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문집 『화장(化粧)의 일본사』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일본 화장(化粧)의 역사를 통사(通史)로 살펴 본 책. 고분 시대~헤이안 시대(794~1185) 전기, 헤이안 시대 중기~에도 시대(1603~1867), 메이지 시대(1868~1912)~현대로 나눠 소개된다. 부제는 ‘미의식의 변천’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일본의 화장품 기술이 뛰어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이 시기에(메이지 시대) 일본이 서양에서 배운 과학 기술은 화장품산업의 발전에 큰 밑바탕이 됐다. 메이지 시대 이후 과학(그중에서도 화학)과 화장품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이 밀접하게 맞물리면서 근대 화장품을 발전시켜 나갔다. 과학이 화장품산업 발전을 떠받치게 됐다는 점에서도 메이지 시대는 화장의 전환기였다고 할 수 있다.”(236~237쪽)

“메이지 시대 초기, 정부는 해외에서 기술자를 초빙했고, 화학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지식과 기술을 도입했다. 그 성과는 화장품 연구 개발에도 응용되어 수입품을 모방한 서양식 화장품이 잇달아 생산됐다. 그 뿐 아니라 근대의 화학 지식이 적용돼 오랫동안 사용해온 전통 화장품이 개량되기도 했다.”(120쪽)

“화학자 하세베 나카히코(長谷部仲彦)가 완전 무연의 ‘미소노 백분’을 발매한 것은 다음 해 5월의 일이다. 하세베는 프랑스에서 국비로 유학하면서 화장품을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메이지 20년대부터 무연백분 개발에 착수했다. 즉 무연백분 개발은 정부에 의한 화학자 육성 정책의 혜택을 입은 것이라 할 수 있다.”(129쪽)

특히 이 책은 메이크업 화장의 변모를 살펴봄으로써 일본의 미의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저자 야마무라 히로미(화장 문화 연구가)는 ‘화장’을 역사와 생활을 관통하는 중요한 가치로 보았다. 그는 “과거의 화장을 더듬어보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의식이나 생활의 일부를 아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 봤자 고작 화장 아니야?” 하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얼굴이라는 작은 우주에 전개되는 화장을 통해서도 각 시대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가령 일본의 전통 화장에 사용된 색은 고대부터 기본적으로 하양, 빨강, 검정 세 가지였다. 하양은 백분, 빨강은 입술연지나 볼연지 그리고 검정은 치아를 검게 물들이는 오하구로와 눈썹 화장의 색으로 쓰였다. 이 세 가지 색은 서양 화장이 일본에 들어오기까지 1000년 이상에 걸쳐 일본 전통 화장의 기본색을 이루었다. 세 가지 색 중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자적 의미를 가진 것은 검정이다. ‘검은 화장’은 결혼과 출산 같은 통과의례와 깊이 결부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위치를 가시화하는 기능을 했다.

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강태웅 교수가 번역했다. 강 교수는 1825년부터 연지를 만들어 온 노포 ‘이세한 본점(伊勢半本店)’의 연지박물관 방문하고 난 뒤 ‘화장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의 역사와 사회, 문화를 새롭게 살펴 볼 수 있겠구나’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아모레퍼시픽재단이 ‘아시아의 미’ 시리즈 제9권으로 출간했다. ‘아시아의 미’ 총서는 아모레퍼시픽재단이 기획, 발간 중인 인문교양 시리즈다. 다양한 주제와 시대적인 생활상을 통해 ‘아시아 인’의 아름다움과 미적 체험을 대중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재단은 ‘아시아의 미’ 연구를 기반으로 ‘아시아의 미(Asian Beauty)’를 역사적, 예술사적, 문화인류학적으로 탐구하며 지난 2014년 1권 발간을 시작으로, 총 20여 권에 이르는 시리즈를 엮어낼 계획이다.

[야마무라 히로미 지음/강태웅 옮김/서해문집/256쪽/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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