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순식 팀장
(THE BODY SHOP, Property팀)

[더케이뷰티사이언스]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성장해온 화장품 브랜드숍의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 8110억 원까지 성장하고, 2017년에는 3조원 시장 돌파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프라인 화장품 매장보다는 온라인의 다양한 화장품에 대한 구매율이 늘고, 올리브영과 같은 H&B 스토어의 성장으로 인해 브랜드숍은 매출 타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2016년 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의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되면서 브랜드숍 매출액은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7년 브랜드숍 시장 규모는 2조 2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8%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1조 7000억 원까지 하락(전년대비 16% 감소) 하면서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을 캐치프레이즈로 성장했던 브랜드숍은 새로운 유통 채널인 온라인과 H&B 스토어를 만나면서 매출액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서로가 앞다투어 50% 세일 경쟁에 뛰어 들기 시작했다. 매월 멤버십 데이 세일 기간이 끝난 후에는 1+1, 일부 품목 한정 세일 등을 실시하여 결국 연중 세일이 없는 날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버렸고 뻔한 제품에 식상한 마케팅 방식은 늘 새로움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없게 되었다.

브랜드숍 매장 수 변화
브랜드숍 매장 수 변화
지난해 4521개였던 브랜드숍은 최근 3901개로 대폭 축소되었다. 이는 지금도 하루에 2.3개씩 매장이 없어지고 있다는 결론 으로서 모든 브랜드숍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4521개였던 브랜드숍은 최근 3901개로 대폭 축소되었다. 이는 지금도 하루에 2.3개씩 매장이 없어지고 있다는 결론으로서 모든 브랜드숍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강남역과 명동, 홍대, 신촌 등 서울의 대표 상권을 주름잡았던 브랜드숍은 점차 H&B 스토어와 신발 편집숍에 그 자리를 내어 주고 있으며, 이러한 시장 이탈 현상은 지방의 소도시까지 확산되어 브랜드숍 매장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대한민국 쇼핑 1번지 명동의 중앙로 메인 길에 있는 브랜드숍의 매장 수는 지난해 하반기 77개에서 올해 상반기 68개로 줄어들었고, 대한민국 유동인구 최고 상권 강남대로는 지난해 하반기 20개에서 올해 상반기 13개로 줄어들었다는 결과 보고도 있었다. 여기에 2019년 10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547㎡ (165평) 의 메가 스토어로 오픈하는 ‘글로벌 1위 H&B 스토어 세포라(Sephora)’의 진출 역시 브랜드숍에게 있어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포라Sephora는 10월에 1호점 파르나스몰을 시작으로 2019년 12월 롯데영플라자 명동점(2호점), 2020년 1월에는 현대백화점 신촌점(3호점)까지 오픈이 확정되어 있는 상태이다.

브랜드숍을 대표하는 8개사를 기준으로 매장 수 변화를 분석해보니 2018년말 4521개였던 브랜드숍 매장은 2019년 9월말 기준 3901개로서 9개월 동안 620개 매장이 폐점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한 달에 69개의 브랜드숍 매장이 문을 닫은 꼴이며, 하루에 약 2.3개씩 매장이 없어지고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2018년말부터 매장 수가 증가한 브랜드숍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폐점율이 가장 높은 브랜드숍은 ‘잇츠한불(잇츠스킨)’이었다. 2018년말 207개였던 매장이 76개까지 줄어들어 절반이 넘는 63%의 폐점율을 보였다. 2016년 3095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하던 잇츠한불은 2018년 매출액이 2141억 원으로 31%까지 떨어졌다. 2016년 908억 원이었던 영업이익 역시 199억 원으로 78% 급감했다. 이에 따라 잇츠한불은 최근 화장품 업계 최초로 희망퇴직 제도를 시작하였다. 만 31세 이상 임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지원하면 기본 퇴직금 이외에 특별 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3년차 직원의 경우 6개월분의 특별 퇴직금을 추가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츠한불은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하고, 홈쇼핑과 온라인과 같은 신규 채널을 확장하고, H&B 스토어 입점을 통하여 위협을 헤쳐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브랜드숍 1위 이니스프리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매출액은 3223억 원이었으나, 올해는 3022억 원으로 6% 감소하였다. 매출은 약간 감소하는듯 보이나 임대료, 판매수수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의 부담으로 인해 영업이익은 33%까지 급락한 상항이다. 이니스프리는 2016년 체험형 매장인 ‘그린 스토어’와 2017년 자판기를 통해 구매가 가능한 '미니숍' 등을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셀프 스토어’를 통해 고객이 혼자서 직접 상품을 선택하고 셀프 결제까지 마무리하는 디지털 쇼핑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니스프리 상반기 영업실적
이니스프리 상반기 영업실적
브랜드숍 1위 이니스프리, 2019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3%까지 급락하였다.
브랜드숍 1위 이니스프리, 2019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3%까지 급락하였다.

브랜드숍 2위 더페이스샵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324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527억 원 대비 8%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67억 원으로 매출대비 영업이익률은 2.9% 수준밖에 되지 않고 있다. 더페이스샵의 매출 하락 역시 과도한 할인 경쟁과 고정비용, 마케팅 비용의 증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페이스샵은 2016년부터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H&B 스토어에 대응하기 위하여 ‘네이처컬렉션’이라는 멀티브랜드숍을 런칭하고 전환을 계속하고 있다. 네이처컬렉션은 더페이스샵 제품 외에 비욘드, 빌리프, 이자녹스, 수려한, 라끄베르 등 LG생활건강의 16개 브랜드가 입점 되어 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경쟁력이 부족한 브랜드숍의 구조조정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누적적자를 이겨내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스킨푸드’가 최근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PEF인 파인트리파트너스에 2000억 원에 인수된 사례를 보았다. 온라인이 아무리 성장한다고 한들 오프라인 매장이 전부 없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브랜드숍의 경쟁력은 얼마나 다양하고 확실한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며, 다양한 히트상품의 출시로 시너지를 내야 할 것이다. 또한 갈수록 부담 비율이 증가하는 임대료, 관리비, 판매수수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광고선전비와 원가율 상승의 주범인 할인판매 정책을 개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강남역 아리따움과 에뛰드가 영업하다가 철수한 자리는 지난 8월 슈마커 (신발 편집숍) 매장이 1층부터 2층까지 확장하여 오픈하여 영업 중이다.
강남역 아리따움과 에뛰드가 영업하다가 철수한 자리는 지난 8월 슈마커 (신발 편집숍) 매장이 1층부터 2층까지 확장하여 오픈하여 영업 중이다.
H&B 스토어 올리브영, 브랜드숍 1위 이니스프리 (매장 수 962개)를 크게 앞지른 1233개 매장을 영업 중이다.
H&B 스토어 올리브영, 브랜드숍 1위 이니스프리 (매장 수 962개)를 크게 앞지른 1233개 매장을 영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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