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미학, 뇌와 아름다움의 진화』

[더케이뷰티사이언스]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불화와 분쟁의 여신 에리스(Eris)는 바다의 여신 테티스(Thetis)와 미르미돈의 왕 펠레우스(Peleus)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하자 연회장 안에 황금사과 하나를 남겨 놓고 사라진다. 그 사과에 새겨진 글이다.

여신들의 소란과 분쟁 끝에 헤라(Hera), 아테네(Athena), 아프로디테(Aphrodite)만 남는다. 세 여신은 그 심판을 제우스에 부탁했다. 난처한 제우스는 그 판단을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Paris)에게 맡겼다. 파리스는 권력과 부를 주겠다는 헤라, 용기와 명예를 안겨주겠다는 아테네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했다. 그 유명한 ‘파리스의 심판(The judgement of Paris)’이다.

이 책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것’은 인류의 오래된 철학적 주제이면서 먼 옛날부터 사람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며 어떤 것이 아름다운가? 우리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일 우리가 그런 성향을 날 때부터 가지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이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신경미학(Neuroaesthetics)’을 중심으로 찾아본다. 신경미학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등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평가할 때 신경생리학적인 요소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시도다. 인간의 미적 행동에 관여하는 신경학적 과정, 즉 예술 및 미적 경험 모두의 기반이 되는 과정을 찾아내고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문 분야다. 주로 뇌가 어떻게 예술 및 미적 행동을 계산하는가에 대한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뇌의 미적 지각에 대한 신경과학의 새로운 발견을 들여다본다. 함축적이지만 깊이있는 다양한 글도 인용된다. 빼어난 몸매와 미적 장식을 자랑하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동물과 인간을 비교하면서 우리 자신의 성적 미학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가령, 인지신경과학의 창시자이자 세계적인 뇌과학자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S. Gazzaniga) 교수가 분석한 아름다움에 대한 반응은 성별, 나이, 인종, 지역, 문화의 차이와 무관하며 인류의 감각, 인식, 인지 능력의 발달과 함께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해 온 결과’라는 내용을 소개한다.

이목구비의 배열에 변화를 주는 화장품에 대한 최훈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책도 인용하고 있다. “화장할 때 입술을 원래보다 더 크게 그리면 눈, 코, 입 간의 배열 정보가 미세하게 달라진다. 눈 화장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앞트임을 하거나 뒤트임을 한 것처럼 아이라인을 길쭉하게 그리면 눈 사이가 좁아 보이면서 배열 정보가 미세하기 바뀌기 때문에 새로운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이 책은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한다. “건강한 신체와 아름다운 몸매는 자연 선택과 성 선택에서 언제나 결정적인 혜택을 받아왔으며 지금도 그렇다. 문제는 그것이 너무 지나치게 과장·왜곡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문제가 심각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 과장·왜곡된 자극에 이끌리고 지나칠 정도로 좋아한다는 점이다.”(113쪽)

그리고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것은 본인이라고 한다. “당신이 누군가를 아름답게 느끼면 그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그 사람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바로 당신이다.”(3쪽)

어쩌면 젠더(Gender, 사회적·문화적 의미의 성)와 같은 문제를 살짝 피해간 답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줄곧 ‘아름다움은 뇌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즉,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은 뇌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출발은 ‘인간 미학(Human Aesthetics)’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인간 미학의 기본이 되는 요소는 ‘뇌는 하늘보다 넓다’는 것과 ‘시각의 발달’이다. 인간은 지금도, 앞으로도 그곳을 탐험하지 싶다.

저자는 동의대학교 철학상담심리학과 명예교수다. 지난 30여 년 동안 생물학적 인간, 생태학적 인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박만준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144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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