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박혜윤 연구사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박혜윤 연구사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우리나라 자생식물 개서어나무 추출물이 환경유해물질로부터 뛰어난 세포 보호효과가 있음을 확인하고 국유 특허기술을 기업에 이전했다고 밝혔다. 최근 방향족 탄화수소, 알데히드화합물 등 환경유해물질의 증가로 호흡기질환, 아토피, 노화 같은 질환이 늘어나며 안티폴루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산업계에서도 환경오염 대응 관련기술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항산화 활성이 뛰어날수록 외부 오염물질로 인한 독성 및 염증반응을 제어하는 효능을 갖는다는 최근 연구동향에 착안해 자생식물 437여종에 대한 항산화 활성을 분석했다. 이 중 우수한 활성을 나타내는 자생식물 추출물 50여 종을 대상으로 오염물질에 의한 세포독성 저감 효과를 연구했다.

연구진은 미세먼지의 구성성분과 직경(10㎛)이 유사한 디젤화합물을 자극원으로 사용해 각질형성세포(Human Keratinocyte Cell Lines, HaCaT)의 세포생존율을 측정했다. 그 결과 각질형성세포에 디젤화합물을 처리한 대조군의 세포생존율은 8% 미만으로 감소했고, 개서어나무 추출물을 미리 처리한 실험군에서는 그의 10배가 넘는 80% 이상의 세포생존율을 보였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개서어나무 추출물을 함유하는 피부 손상 개선 또는 보호용 화장료 조성물'로 특허출원하였고(출원번호 10-2018-0118663), 화장품 전문업체 청담씨디씨제이앤팜에 기술이전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연구를 주도한 국립생물자원관 박혜윤 연구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개서어나무추출물 연구 배경이 궁금합니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생물다양성 연구만 진행해왔었습니다. 생물다양성 연구란 분류학 정보를 기반으로 A종, B종 등으로 나누는 분야인데요. 종 발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활용까지도 가능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논의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서식하고 있는 ‘자생’식물자원의 기초특성을 보고자했습니다. 이에 항산화·항염·항암·항알레르기·항균 등 5대 항목 효능테스트를 진행하게 된 것이지요. 또 제가 육아휴직 후 복직하면서 미세먼지 관련 이슈들을 자주 접하게 되었고, 환경부에 소속된 기관인 만큼 환경과 밀접한 안티폴루션 연구에 관심이 가게 된 것입니다. 5대 항목 중 항산화·항염도 안티폴루션과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연관성을 토대로 자생식물의 안티폴루션 효능연구를 진행하고자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자생식물의 5대 효능항목을 일일이 테스트한 후, 후보선정을 하고 최종 검증까지 하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은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오래 걸리는 시간으로 인한 물리적인 제약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자생식물을 직접 채집해서 수집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이유는 정확한 동정을 통해 추출물을 만들어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생물다양성 연구기관이다 보니 ‘종(species) 동정’을 정확히 해야 하는 확실한 역할과 사명이 있는 것이지요. 분류학자들에 의하면 기존 천연물 관련 논문의 90%는 잘못 동정이 된 종으로 실험했다고 합니다. 식품 원료 중에서도 동정이 잘못되어 커졌던 대표적인 사건이 ‘가짜 백하수오 사건’1이었지요. 이렇듯 우리는 처음 자생식물을 채집하는 과정부터 정확한 동정과정까지 거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입니다. 이에 평균적으로 1년에 100여 종 정도 실험을 진행해나가고 있습니다.

 

1년에 100여 종을 연구하시면 항목별로 분류된 자생식물도 꽤 많겠네요.

현재 우리나라 자생식물은 약 10만종으로 추정하고 있고 지금까지 5만여 종이 발굴된 상태입니다. 북한이나 심해(deep sea) 지역을 제외하고는 땅에서 나는 자생식물은 거의 발굴이 된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발굴된 종에 관해서는 유용성 정보를 논문, 특허 등의 문헌조사를 통해 등급화하였고 총 6000여 종의 자생생물을 조사대상으로 분류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중 1년에 100여 종씩 연구를 진행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채집도 직접 나가시는 건가요?네, 우리 기관에는 생물자원연구부와 생물자원활용부가 있고, 연구부는 다시 식물과·미생물과·동물과로 부서가 나누어져 있고 각 분류군별로 전문가가 존재하여 종 동정을 담당합니다. 채집은 분류군별 전문가와 외부 조사연구원 등이 함께 나갑니다. DNA 염기서열 분석 정보 역시 종판별의 중요한 근거자료이지만, 대부분의 분류군은 형태학(morphology)을 주요 지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관에는 곤충 중 나비 전공 박사님과 파리 전공 박사님도 계세요. 날아가는 파리를 보고 어떤 종인지 아실 정도로 전문가이시지요. 이렇게 다양한 전문가들이 계시다보니 처음에는 생소한 분야에 대한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함께함으로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있습니다.

