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화장품 - ⑤

명준오 책임연구원(LG생활건강)
명준오 책임연구원
(LG생활건강)

[더케이뷰티사이언스]  LG생활건강에서는 맞춤형 화장품 관련 연구사례 중 하나로 음허(陰虛)와 피부 표현형 데이터와의 상관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음허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으나, 한의학 용어로 한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음(陰)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관련 내용 소개를 위해 먼저 맞춤형 화장 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맞춤형 화장품을 위한 음허연구과정을 차례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맞춤형 화장품이란 매장에서 기존의 완제품 형태로만 판매가 가능했던 화장품을 소비자의 요구가 있을 시 즉석에서 원하는 형태로 혼합하여 제공하는 화장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맞춤형 화장품에 대해 처음 언급한 시기는 2016년 3월경이었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이슈라고 할 수 있었으나, 아직 제도가 정착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시범사업을 통해서 제도화를 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2018년 3월 화장품법 개정을 통해 맞춤형 화장품에 대해 정의하였고, 기타 준수해야 할 사항들을 명문화하여 내년 3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법적 개념을 마련함으로써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였고, 화장품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자사에서도 시범사업으로 맞춤형 화장품을 위한 시스템을 운영하였고, 이 시스템은 인터뷰, 정밀분석, 카운슬링, 제품혼합 등 4가지 프로세스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소비자에게 피부상태 및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여 소비자가 체감하는 피부고민을 확인하고, 안면검사기 등 전문 피부상태측정 장비를 활용하여 실제 피부상태 및 피부고민을 정확하게 분석한다. 세 번째로 설문과 기기측정 결과를 종합하여 카운슬링 후 수십 종의 레시피 중 1:1 맞춤형 레시피를 추천하고, 최종 선택한 레시피로 안전하게 혼합하여 제품 완성 후 고유의 라벨링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게 된다. 그 결과,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피부 특성을 보다 더 깊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진단 처방할 수 있게 되었고, 고객은 내 피부에 맞는 나만의 화장품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맞춤형 화장품에 대해 자사에서는 한방분야로도 적용하고자 하였는데 화장품 시장에서 동양적인 소재와 이론을 활용한 한방 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같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에서 출시한 한방 화장품 ‘후’ 가 2018년 국내 단일 브랜드 중 최초로 연 매출 2조원을 달성하였는데 이는 한방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한의학에서는 사람이 아플 때 개인의 특성에 따라 한약 처방을 결정하지만 이것은 신체적인 증상 및 체질과 주로 관련되어 있고, 피부와 관련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자사에서 보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방의 피부과학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서 화장품과 연계하여 소비자들에게 개인의 피부 특성에 따른 한방 맞춤형 화장품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림 1, 맞춤형 화장품 제공을 위한 전체 과정
그림 1, 맞춤형 화장품 제공을 위한 전체 과정
그림2, 음허증(陰虛證)과 피부특성 연구과정
그림2, 음허증(陰虛證)과 피부특성 연구과정

한방 맞춤형 화장품을 개발하기 위해 한방 맞춤형과 관련된 문헌 연구를 먼저 수행했다. 한의학에서 ‘맞춤형’이라고 하면 가장 익숙하다고 할 수 있는 개념이 사상체질(四象體質)인데 사상체질과 피부특성과의 과거 연구사례 중에서는 사상체질에 따라 건성, 지성 및 복합성 등 피부타입의 비율이 차이가 있고, 얼굴의 유분 및 수분도 사상체질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1 또 사상체질과 더불어 많이 거론되는 내용이 음양(陰陽)인데, 음양은 인체현상을 설명하는 한의학 개념으로 음과 양 둘 중 하나가 넘치거나 부족하여 균형이 무너질 경우 다양한 병리적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음은 물질적인 의미로 정(精), 혈(血), 진액(津液)을 말하며 고서 중 황제내경(黃帝內經)에 따르면 여성의 성장과 노화는 신장의 기운의 강약에 의해 결정되고, 이러한 기운이 약해지면 인체에서 음이 허한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 밖에 동의보감(東醫寶鑑),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언급된 기록 및 논문으로부터2 음허증(陰虛證)과 관련된 피부증상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음허를 피부학 관점에서 재해석 했을 때 피부 건조, 탄력 저하, 피부 붉기 증가 및 염증 반응과 관련이 있다고 정리할 수 있었다. 또 복용처방을 통한 피부 효능을 확인했다는 논문도 있어3 피부 노화 관점에서 음허증 여부에 따른 피부 특성을 과학적으로 검증 후, 화장품으로도 피부 효능을 부여할 수 있는지 확인하여 한방 맞춤형 화장품과 연계하고자 하였다.

