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19’ ① 화장품산업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지난 4월 초 서울시 중구 명동. 평소 쇼핑고객들로 붐비던 거리가 한적하다. 대부분의 화장품 매장이 영업에 손을 놓았고 일부는 휴점중이었다.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지난 4월 초 서울시 중구 명동. 평소 쇼핑고객들로 붐비던 거리가 한적하다. 대부분의 화장품 매장이 영업에 손을 놓았고 일부는 휴점중이었다. ⓒ더케이뷰티사이언스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3월 11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COVID-19)’와 관련해 ‘팬데믹(Pandemic)’을 선포했다.

WHO의 팬데믹 선포는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이번이 사상 세 번째다. 2002년 사스(SARS)와 2015년 메르스(MERS) 유행 때는 팬데믹 선언이 없었다. 실제로 사스나 메르스는 발병국 수가 25개국 남짓이었고 사망자 수도 상대적으로 적은 700~800명 선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사스, 메르스는 물론 같은 팬데믹 상황을 불러온 신종플루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4000명 가량이었지만 ‘코로나19’는 언제 종식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벌써(4월 15일 현재) 12만 명을 훌쩍 넘어섰을 정도다. 강력한 전염병의 출현은 인류 문명의 대전환을 일으키곤 한다. 14세기 중세 유럽을 휩쓴 ‘페스트’, 16세기 잉카와 아즈텍문명을 무너뜨린 ‘천연두’, 1차 세계대전 당시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스페인독감’이 그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2일 부활절을 기념한 SNS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의료와 방역, 경제와 산업, 외교와 문화를 비롯한 전 분야에서 확연히 다른 세상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뉴노멀(New-Normal)’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국내 화장품산업을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19’를 가늠해봤다. <편집자주>

신종플루 땐 ‘선방’ 메르스 땐 ‘출렁’

과거에도 전염병은 유행했었다. 당시 화장품산업은 어땠을까? 2009년 발병한 신종인플루엔자H1N1는 치사율이 0.1% 수준에 그쳤지만 무려 1년 반에 거쳐 214개국에서 2558만명 가량을 감염시켰다. 펜데믹이 선포됐던 2009년 당시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대비 13.9% 감소했고 민간소비 증가율이 0%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적 충격이 컸다. 그러나 통계상으로 화장품 시장의 외형이 축소되는 일은 없었다. 다만 현재와 같은 외출 기피 현상으로 인해 오프라인 화장품 매장들이 매출 감소를 겪기도 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2012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해 국내에서는 2015년 5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했다. 메르스는 발병국이 27개국, 감염자 수는 2500명 수준으로 전염 강도가 낮았지만 치사율이 34%나 돼 온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특히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방한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여행, 호텔, 면세산업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이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2015년 당시 국내 화장품산업은 면세점 매출 및 수출 증가에 힘입어 20% 수준의 성장률을 이어가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메르스 환자 발생 이후 급격히 성장세가 둔화됐고 7~8월 역신장 행보를 이어가다 9월부터 반등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1분기 수출 ‘잘 버텼다, 통계상으론’

2013년까지만 해도 화장품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무역역조 품목으로 늘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한류 바람을 타고 ‘K-뷰티’가 집중 조명을 받으며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산 화장품이 전 세계 곳곳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것이다. 어느새 한국은 프랑스, 미국, 독일에 이은 세계 4위의 화장품 수출 대국으로 거듭났다. 내수 시장이 이미 성숙기를 이르렀다는 점에서 수출 시장은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성장과 생존이 걸린 무대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40% 내외의 비중 을 차지하는 수출 텃밭으로 국내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중국에서 전염병 환자가 대거 발생해 대도시인 우한이 통째 봉쇄되고 나라의 물류가 멈추면서 국내 화장품 업 계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였다.

그런데 의외의 통계가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관세청 통관자료 및 한국무역협회 통계치를 잠정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월 화장품 수출액은 4억63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0.7% 성장, 2 월 수출액은 5억2600만 달러로 성장률이 13.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3월에는 사상 최고 의 실적인 7억73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성장률이 30.7%까지 치솟았다. 예상 및 현장 체감을 빗나가 는 1분기의 선전 소식에 이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올해 화장품 수출이 전망이 밝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진흥원은 지난달 10일 공개한 보건산업브리프 299호를 통해 2020년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 이 73억2800만 달러 규모에 이르러 지난해의 65억 4800만 달러보다 11.9%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화장품 업계가 코 로나19 사태에 따른 새로운 소비 트렌드와 유통 판도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며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선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라는 갑작스런 재난에 세계 각국이 품절 사태로 몸살을 앓았으나 우리는 유통구조 선진화가 이뤄진 덕에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국내 화장 품업계가 ‘D2C소비자직접판매, Direct to Consumer’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빠르고 간편하게 화장품을 배송해주는 ‘온오프라인 연계O2O서비스’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내수는 물론 수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비중 커진 면세점, 실적에 큰 부담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주요사의 1분기 실적은 당초 예상보다 부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세계적으로 여행 및 인적교류가 단절되다시피 하면서 면세 유통에 큰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화장품 업계 의 면세점 유통 매출 비중은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 당시 5% 미만이었고 메르스가 번졌던 2015년엔 16% 정도에 그쳤지만 2019년엔 35% 수준까지 상승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과 역시 지난해 면세점 매출 비중이 25%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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