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배 배원규 대표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올해 국내 화장품 업계를 들썩이게 만든 연구결과가 있었다. 뒷어금니 독사구조를 모사해 고분자약물을 진피까지 5초 내 전달시키는 스탬핑 패치(Stamping patch)를 개발한 것. 이 연구 내용은 본지 11월호에 소개된 바 있으며 연구를 주도한 숭실대학교 배원규 교수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인터뷰 당시 연구 성과와 더불어 또 다른 눈길을 사로잡았던 점은 배 교수가 창업한 ‘닥터배 올가노 테라피(Dr.BAE Organo Therapy)’ 이야기였다. 플라스틱 용기의 환경호르몬으로 인해 나타나는 성조숙증, 다낭성증후군 등의 질환에 초점을 맞춘 그는 국내 최초로 ‘body friendly’ 브랜드를 만들고 샴푸 및 바디 워시 제품을 개발했다. 올가노 테라피는 케모 테라피(Chemo Therapy, 항암치료)의 반대말로 건강을 위해 추가 화학약품이 아닌 안전한 재료를 활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연유래성분과 더불어 용기를 함께 연구하는 교수이자 닥터배의 대표로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던 그는 우리가 함께 알아야할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편집자주>

닥터배 배원규 대표
닥터배 배원규 대표(숭실대 교수)

Q. 어떤 계기로 창업에 관심을 가지셨나요?
A. 저는 융합학문인 의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의대와 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지요. 미국 스탠포드 의대에서 암 연구를 함께 진행할 당시 다양한 암 유발원인 중 피부로 흡수되는 유해화학성분 또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의료진과 환자들도 이 부분에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교육이 진행되는 점이 꽤 흥미로웠지요. 한국에 돌아와 암 연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학회에서 발표할 때마다, 실제 제품을 출시해서 사람들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보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Q. 그래서 지금의 닥터배를 만드신 것이군요. 창업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됐나요?
A. 교육부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진행하는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 사업을 통해 출발하게 되었습니다(정부 과제 고유번호: 1711078043). 이 사업은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대학 연구실에서만 끝내지 않고 실제 제품으로 우리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제는 총 3년인데 닥터배의 경우 2020년 2월 2년차가 종료되며 마지막 3년차에 들어서게 됩니다. 그 이후 계획은 아직 확언할 수는 없지만 대학연구실에서 계속 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업체에서 투자 및 인수의향을 보이고 있어 과제가 끝날 때쯤 이후 행보는 고려중에 있습니다.

(실험실 창업(LAB Start-Up)이란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대학이 논문 혹은 특허로 보유한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술집약형 창업’을 말한다. 일반 창업기업에 비해 평균 고용규모가 3배가량 높으며, 5년 생존율(80%) 또한 일반 기업(27%)에 비해 우수하다. 출처=정책브리핑)

 

Q. ‘닥터배’ 브랜드가 가지는 의의는.
A. 우선 제가 지금껏 연구해온 내용의 중심 키워드는 ‘피부’로 크게 두 가지 프로젝트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앞서 인터뷰했던 뒷어금니 독사구조 연구 결과는 피부에 유효성분과 같은 고분자 물질이 흡수되어야 하는데, 흡수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한 ‘약물전달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피부에 흡수되지 않아야하는 환경호르몬 등 저분자물질이 흡수가 되어 다양한 질환을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바로 닥터배를 통해 수행하고 있는 ‘피부로 흡수되는 체내 유해화학성분으로 인한 질병 예방을 위한 제품 연구’인 것이지요.

 

Q. 제품 콘셉트가 참신한 것 같아요. 어떻게 환경호르몬과 성조숙증, 다낭성 난소증후군 등에 대해 관심을 가졌나요.
A.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질환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에서 암 연구를 할 때 처음 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이미 성조숙증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어 많은 연구 및 자료가 보고되어 왔지만 국내에서는 최근에 와서야 이슈화가 되었습니다. 몇 가지 국제 연구결과로 2018년 12월 소개된 UC버클리 대학 연구에 의하면 유해화학성분이 아이들의 성장에 관여한다는 것입니다. 디에틸 프탈레이트(diethyl phtalate)와 트리클로산(triclosan)의 수치가 더 높은 산모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들이 조기 사춘기를 겪는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지요. 다낭성 난소증후군에 관해서는 환경호르몬이 여성의 임신율, 태아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구강(입)’을 통해 유입되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경각심은 이미 많은 캠페인 및 교육을 통해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피부 및 호흡기로 흡수되는 경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요. 우리가 매일 쓰는 샴푸, 워시, 로션, 화장품과 용기에 프탈레이트(phtalate)와 같은 환경호르몬이 포함되어있는데 말이지요. 이런 부분과 더불어 저 또한 향후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면 제 아이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결코 가볍게 넘겨지는 문제가 아니라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는 판단에 관심을 더욱 갖게 되었습니다.

