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화장품 - ③

[더케이뷰티사이언스]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대한 연구가 널리 확산되면서, 건강과 미용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유전정보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익숙한 유전정보는 혈액형을 꼽을 수 있다. A형의 혈액형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부모에게 물려받은 혈액형 유전자에 따라서 AA 타입과 AO 타입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이 건강과 미용 특성들 또한 부모로부터 어떤 타입을 물려받았는지에 따라 생리적인 기전이 다를 수 있다. 유전자 검사는 개인이 물려받은 유전적 소인들을 확인함으로써, 같은 증상이더라도 나의 유전자에 맞는 대응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 글에서는 피부와 관련하여 의미있는 유전자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국내 유전자 검사의 현황과 피부 맞춤형 화장품 산업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자 한다.

최근 Endo 등 (2018)이 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일본인 피부 특성 유전지표 발굴 연구 결과를 보면 피부 색소 침착과 관련한 새로운 유전자들을 발견해 보고하고 있다. 보고된 유전자들 중 일본인에게서 기미 발생과 관련해 새롭게 밝혀진 유전자인 HSPA12A라는 유전자가 있다. HSPA12A의 유전자에 변이타입을 가지는 경우 약 20% 정도 기미가 더 잘 생성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흔히 기미가 생기는 것이 자외선 노출의 영향이 클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HSPA12A의 변이를 보유하고 햇볕 노출 정도에 관계없이 기미가 잘생길 수 있는 체질임을 추가적으로 보고했다. HSPA12A 유전자는 색소 형성 세포인 Melanocytes 내에서 검은색 색소인 melanin을 표피 세포쪽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이미 보고되어 있었으므로, 유전자와 기미 형성은 중요한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lectin이나 niacinamide 성분이 이런 HSPA12A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연구들에서 보고되어 있다. 이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HSPA12A의 변이형 보유자의 경우 기미 형성이 잘 되는데, 그 기전은 멜라닌 색소의 이동이 더욱 활발해 지는 것이 원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경우 선크림을 많이 바르는 것 보다는 lectin이나 niacinamide 성분이 있는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한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기미 생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예시와 같이 피부의 기미 생성이라는 결과는 동일하지만, 유전자 타입을 알게 되면 더욱 효과적으로 기미 생성을 예방할 수 있고 유전자 맞춤형 화장품 사용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최근 피부 관련 유전자 연구결과를 더 예로 들어보면, Zhang 등 (2017)이 발표한 중국인 대상 연구논문에서는, 피부 건조와 관련될 수 있는 FCN1 이라는 유전자를 발견하여 보고했다. FCN1 유전자는 표피세포에서 발현하는 유전자이며, 콜라겐과 엘라스틴 섬유들과 결합하여 피부 장벽과 탄력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했다. 종합적으로 이야기한다면, FCN1 유전자의 변이 타입을 보유하고 있으면 피부 장벽이 얇아지는 특성이 있고, 그로 인해서 수분 증발이 가속화되고 피부가 건조해 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수분 보충을 충분히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피부 장벽을 강화시킬 수 있는 성분인 세라마이드가 많이 함유된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의 연구결과들과 같이 피부 미용 관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피부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

이런 피부 유전자 검사를 하기 위한 국내 유전자 검사 시장의 현황을 간단히 요약해본다. 2015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비의료기관에서도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줄여서 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라고 부른다. DTC 유전자 검사 제도에 따라 국내에만 20여곳 이상의 유전자 검사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검사 성정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검사할 수 있는 검사항목과 유전자가 한정적이고, 유전자들에 매칭되는 정확한 솔루션이 없는 상황이어서 비싼 유전자검사비용을 지불하고도, 맞춤형 솔루션이 아닌 일반적인 건강과 미용관리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도출되자, 보건복지부에서는 검사항목의 수와 유전자의 개수를 대폭 늘리는 ‘DTC 유전자 검사 인증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앞에서 언급한 유전자들을 바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없지만, 내년에 검사항목이 확대되면, 그동안 새롭게 발굴된 피부 관련 유전자들을 대폭 포함시키는 진정한 개인 맞춤형 피부 솔루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교롭게도, 화장품 분야에서도 2018년 맞춤형 화장품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개인 맞춤형 화장품 시장이 열릴 수 있게 되었다. 비록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러한 맞춤형 화장품 시장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계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더욱 발전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화장품 시대(K-Genome Beauty) 시대를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제도적인 보완과 함께 2018년 하반기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국가혁신클러스터사업’의 일환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화장품 기반기술 개발사업’(제주 맞춤형 화장품 과제)을 선정하였고,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유전자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2021년 초까지 진행될 ‘제주 맞춤형 화장품 과제’의 총괄은 제주테크노파크에서 맡고 있으며, 참여 기관으로는 화장품 전문기업인 아모레퍼시픽, 피부임상연구 전문기업인 P&K피부임상연구센터, 그리고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인 테라젠이텍스가 주축이 되어 원천기술 알고리즘 개발을 주도하게 된다. 이에 더해 제주대학교와 제주도 내 화장품 관련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참여 기관들은 현장에서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 공급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 개발과 제주도 특산 화장품 원료 발굴을 이번 과제의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과제 결과물은 제주도 내의 화장품 매장에 시범적으로 설치 운영되어 관광객 대상의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유전자 맞춤형 화장품 산업 분야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본 과제 수행을 위해 총 3000 명의 참여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우선 이들을 대상으로 정밀 피부 측정과 테라젠이텍스가 개발한 정밀의료 유전자검사칩을 활용한 검사를 실시해, 피부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를 생산하게 된다. 생산된 데이터 간의 상관성 분석을 통해 20~30가지의 피부 패턴을 분류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후, 알고리즘 별로 맞춤형 화장품 성분을 매칭할 수 있는 또다른 알고리즘을 개발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개발된 알고리즘은 맞춤형 화장품 제조 장비에 융합되어, 국내 최초의 유전자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맞춤형 화장품이 확산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극복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첫째, 유전자 검사 기간이 최소 1주일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체류 기간이 길지 않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유전자 맞춤형 화장품 성분이 실제 고객 피부에 긍정적 영향이 있었는지 추적 관찰하는 것이 필요한데, 고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유전자 분야와 별개로 화장품 제조 분야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소량 화장품을 준비해야 하므로, 보관 및 유통 과정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유전자 맞춤형 제품은 향후 화장품 시장에서 대세가 될 수 있고, 우리나라가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제주도를 비롯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와 참여 기관들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K-뷰티(Beauty)’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저작권자 © THE K BEAUTY SCIEN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