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19’ ⑤ 화장품 업계,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기간 동안 온라인몰 매출은 식료품과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급증했으나 화장품 업계가 주목할만한 변화도 나타났다.

GS리테일의 헬스앤뷰티숍 랄라블라 온라인몰에서는 2월 1일부터 26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5% 늘었다. 립틴트(91%)와 파우더(89%), 메이크업 픽서(74%)와 같이 테스트해보고 구매하는 게 보통인 메이크업 제품들도 온라인몰 매출이 크게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인 SSG닷컴에서도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지난 1월 27일부터 3월 4일까지의 화장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 특히 바디케어 품목 매출이 99% 성장률을 기록했고 스킨케어 품목의 판매액은 80% 가까이 늘었다. 사실 화장품 유통 시장에 온라인이 중추로 부상한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온라인 유통 태동기에는 화장품이 온라인과 맞지 않는 품목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유통산업 전반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 동향’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온라인 화장품 거래액은 12조3819억 원에 이른다. 이 통계가 시작된 2001년 거래액이 801억 원에 비해 무려 15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 체 온라인 거래액 규모는 3조 3471억 원에서 135조 2620억 원으로 40배 가량 늘었다. 온라인몰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던 화장품이 되려 온라인 유통의 성장을 주도한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전례 없는 위기에 맞닿은 화장품 업계 또한 온라인 유통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최근 화장품몰 마이눙크닷컴을 오픈했다. 마이눙크닷컴은 미샤, 어퓨와 같은 에이블 씨엔씨의 자체 브랜드는 물론 라포티셀, 뷰티블렌 더 등 국내외 190여 개 브랜드를 함께 판매해는 종 합 화장품 온라인몰이다. 기존에 운영하던 뷰티넷과 미샤, 어퓨 온라인몰도 마이눙크닷컴으로 통합 됐다.

O2O(온·오프라인 연동) 서비스도 도입했다. 심부름·배달 서비스앱인 김집사를 통해 화장품을 구매하면 당일 곧바로 주문 제품을 보내주는 서비스 를 지난 4월부터 시작한 것이다.

헬스앤뷰티숍 CJ올리브영은 화장품 O2O 서비스 부문에 있어 선구자적 위치에 있다. 이미 2018년 12월부터 3시간 내 즉시 배송 시스템인 ‘오늘드림’을 가동해왔고 지난해 12월부터는 서비스 지역을 기존 서울시에서 전국 6대 광역시와 세종시, 제주 일부 지역까지 확대했다. 또 4월부터는 고객이 직접 상품 배송 시간을 정하는 ‘쓰리포(3!4!) 배송’과 ‘미드나잇 배송’ 옵션을 도입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새로운 화장품도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해 매일 마스크를 착용하다 보니 뜻밖의 문제가 생긴 것이다. 우선 피부 트러블이 흔해졌다. 이로 인해 트러블 전문 화장품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CJ올리브영이 지난 2월 1일부터 3월 4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트러블 케어 화장품의 판매액이 전 년 같은 기간에 비해 42%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품별로 보면 트러블 발생 부위에 붙이는 패치류 매출 이 32%, 트러블 특화 성분인 티트리가 들어간 기초 화장품 매출이 78% 늘었다. 티트리 성분이 함유된 마스크팩도 30%, 약산성 클렌징 제품은 110% 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한국콜마는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는 메이크업 제품 4종을 신규 개발했다. ⓒ한국콜마
한국콜마는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는 메이크업 제품 4종을 신규 개발했다. ⓒ한국콜마

한동안 마스크를 벗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는 여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에 서 트러블 관리 화장품에 대한 관심과 구매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마스크 탓에 메이크업 제품 선택에 있어 지속력과 고정력이 한층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다. 이에 착안해 한국콜마는 묻어나지 않는 기능에 초점을 맞춘 메이크업 제품들을 개발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위생 관념이 높아지면서 클렌징 및 세정용 제품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 이왕이면 바이러스와 세균을 방지하는 기능을 지녔거나 치료의 개념을 더한 화장품 개발에 대한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손세정제의 경우 반복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피부가 쉬 건조해지고 거칠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보습을 비롯해 스킨케어 기능을 겸비한 제품 개발의 니즈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위생 관념과 함께 안전의식도 강화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 해도 당분간 오프라인 매장 출입 을 꺼릴 것이며 간다 한들 테스트 샘플 사용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른 누군가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피부 상태를 점검하고 메이크업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어플이나 기기 그리고 이와 연동한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임을 시사한다. 관련해 화장품 산업과 AI, AR 등 IT 기술의 결합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숙주는 박쥐로 알려져 있다. 야생의 박쥐 혹은 중간 매개체를 포획해 가둬두고 식용으로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전염병이 출현했다. 전염병 때문에 인간의 산업 활동이 멈추자 대기가 깨끗해지고 물이 맑아졌다. 코로나19 사태는 지구와 자연,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 이미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메가 트렌드로 떠오른 ‘클린 뷰티’에 대한 관심과 지향이 불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항공기를 중단하고 국경을 폐쇄 해도 막을 수 없었던 전염병은 세계화에 대한 근원적인 의구심을 갖게 했으며 로컬주의가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믿을 수 있는 지역의 천연 화장품 소재가 각광 받고 화장품 성분 이슈는 더욱 빈번하게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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