(프탈레이트 : 플라스틱을 말랑하게 만들기 위한 첨가물이다. 향기의 지속성을 위해 샴푸, 바디워시, 섬유유연제, 향수 등의 용매로 쓰이기도 한다. 2018년 ELSEVER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학 저널에 의하면 산모 프탈레이트 노출이 자녀 알레르기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아이들이 프탈레이트에 접촉시 간, 신장, 고환 등에 영향을 받으며 여성의 경우 생식기 변형, 유산, 기형아 출산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인체 장기에도 독성 영향을 주고 면역체계 및 뇌신경계의 장애를 일으킨다. 최근 아토피 및 천식에 대한 유해 가능성 또한 발표된 바 있다. 출처: 닥터배)

 

Q. 이러한 이슈가 외국에서는 실제로 얼마만큼 주목받고 있나요?
A. 실제로 Polymer science, Functional materials and Chemical engineering 분야 학회를 참석하면 샴푸 및 샤워 젤을 연구하는 교수님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또 선진국을 중심으로 브랜드사가 함께 대학 교수연구팀과 협업해 실제 제품까지 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회에서 발표되는 동향을 봤을 때, 이러한 제품의 출시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이 플라스틱 용기에 오래 보관돼있거나 열이 가해진 상태로 보관되면 위해도가 커지는 것인가요?
A. 현재 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피부’를 통해 들어가는 환경호르몬입니다. 보다 쉽게 설명하면 ‘음식’과 같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먹는 음식이 가공식품과 같이 플라스틱 용기에 오래 담겨있으면 유해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샴푸·워시를 포함한 화장품을 플라스틱 용기에 오랜 시간 보관된다면 그 위험도 또한 올라가는 것이지요. 특히 화장품은 보통 개봉 전 2~3년의 유통기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관하는 자체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험성은 점점 더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도록 어떤 연구방향으로 개발하셨나요.
A. 우선 화장품 용기는 음식과 같이 유리 혹은 스테인리스 용기에 담겨있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그렇지만 워시·샴푸와 같은 욕실용품은 유리용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연구팀은 가장 안전한 용기를 사용하고자 찾은 것입니다. 환경호르몬 비스페놀 에이(bisphenol A)와 프탈레이트가 첨가되지 않은 용기를 사용해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화장품의 성분도 중요하지만 이 내용물과 용기의 화학반응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 부분을 중점으로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또 제품을 사용하는 여성의 혈액 속 유해화학성분을 분석해 실제로 혈중 농도가 낮아지는지에 대한 내용 추적도 함께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비스페놀 에이 : 대부분의 플라스틱 제조 원료로, 체내 흡수 시 정상적인 호르몬 작용을 인체 영향을 주는 ‘내분비계 장애추정물질’로 규정된다. 여성에게는 유방암, 극심한 생리통, 자궁내막근종을 남성에게는 정자 감소 등을 유발한다. 그밖에도 성조숙증, 비만, 과잉행동장애(ADHD), 기형아 출산확률 상승 등 질병을 야기 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 닥터배)

 

body-friendly 브랜드 닥터배 올가노 테라피 샴푸 & 바디워시

Q. 제품을 보고 눈에 띄는 점이 있었어요. 국내 최초의 ‘body friendly’ 브랜드인데 ‘eco friendly’와는 어떤차이가 있을까요.
A. 사실 이야기를 통해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eco friendly’ 제품에 대한 인식입니다. ‘eco friendly’ 제품은 분리수거가 가능하거나 이러한 소재를 이용한, 환경과 관련된 브랜드 표기인데요. 일반적으로는 환경에 좋은 제품은 우리 몸에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오해인데요. 대표적으로 미국 영화배우인 제시카 알바가 ‘eco friendly’ 제품이 ‘body friendly’ 제품이라는 생각으로 직접 ‘The Honest Company’ 회사를 설립한 일화가 유명합니다. 즉 실제로는 환경에 좋은 제품이 인체에는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환경도 중요하지만 우리 인체는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정말 중요한 내용을 연구하고 있네요. 이러한 내용을 알리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A. NHN과 함께 칼럼 및 이벤트를 진행해 자녀를 둔 국내 수십만 명 어머니들에게 캠페인을 알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또 현재는 다양한 강연을 비롯한 여러 활동을 통해 알리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Body burden’, ‘Cosmetics diet’ 등의 캠페인으로 점차 알려지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또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우선 ‘용기’ 연구는 저희 연구의 일부분에 속하는데요. 많은 사람에게 ‘닥터배’가 연구하는 제품은 피부로 흡수되는 유해화학성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식을 드리는데 더욱 노력을 가하려합니다. 처음 선보인 제품은 샴푸·바디 워시지만 현재 세제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옷감에 남아있는 화학성분 또한 피부에 환경호르몬이 노출되는 위험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천연 생리대회사와 협업을 준비 중에 있으며, 관련 캠페인을 통해 우리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경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환경호르몬에 덜 노출되는 생활습관은?
1)구강 경로
・냉장고 음식 보관용 용기 및 플라스틱 물병 용기를 유리 혹은 스테인리스로 교체하기.
・플라스틱 빨대 깨물지 않기.
・치약제품 첨가물 확인하기.
2)피부 경로
・유기농 혹은 천연재료가 안전한 용기에 담긴 샴푸·워시 제품 사용하기.
・빨래는 세제 빨래 후 깨끗이 헹군 후 섬유의 잔여물을 완전히 제거하기.
・섬유유연제의 유해화학물질 첨가여부 확인하기.
3)호흡기 경로
・향수 등을 통한 인공합성 향료 호흡 피하기.

출처=배원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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