문헌 연구 진행 후, 음허연구를 위해 한의사의 진단을 통한 음허 변증(辨證) 및 피부 데이터 수집을 진행했다. 이 때, 연구대상자의 연령대는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 40세가 되면 음이 반으로 감소한다고 언급된 점을 고려하여 40대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하였고, 먼저 음허 진단 시 주로 사용하는 설문지를4 연구대상자들에게 제공하여 답변을 받은 후 답변을 바탕으로 음허 변증 여부를 판별했다. 음허 설문지는 10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열감, 땀, 체중, 목마름, 수면, 현기증 등 신진대사 관련 설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후 전문 피부측정 장비들을 활용하여 연구대상자들의 피부상태를 측정하였고, 수분, 모공, 주름, 색소침착, 피부색, 탄력, 피지 상태에 대한 피부 데이터를 수집하였으며 연구대상자를 음허증에 해당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분류 후, 각 집단 별 피부특성 차이를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분석했다.

그림3, 음허증에 해당하는 집단의 제품 사용 전후 피부상태 개선
그림3, 음허증에 해당하는 집단의 제품 사용 전후 피부상태 개선

분석 결과, 전체 연구대상자들 중 음허로 분류된 연구대상자는 약 24%의 비율로 나타났으며 음허증 여부에 따른 피부측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총 7가지 피부측정 항목 중 피부 보습, 탄력, 피부 붉은기에 대해 두 집단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모공, 주름, 색소침착, 피지, 피부색 중 밝기 및 노란기에 대해서는 두 집단 간 통계적인 유의차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와 관련하여 고서 기록을 살펴보면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음이 부족하면 진액이 마르기 때문에 피부의 수분이 부족해져 건조해진다고 언급되어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주리(腠理)가 조밀하지 못하면 진액이 밖으로 새어나가 음이 허해진다고 기술되어 있는데 저서에서 언급한 주리는 한의학대사전에 따르면 피부, 근육, 장부의 무늬와 피부나 근육 조직 간극(間隙)의 결합 조직을 의미하고, 주리가 조밀하지 못하면 결합 조직이 느슨하게 되어 피부학 관점에서는 탄력이 감소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피부의 근본은 기혈(氣血)을 포함한 진액으로 이러한 진액이 고갈되면 피부가 거칠고 주름이 생기게 되어 결론적으로 탄력이 감소하게 된다.5 피부 붉기의 경우, 동의보감에서는 음이 허하게 되면 얼굴이 붉어지게 된다고 언급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세 가지 피부 데이터 분석 결과로부터 음허 변증에 해당할 경우 피부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음허증 여부에 따른 피부특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후, 음허 개선 처방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한국의 DBPIA, OASIS 나 중국의 CNKI 같은 툴을 이용하여 논문을 탐색하고 음허, 자음, 피부 질환, 탕제, 약재, 미용 등의 다양한 키워드로 문헌을 검색했다. 그 결과 음허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1차로 내복약, 외용약, 미용으로 사용하는 처방들을 발굴하였고, 그 중, 음허와 관련되어 사용빈도가 높고, 화장품에 사용 가능한 성분이면서 안전성이 입증된 성분들이 포함된 대표 처방들을 선택한 후, 이 처방들에 대해 생체외시험(in vitro) 및 인체적용시험(in vivo)을 통한 효능평가를 진행했다. 생체외시험에서는 참고문헌을 통해 피부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음허 증상으로 염증, 피부건조, 탄력 저하임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해당 항목에 대한 효능평가를 위해 단백질 및 mRNA 분석법을 통해 진행했다. 실험 결과 기존 복용처방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던 음허증을 피부에서도 다양한 스크리닝을 통해 효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체적용시험에서는 모집된 연구대상자들을 앞 글에서 언급했던 설문을 바탕으로 한의사 진단을 통하여 음허증에 해당하는 집단을 선별 하였으며, 음허증에 해당하는 집단은 다시 두 집단으로 나누어서 각각 다른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이 때 한 집단은 실험군으로서 음허 개선 처방이 포함된 크림을 사용하도록 하였으며 다른 집단은 대조군으로 처방이 포함되지 않은 크림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각각 크림은 1일 2회 총 8주 동안 사용하도록 하였고, 피부 효능평가를 위한 측정항목으로는 보습과 탄력을 선정하여 진행하였으며 제품 사용 전 대비 사용 4주 후, 사용 8주 후 각각 개선된 정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보습 및 탄력 모두 음허증에 해당하는 집단 중 대조 크림을 사용한 집단은 사용 전과 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던 반면 처방이 포함된 크림을 사용한 집단은 사용 전과 비교했을 때 사용 4주 후, 사용 8주 후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된 효과를 나타냈다. 