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중독된 ‘포노 사피엔스(Phono-sapiens)’
스마트폰에 중독된 ‘포노 사피엔스(Phono-sapiens)’
  • 한국콜마 박창희 선임연구원 ( office@thekbs.co.kr)
  • 승인 2020.01.08 20:33
  • 매거진 :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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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원제•Irresistible : The Rise of Addictive Technology and the Business of Keeping Us Hooked (2017) 애덤 알터(Adam Alter) 지음 / 홍지수 옮김 / 부키 / 420쪽 / 2만2000원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원제•Irresistible : The Rise of Addictive Technology and the Business of Keeping Us Hooked (2017) 애덤 알터(Adam Alter) 지음 / 홍지수 옮김 / 부키 / 420쪽 / 2만2000원

“미성년자들에겐 해당 사이트에 참여하도록 잡아끄는(Nudge) 기능들을 금지해야만 한다.”

최근 영국 정보보호위원회가 제출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좋아요(Like)’ 기능에 대한 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이 보고서에서 ‘좋아요’ 기능은 SNS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역할을 하며, 그들의 생활을 방해한다고 설명한다. 2009년 2월 페이스북은 지구에서 처음으로 ‘좋아요’ 기능을 도입해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10년 동안 소비자 성향을 파악하는 등 알고리즘에서 주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기능은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도박장’을 만든 씨앗이었다. 실제로 도박중독에 걸린 사람의 뇌와 SNS 중독에 걸린 사람의 뇌 도파민(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 분비 반응이 같다는 결과가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매달 꼬박꼬박 비용을 지불하며 휴대용 도박장을 들고 다녔을까.

인류는 변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편리함을 제공하는 수단의 기능을 넘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 발전에 따라 새롭게 나타난 세대를 빗대어 ‘포노 사피엔스(Phono-sapiens)’라 지칭한다. 휴대폰을 지칭하는 Phono와 생각, 지성을 뜻하는 Sapiens의 합성어이며,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기 힘들어하는 세대를 뜻한다. 처음 이 단어를 소개한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스마트폰을 그 어떠한 혁명 보다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소비자들에게 팔린 기계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한다. 산업혁명 200년, 컴퓨터 디지털 혁명 30년에 비한다면 스마트폰 혁명은 10년도 안 걸렸기 때문이다. 무려 산업혁명보다 20배나 빨라진 속도를 보여줬다. 스마트폰은 현 인류의 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생활 전반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형태까지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테크놀로지 전문가들은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디지털 시대의 환경과, 여건, 체험이 중독에 훨씬 취약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마트폰 발전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편리함을 제공했지만, 새로운 중독 현상을 발생시켜 우리 생활 전반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 우울감을 호소하고 심지어 공포까지 느끼는 노모포비아(Nomophobia) 현상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렵과 채집을 통해 적응 및 진화해온 인간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위해 끊임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 본다. 이렇게 스마트폰은 끝이 없고(Endless) 끊을 수 없으며 쉽게 구할 수 있는 ‘디지털 마약(Digital drug)’이 되었다. 소비자들이 보여 준 중독현상은 오늘날 테크놀로지 산업 발전 방향을 ‘중독 유발’ 쪽으로 기울게 했다. 저자 애덤 알터(Adam Alter)는 테크놀로지 발달이 낳은 강렬하고 매혹적이지만 치명적인 체험에 대한 강박적 사로잡힘을 ‘행위 중독(behavior addiction)’이라고 지칭했다.

이 책에서는 이런 행위 중독을 유발하는 이유를 ‘목표, 피드백, 향상, 난이도, 미결, 관계’라는 6가지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

1) 목표 중독

목표는 이제 자신이 세우는 자발적 행동이 아닌, 쌓아온 데이터를 통해서 제시되는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수치다. 핸드폰이 없었으면 몰랐을 새로운 목표들을 접하게 되고, 목표 도달 수치를 스마트워치, 각종 앱(App) 등을 통해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끊임없이 부족하다고 재촉하는 각종 알람이 중독을 유발한다.

2) 피드백 중독

내가 올린 피드(게시물)에 사람들이 누르는 ‘좋아요’의 개수에 집착한다.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거짓 보정도 불사한다. 이렇게 뿌리치기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긍정적인 피드백에서 ‘좋아요’를 갈구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3) 향상 중독

사람의 보상에 대한 행동에 대해서는 충분히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매번 행위를 할 때가 아닌 간헐적으로 보상이 지급되면 그 행위를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것이다.

4) 난이도 중독

교육에서 아이들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현재 능력보다 약간 어려울 때 최대치로 발생하며, 가장 강하게 동기 유발을 한다. 즉,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게 서서히 더 어렵게 만들어 지속하게 만든다.

5) 미결 중독

사람은 예측 가능한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것에 더 강한 쾌락을 느낀다. 넷플릭스(Netflix)는 이 점에 집중했다. 찜찜한 마무리를 못 견뎌 하는 심리를 파악해 매화 클리프 행어(아슬아슬한 순간)를 만들어 소비자의 손이 다음 화(Next episode)로 가게 만든다.

6) 관계 중독

다른 사람들과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행위는 생각이 같은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에 소속된다는 증표다. 뛰어난 기능보다는 사람 사이의 사회적 동질감을 느끼게 만들 중독거리를 제공한다.

“우리는 테크놀로지를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어떤 기술 발전은 행위 중독을 부추기지만 어떤 기술 발전은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기적 같은 일을 해낸다. 신중하게 고안해 만들면 중독성을 띠지 않을 수 있다. 반드시 필요하면 중독성 없는 제품이나 체험을 만드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기술발전으로 나타난 새로운 중독 형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한 고찰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통화, 문자만 가능한 폰으로 바꾸거나, 스마트폰을 없애버리거나, 하루 몇 분 떨어져 있는 행동 등 단순한 방법은 누구나 제시할 수 있다. 이처럼 극단적인 해결책이 아닌 스마트폰을 활용하되 지속 가능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즉, 중독에 쉽게 적응하는 뇌를 활용하는 것이다. 중독을 바로 다음 행동의 원동력으로 삼으면 된다. 당신은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는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중독을 컨트롤 할 수 있는 현명한 포노 사피엔스(Phono-sapiens)가 될 것인가.


박창희

한국콜마 기초화장품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콜마에 입사후 사내 독서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100여권의 책을 읽으면서 사내 다독왕을 거머쥐었다. 이종서 콘텐츠 기획 에이전시 휴먼에너지 대표와 함께 2018년 1월 ‘책 읽기가 필요하지 않은 지금은 없다’(나비의활주로)를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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