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노트』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최근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식물을 기르고 있고, 식물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 신혜우가 연약한 줄기의 애기장대, 물 위에서 사는 개구리밥부터 곰팡이와 공생하는 난초, 5000년 이상 살고 있다고 추청되는 므두셀라 나무까지, 식물이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고 담대하게 살아가는지를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전한다.

그는 인정받는 신진 식물학자이자, 영국왕립원예협회의 보태니컬 아트 국제전시회에 2013년, 2014년, 2018년 참여해 모두 금메달을 받았고, 최고 전시상 트로피와 심사위원 스페셜 트로피를 수상했다. 영국왕립원예협회 역사상 모든 참여 전시에서 세 번의 금메달과 트로피를 연속 수상한 유일한 작가이다.

이 책은 △빛나는 시작 △들녘에 홀로 서서 △억센 몽상가들 △함께 모여 하늘을 향해 △숲의 마음과 참고문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은행나무 이야기는 가슴이 저릿해온다. “서양인 눈에는 은행나무가 빚어내는 풍경이 아시아를 상징하는 특별한 모습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서양에서는 은행나무를 가끔 식물원에서만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하지 않아 귀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 사실 은행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 이름을 올린 멸종위기 종입니다. … 진화계통학적으로 가까운 종이라 할 수 있는 자매 종이 하나도 없는 외로운 식물입니다. … 매개동물의 멸종과 기후변화로 인해 단 한 종만 살아남아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 현재 야생 은행나무는 중국 저장성 등 일부 지역에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개체 수가 200그루가 채 되지 않습니다.”(238~239쪽) 우리가 화분에 분재로 가꾸는 소철도 은행나무와 비슷한 운명에 처했다. 현재 소철속 110여 종이 살아남아 있고, 이들도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 올라있다.

저자는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식물이 가지는 강한 생존력과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분명 식물은 오랜 시간 동안 진화하며 삶의 지혜를 터득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여전히 많은 식물들을 외롭고 위태롭게 만들고 있지요. 이 책을 읽으며 지구에 함께 살고 있는 식물을 위해, 점점 더 외로워지는 식물을 위해, 식물에게 배운 만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많은 식물들이 사라지기 전에 우리가 모두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273~274쪽)

이 책은 세리시이오(www.sericeo.com)에서 2년 8개월간 매달 한 편씩 ‘식물학자의 노트’라는 제목으로 방영한 내용이다. 

[신혜우 글·그림/김영사/280쪽/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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