두 가지 결과로부터 자사에서는 음허 개선 처방이 포함된 제품의 피부 효능을 검증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한방 맞춤형 화장품으로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연구한 내용으로부터 총 4가지의 결론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는 화장품 시장에서 한방 화장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시범사업으로 현재 일반 기초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 맞춤형 화장품의 향후 방향성을 고려할 때 소비자의 피부 고민을 정확히 케어할 수 있는 한방 맞춤형 화장품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이러한 한방 맞춤형 화장품을 개발하기 위해 자사에서는 한의학 변증 중 피부에 미치는 중요도를 고려했을 때 음허 변증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고 설문, 문진 및 피부측정장비를 활용하여 음허로 분류된 연구대상자들 대부분이 피부보습 및 탄력이 감소해져 있고, 피부색이 붉은 특성을 가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음허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부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맞춤 처방을 발굴하고자 하였고, 그 중 선택한 처방 소재로 생체외시험 및 인체 적용시험을 통해 효능을 검증함으로써 한방 맞춤형 화장품으로의 연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한방 맞춤형 화장품 개발을 위해 본 연구에서 평가를 진행한 처방만이 정답이 아니고 다른 처방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효능 검증도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도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지금까지 설명했던 전반적인 연구과정을 통해 한방 맞춤형 화장품으로의 연계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주요 핵심이며, 한방 맞춤형 화장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수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음허로 인한 피부특성을 활용하여 음허피부 진단을 위해 정량적으로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진단 법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재는 음허증 진단을 위해 설문과 문진이 필수지만, 좀 더 과학적인 진단을 위해 전문피부측정장비를 이용한 피부상태 측정 결과 수치만으로도 음허증 여부에 대해 진단할 수 있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음허로 인한 피부증상은 일반적인 피부 노화 증상과 유사한 특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메커니즘 분석 등을 통해 음허로 인한 피부 노화와 일반적인 피부 노화와의 차이점 규명을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해당 연구까지 마무리되면 음허피부 개선을 위한 진정한 한방 맞춤형 화장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 J Korean Oriental Med (대한한의학회지) 2004 ; 25(1) : 161- 171(이수경)

2. European Journal of Integrative Medicine Volume 12, June 2017, Pages 1-11 (Ji Hee Jun)

3. Clinical efficacy of herbal extract cream on the skin hydration, elasticity, thickness, and dermis density for aged skin: A randomized controlled double-blind study ; J Cosmet Dermatol. 2019;1–6.

4. Korean J. Oriental Physiology & Pathology 18(2):376~380, 2004 (이상재)

5. 한방 피부 진액변증을 통한 한방화장품의 효능 평가. 대전대학교 한의학연구소 논문집 21(1):1-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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