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화장품제조업자와 화장품책임판매업자가 이미 1만개를 돌파한지 오래다.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50% 할인판매가 소비자의 상식이 되었기 때문에 50% 이상의 할인율을 제안하지 않으면 가격으로는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어렵다. 요즘 올리브영에서 55% 또는 59% 정도의 할인가격을 제시하는 제품이 많이 보이는 이유이다. 오프라인이 이 정도이니 온라인에서의 할인가격은 어떻겠는가?

최근 지인으로부터 대륙의 실수가 전자기기를 넘어서서 화장품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중국화장품을 말하는 것이었다. 실제 15ml 스포이드 용기에 담긴 히아루론산 세럼이 1000~2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그 순간 등골이 서늘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의 니즈에 차별적 가치를 제안할 수 있는 상품기획자와 상품의 콘셉트가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말이 쉽지 소비자의 니즈에 차별적 가치를 제안할 수 있는 상품의 콘셉트를 기획한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이러한 고민 때문에 VOC(Voice of Customer, 고객의 소리)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그러나 중견기업에서 화장품 상품기획을 하고 있는 필자는 전문기관을 통해 리서치를 진행한다던가 HUT(Home Use Test)를 진행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비용의 허들이 높았던 탓이다. 그러던 중 더케이뷰티사이언스의 ‘화장품의 신기술과 정보 세미나’에서 뷰티링크 길영수 이사의 ‘빅데이터 패러독스-고객은 무엇으로 화장품을 사는가’라는 발표 내용을 들었다.(길영수 이사는 ‘BIG DATA PARADOX’라는 콘텐츠로 더케이뷰티사이언스 매거진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뷰티링크는 5만명 이상의 뷰티 패널을 통해 소비자의 실사용 인증 후 제품 리뷰를 취합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구매하는 여정, 사용행태를 분석해 그 결과를 마케팅 및 연구개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 연구의 답이 소비자의 입이 아닌 행동에 있음을 고려한다면 소비자에게 묻는 리서치보다 소비자를 관찰할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이 더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증거 기반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좀 더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기획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조성준 교수의 『세상을 읽는 새로운 언어, 빅데이터』라는 책을 읽었다. 조 교수는 이 책에서 소비자들의 말과 실제 행동이 다르다는 것은 여러 데이터로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며 마케터는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묻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서치업체는 소비자들에게 무엇이 불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신제품을 구매할 것인지, 신제품의 가격은 얼마면 살 것인지 등을 끝없이 묻는다. 이때 소비자가 하는 대답은 사실과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정답을 말하기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본인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이상 소비자에게 묻지 말고 관찰하라고 주문한다. 그들의 글과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훨씬 정확한 예측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조차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브랜드가 있을 것이다. 기업의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상품기획자는 소비자의 목소리에서 콘셉트 찾기를 어떤 방법으로 할 수 있을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책 『부의 미래』에서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프로슈머(Prosumer)의 개념을 언급하며 소비자가 소비는 물론 제품개발, 유통과정에까지 직접 참여하는 ‘생산적 소비자’로 거듭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그는 프로슈머가 영리기업들에게 유용한 무료 정보를 제공하며 지식을 신속히 창출하고 그것을 전파하며 지식 기반 경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사이버 공간에 저장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사이버 공간은 그의 예견대로 소비자를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가 되었다.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 지인 또는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사용경험과 추천이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사이버 공간에 저장되어 있는 그들의 화장품 사용에 대한 경험과 평가는 상품기획에 있어 매우 가치 있는 정보라고 생각한다. 특히 상품의 가치는 소비자의 문제 또는 불만족을 해결하는 데에서 생긴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소비자 만족 의견보다는 불만족 의견이 상품기획 콘셉트로서 더 가치 있는 정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SNS를 통해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미 SNS에서의 상품리뷰는 광고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필자는 오픈마켓, 홈쇼핑, 스마트스토어, 브랜드몰의 상품후기에서 확인되는 실제 구매고객의 VOC 데이터를 좀 더 신뢰하는 편이다. 같은 카테고리 내 경쟁 상품들의 상품후기를 비교하여 읽다 보면 반복되는 소비자의 의견이 관찰되고 그 중에는 신제품 콘셉트 아이디어 발상이나 광고문안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화장품 상품기획을 하면서 늘 염두에 두는 것이 있는데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상품일지라도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소비자는 이에 익숙해지게 되고 더욱 혁신적인 상품으로 그 관심이 이동하게 된다. 이를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의견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소비자에게 선택 받는 상품의 기획에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저작권자 © THE K BEAUTY SCIEN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