 

식물자원을 보관하는 은행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생물소재연구단에는 종자/천연물/미생물 배양체/유전자원 등 총 4가지 원천소재은행이 있습니다. 이 중 천연물 은행의 경우 1년에 400점 정도의 생체시료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1종당 약 4~10kg 확보하고 있으며, 추출물로 모두 제조해 20mg씩 분주한 후 외부로 무료 분양을 하고 있지요. 즉, 은행에서는 채집된 자원으로 추출물까지 만들고 보관 및 분양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제가 있는 유용자원분석과에서는 추출물을 분양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지요.

 

최종 타깃을 선정하기까지 보통 연구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보통 1종의 효능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3~4년 정도까지 진행되고 있어요. 또 우리는 다양한 자생식물의 가치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최종 목표를 산업화에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진행해서 자생식물의 효능에 관한 특허 및 논문을 발표하면 기업에 기술이전을 통해서 제품화와 같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즉 국립생물자원관의 본연적 업무는 생물자원의 발굴 및 가치를 찾는 것이고 in vivo 시험, 임상테스트, 포뮬레이션(formulation) 등은 기업에서 진행할 수 있게끔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국가기관이 기업, 학계와 함께 연구활동을 연계해 나가는 것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개서어나무 제품 개발 사례가 산학연 협력의 좋은 사례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번 연구의 독창성(originality)을 꼽는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안티폴루션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디젤추출물DPE로 실험했는데요, 이를 통해 표준화된 시험법을 확립한 것이 이번 연구의 독창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다른 기관이나 학교에서 미세먼지 연구를 할 때 직접 미세먼지를 포집해서 진행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우리는 다양한 식물 종의 가치연구를 하다 보니 ‘같은 상황’에서 ‘일정한 조건’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안티폴루션은 아직까지 표준화된 시험법이 없으며, 직접 미세먼지를 포집했을 때 지역 간 미세먼지 및 구성성분의 농도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표준화 부분에서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에 따라 사이즈가 같으면서 구성성분이 유사한 대체물질로 디젤추출물을 사용했고 표준화 시험법을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실제로 소재 수급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야생종이다 보니 증식 문제의 해결책이 없으면 연구가 지연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물론 그 자원의 효능가치가 뛰어나다고 하면, 종자은행에서 대량 증식법을 연구하기도 합니다. 우리 기관이 환경부 소속인 만큼, 야생 식물을 무작위로 채집하는 것이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개서어나무와 애기땅빈대는 이미 원료화가 되어있어 많은 시간이 들지 않았습니다. 또 자생식물의 경우 중국 허가물질목록(positive list)에 들어가지 않으면 중국 수출이 어려운 한계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을 세계로 알리고 싶지만, 이러한 제약으로 쉽지 않은 케이스가 생기게 되더라고요.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기관에서 수많은 생물자원의 가치를 찾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 만큼 그 성과를 많은 중소기업, 스타트업 기업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물론 국가기관에서 받는 기술이전은 대부분 통상실시권으로 계약하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 전용실시권을 계약할 수 있으나 선행조건이 복잡합니다. 국유특허는 국가의 재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함께 혜택을 누려야한다는 것이지요. 경우마다 다르겠지만 국유 특허의 좋은 점은 기술이전료가 저렴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기술이전 비용은 계약기간을 설정하여 제품에의 기여율과 판매금액 등을 종합하여 정산하는데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 납부하게 됩니다. 개서어나무와 함께 연구한 애기땅빈대까지 총 6건의 계약이 이루어져 올해 말에는 샴푸 제품 등으로 출시될 예정이에요. 특히 국유특허 등을 스타트업 기업이나 소기업이 많이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기반 구조가 워낙 잘 구축되어 있는데다가 이윤 배분 과정이 복잡하여 공동연구나 기술이전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 기업이나 R&D 조직이 잘 갖춰지지 않은 소기업이 국가의 연구결과, 자생 생물자원에 관심을 가지고 활용하려고 한다면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작년 8월 국내에서도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서 자생생물에 기반을 둔 소재 발굴이 기업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우리 자생생물의 가치가 더 많이 알려지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도 함께 발전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가짜 백하수오 사건: 여성 갱년기 증후군의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큰 인기를 끌었던 하수오가 2015년 시중에 유통되던 백하수오 제품 중 상당 제품에서 백하수오와 생김새가 비슷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어 큰 파장을 일었다. 이엽우피소는 FDA에서 독성 작물로 분류되어 있으며, 주로 중국에서 재배되는 작물로 백하수오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시중에 유통중인 백하수오가 함유된 제품 207개(건강기능식품 59개, 일반식품 148개)를 대상으로 이엽우피소 함유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엽우피소 미검출 제품 10개, 이엽우피소 검출제품 40개, 이엽우피소 혼입여부 확인불가 제품 157개로 밝혀졌다. 시중 유통 백하수오 5%만이 진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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