한국에서의 개봉을 선택하는데, 이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도전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그 반응 또한 즉각적인 한국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민성은 쿠션, BB 크림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탄생시켰고 수백 가지의 마스크 팩, 슬리핑 팩, 달팽이 크림과 같이 다양한 성분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데에도 큰 몫을 하였다. 이러한 제품들은 ‘높은 미의 기준'을 가진 한국 고객을 충족시키기 위해 질과 가치의 우수성은 물론 사용하는 재미 또한 느끼게 해 준다.

한국 고객의 즉각적인 반응을 참조해 빠르게 상품으로 직결시킬 수 있는 한국 뷰티 산업의 기술력과 제조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전문가 집단-제조사-유통판로-다양한 유통사로 단단하게 연결된 구조는 빠르고 효과적으로 고객을 테스트하고, 유의미한 피드백을 받고, 제품을 혁신·성장시키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K Beauty의 혁신은 단순히 상품·제품뿐만 아니라 ‘고객 경험'의 혁신으로 고차원화 되어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새로운 마스크 팩을 만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단순히 상품의 혁신만으로는 한국 고객을 충족시킬 수 없다. 이에 K Beauty는 경험의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데 K Beauty 투어, 콘셉트 스토어, 1:1 뷰티 컨설팅 체험이 그 예시이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뷰티 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한국 문화는 음악, 영화, TV, 음식 그리고 독특한 패션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고 ‘한류’라 지칭되는 한국 문화의 흐름은 한국에 전반적으로 퍼진 대중 문화와 한국인에 관련된 모든 것을 망라한다. 이는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광범위하게 전파되고 있는데, 많은 부분 유명 배우와 가수를 비롯한 셀러브리티들이 한국 대중 문화와 소비 형태를 주도하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상품과 배우들의 메이크업, 케이팝 가수들의 패션 스타일은 전 세계 한류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팬들 대부분은 좋아하는 배우나 아이돌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되기 때문에 시장의 급격한 변화 및 괄목할 만한 소비 증대와 직결된다. 배우, 가수들의 유명세는 그들과 관련된 제품의 홍보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현시대의 디지털·온라인 트렌드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지 손쉽게 K Beauty 제품을 마케팅하고 구매할 수 있게 한다. 다양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 비디오 채널 등을 통해 K Beauty를 접할 수 있고, 온라인 샵에서의 구매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이 전세계 온라인 마케팅과 소비자 반응 접목을 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K Beauty + 뷰티 테크’의 시너지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가능성을 내포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igniteXL이 igniteXL Ventures를 론칭하려는 이유들이기도 하다. igniteXL Ventures는 다음 세대의 우수한 글로벌 뷰티테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펀드로, 다양한 나라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되 뷰티와 관련된 기술을 선보이는 기업을 핵심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뷰티테크 기업들과 더욱 밀접하게 일을 하며 다음 글로벌 뷰티 리더가 한국에서 탄생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1. https://www.npd.com/wps/portal/npd/us/home/

https://digiday.com/marketing/department-stores-wantcash-indie-beauty-b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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