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훈 대한화장품협회 수출위원장 ‘중소기업 CEO 조찬’ 강연

이세훈 대한화장품협회 수출위원회 위원장이 K뷰티의 현재와 미래를 발표하고 있다.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안타깝고, 뼈아픈 얘기였다.

지난 20일 아침 대한화장품협회가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레스강남호텔에서 개최한 ‘제26차 중소기업 CEO 조찬 간담회’에서 이세훈 전 에이블씨엔씨(미샤) 대표는 K뷰티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는 P&G에서 아시아 헤어·뷰티케어 사업기획 담당과 글로벌 유통조직 프로젝트 리더를 거쳐, LG생활건강 해외사업 담당 상무를 지낸 해외사업 전문가다. 그는 지난달부터 대한화장품협회 수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날 이세훈 위원장은 'K뷰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나…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제외한 ‘기타’ 화장품 기업은 글로벌 기업에게 인수되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국내 화장품산업이 2013년부터 성장했지만, 꼭지점에 오른 뒤 거품이 꺼지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비비크림, 쿠션파운데이션과 같은 혁신 제품이 연속으로 나오지 않는데다 유통 시스템의 부재, 가격 정책 붕괴 등으로 K뷰티가 많이 무너지면서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국내 기업들은 따이공(代工, 보따리상)을 조력자로 착각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윤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사업 파트너가 아니다. 한국은 현지 유통사를 아군으로 만들고, 소비자를 잡기위해 경쟁 브랜드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화에 대한 관점도 바꿀 것을 주문했다. “사업 측면에서 글로벌, 세계화, 해외 사업은 없다. 나라별 시장이 존재한다. 국가별 사업 여건이 다른데 모두 맞추려고 하면 성공 확률이 떨어진다. 개별 시장과 개별 국가를 겨냥해야 한다. 시장을 너무 크게 본다. 특정 국가에서만 잘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가령, 이란은 중동 시장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란 시장'으로 바라보고 뛰어들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세훈 대한화장품협회 수출위원회 위원장은 '기타' 화장품 기업이 글로벌 기업에 인수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이 위원장은 “글로벌 기업은 항상 성공하는 것 같지만 많은 나라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실패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조정해 대부분의 매출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한국기업이 해외사업에서 모래성이 안되려면, 수출 중심의 사고를 바꿔야 한다. 현지 사업 중심으로 생각하고, 현지 소비자들을 알아야 한다. 한국 시장 환경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서 더운 지방이나 추운 지방에서 그 제품을 그대로 팔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지 유통망 확보도 제안했다. 그는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고 할 때 한국 기업을 위해 판을 깔아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화장품 사업을 잘 모르는 현지 파트너와 일을 하면 본게임에 오르지 못할 수 있다. 해외 기업을 인수해서라도 유통망을 장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R&D도 중요했다. 그는 “R&D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굉장히 중요하다. 식당을 운영하려면 음식 맛과 요리사가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 화장품산업은 스킨케어 분야는 많이 성장했지만, 헤어·네일과 같은 패션이 가미된 분야는 아직도 미흡하다. 제조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유통 전문가를 키우고, 브랜드 육성을 진행해야 한다. 해외 기업 인수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의 지원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 위원장은 “화장품산업을 시장 경쟁에 맡기자는 논리는 세계 시장의 구도를 모르는 것이다. 중국이 따라오고 있고, 글로벌 기업은 저가 시장과 중저가 시장에서 반격에 나서면서 지역의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제품을 만들어 주기만 하다가 주문자들이 다른 나라로 이동해 버리면 대한민국에는 무엇이 남을지 생각해야 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잘해 나가겠지만 ‘기타’ 화장품 기업이 걱정이다. 이들이 글로벌 기업에 인수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시간이 없다”고 이 날 강연을 마무리했다.

2014년 로레알은 NYX(토니 고)를, 2017년 유니레버는 AHC(카버코리아)를, 2018년 로레알은 3CE를, 2019년 에스티로더는 닥터자르트를 각각 인수했다.

지금,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을 삼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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